
‘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짜게 먹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짠 음식은 무조건 나쁜 음식으로 취급당하는 경우가 많다. 짠맛의 주인공은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질 중 하나고 음식의 맛을 재는 조미료로 오랫동안 사용돼왔다. 소금의 어원은 ‘소(牛)’나 ‘금(金)’처럼 귀한 물건, 또는 ‘작은 금(小金)’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지금은 소금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20세기 이전에는 아주 귀했다. 소금이 생산되는 해안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소금 거래가 이뤄지는 루트를 따라 문화가 전파되기도 했다. 소금 중 나트륨 성분은 체내의 삼투압 조절을 통해 체액의 균형을 조절하고 신경전달, 근육수축 등 여러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다만 과하게 섭취하면 여러 가지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인 나트륨 섭취량, WHO 권고 기준의 1.5배
2022년 기준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074㎎으로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인 소금 5g 이하(나트륨 2000㎎)의 1.5배에 이르며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섭취하고 있다. 소금을 섭취하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때 우리 몸은 적정한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변의 수분을 끌어당긴다. 때문에 짠 음식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물을 찾게 되고 이는 체내 혈액량을 증가시킨다. 혈액량이 늘면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혈압을 상승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뇌경색,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의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우리 몸의 미각세포는 기본적으로 짠맛, 단맛, 신맛, 쓴맛 등 네 가지 맛을 인지한다. 이 중 짠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가장 많아 염분을 쉽게 많이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먹방’ 영상이나 ‘단짠단짠’과 같이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트렌드도 한몫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짠 음식은 단 음식을 찾게 하고 단맛은 짠맛을 중화시키기 때문에 그 맛에 적응되면 비만이 되기 쉽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짜게 먹는 청소년의 경우 가장 싱겁게 먹는 경우보다 비만 위험이 80% 높았다. 또한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한 사람은 적게 섭취한 사람보다 위암 발병률도 더 높다.
조리법만 바꿔도 건강한 밥상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음식을 즐겨 먹었다. 한식 반찬들도 짠 것이 많고 가공식품도 높은 염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에서 나트륨을 가장 많이 섭취할까?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의하면 나트륨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장소는 가정(66.8%), 음식점(17.5%), 학교·직장(13.8%) 순이었다. 집에서 먹는 음식 중에서는 배달이나 포장, 간편조리 식품보다 직접 조리하는 음식에서 나트륨 섭취가 더 많았다. 특히 면, 만두류, 김치류, 국, 찌개, 전골 등이 나트륨 함량이 많은 음식으로 나타났다. 나트륨 과잉 섭취로 인한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익숙한 입맛을 바꾸기는 어렵다. 갑자기 저염 식사를 하면 식욕을 저하시켜 오히려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
먼저 장을 볼 때 가공식품이나 절임식품보다는 신선한 식재료를 선택하고 음식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염분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해보자. 조리법만 바꿔도 나트륨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소금, 고추장, 간장 사용을 줄이는 대신 후추, 마늘, 생강, 고추, 겨자 등 천연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절인 생선보다 신선한 생선을 구워 식초, 레몬, 고추냉이 등을 소스로 활용하면 신맛이 짠맛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처음부터 소금이나 간장을 듬뿍 넣고 조리하기보다 먹기 직전에 추가로 간을 하자. 높은 온도에서는 혀가 짠맛을 잘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이나 탕, 찌개 등 국물은 가능한 한 적게 먹고 김치는 물김치나 겉절이로 소량 섭취한다. 젓갈, 장아찌류 등의 염장식품이나 라면, 햄 등 가공식품 등은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칼륨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으면 소금 섭취도 줄이고 과다 섭취한 나트륨을 효과적으로 배설할 수 있다. 식품안전나라 누리집(foodsafetykorea.go.kr)에서도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영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