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다’고 응답한 청년이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기며 ‘그냥 쉬었음’ 청년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해요. 청년들은 일하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일할 수 없는 걸까요? 본인이 선택했든 어쩔 수 없이 쉬게 된 상황이든 사회와 청년들 사이의 공백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이번 생생 MZ 톡에서는 첫 취업까지의 시간, 공백기 동안의 고민, 그리고 ‘그냥 쉬었음’ 시기에 대한 2030세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참가자
쭈꾸미볶음(29세, 요식업 관리자)
도성(22세, 개발자)
슬기(32세, 마케터)
멜멜(34세, 홍보마케팅)
누누(31세, 사무직)
튤립(26세, 컨설팅)
또네(32세, 프리랜서)
고고(26세, 취준생)
먕먈(27세, PM)
지니(32세, 컨설팅)
수잔(30세, 취준생)
태태(30세, 기획자)
Q. 첫 취업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취업 준비 기간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지니
대학원 졸업 후 6개월 만에 계약직 연구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약 8개월의 공백 끝에 기업에 입사했어요. 그후 또 퇴사해 9개월을 쉬었습니다. 두 번의 공백기 모두 번아웃으로 인한 퇴사였고 첫 번째는 아무 계획 없이 쉬다가 우울증까지 겪었어요. 그래서 두 번째 공백기에는 ‘3개월만 논다’는 마지노선을 세우고 회복과 준비를 병행했죠. 나를 위한 의미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도성
대학교 마지막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해 졸업 후 4개월 만에 첫 취업에 성공했어요. 요즘 신입 채용이 거의 없어서 일단 경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제가 일하는 정보기술(IT)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때 빨리 결정하길 잘했어요.
누누
첫 취업까지 4년이 걸렸어요. 고시 준비하다 안되고 다시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떨어지고 단기 아르바이트, 인턴을 거쳐 정규직이 됐어요. 현재는 이직해 새로운 회사에서 근무 중이에요. 취업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때의 노력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먕먈
졸업 후 직업교육을 받은 기간을 제외하면 7개월 정도 걸렸어요. 취업 준비만 하기보다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실무 경험도 쌓았어요. 덕분에 준비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역량을 키우는 시간으로 느껴졌어요.
Q.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쉰 적도 있나요?
멜멜
지금 퇴사 후 쉬는 중이에요. 1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면서 계속 이직 준비를 병행해왔기 때문에 진짜 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피로가 누적돼 몸이 안 좋아지기도 했고 한 업계에 오래 있다보니 다른 분야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잠시 멈추게 됐어요.
또네
1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일해온 것 같아요. 퇴사를 해도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이직으로 일을 계속했죠. 그런데 최근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쉬고 싶은데 용기가 나질 않아요. 쉬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슬기
대학 졸업 후 4년간 일하다가 퇴사해 3년 정도 구직활동 없이 완전히 쉬는 시간을 보냈어요. 번아웃이 심해서 스트레스 회복에만 집중했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게 됐고 지금 회사생활도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쉬었던 3년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쭈꾸미볶음
퇴사 후 구직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3개월 정도 쉰 적이 있어요. 처음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이 점점 커졌죠. 계획 없이 그만둔 거라 막막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어요.
Q. 취업 공백기 동안 어떤 것들이 필요했나요?
태태
‘그냥 쉬었음’이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무직자나 취업 준비생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낙인이 찍혀 있는 느낌이랄까요. 공백기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제도적 도움도 있지만 사회적 인식 변화가 우선 아닐까요? 잘 쉬는 법을 사회적으로 알려주는 문화나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쉼도 하나의 경험이고 삶의 일부니까요.
튤립
취업을 준비할 때 현실적인 진로상담이 필요했어요. 실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 경력의 흐름은 어떤지 등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했어요.
고고
정부 취업 지원 제도의 취지는 좋은데 실제로 국비지원 프로그램과 취업지원금을 받아보니 기대만큼의 효과는 체감하지 못했어요. 운영 방식이나 실질적인 연결고리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잔
저도 ‘그냥 쉬었음’이라는 표현이 불편해요. ‘일하거나 쉬거나’로만 나누는 이분법적 시선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공백기 동안 글쓰기 수업도 듣고 집안일을 하는 등 제 삶을 돌보는 데 집중했어요.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냥 쉰 사람’으로 분류되는 게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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