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의 유효기간이 2027년 5월 31일까지로 2년 연장됐다. 적용 대상은 2025년 5월 31일까지 최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다. 이 법은 2023년 6월 1일 한시적으로 시행된 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나 공매로 사들여 피해자에게 공공임대, 금융 지원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의 유효기간이 늘어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공백의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특히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으나 묵시적 계약 갱신, 계약갱신권 청구 등으로 계약을 연장한 상태라 임대인의 사기 의도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임차인도 특별법에 따라 구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6월 1일 이후 최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임차인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계약 체결 시 등기사항증명서상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2025년 4월 기준 누적 전세사기 피해 인정 가구는 2만 9540가구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5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날 ‘부동산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개발사업 관리법)’ 제정안과 ‘부동산투자회사법’,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하안전법)’, ‘항공안전법’ 개정안 등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부동산 개발 전반 관리해 건전성 향상
부동산개발사업 관리법의 주 내용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민·관 PF 조정위원회 법정화 등이다. 모두 부동산 PF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부동산 PF는 통상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아파트, 공장, 리조트 등 부동산 개발을 목표로 받는 대출을 뜻한다.
부동산 PF 통합관리시스템은 부동산개발사업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간 부동산 PF 관련 정보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시장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거나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는 부동산 PF 사업 정보를 한곳에서 관리해 시장 모니터링은 물론 지역·사업유형별 공급 현황을 진단하고 특정지역으로의 사업 쏠림 현상 등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 이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 사업은 사업계획과 추진 현황 등을 국토부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부동산개발사업 조정위원회는 개발 사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하고 사업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한 기구다. 현재도 ‘민·관 합동 PF 조정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부족해 법정화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이었다. 이번 제정으로 종전의 위원회는 법정위원회로서 현재 민·관 공동사업에 한정된 조정 대상을 일부 민간사업까지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금융업권별로 운영 중인 PF 대출 시 사업성 평가도 국토부가 평가기준을 정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을 지정해 신뢰도를 높인다. 이를 통해 그간 국내 PF 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온 시공사 및 신탁사의 신용공여 관행을 개선하는 등 PF 시장의 전반적인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운영 통합한 ‘프로젝트 리츠’ 도입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에 따라 안정적인 자본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부터 운영까지 가능한 프로젝트 리츠도 도입된다.
프로젝트 리츠는 개발 단계에 적합하도록 규제를 합리화한 리츠로서 개발 단계와 운영 단계에서 규제를 달리한다. 위험도가 높은 개발 단계에선 신속한 의사결정과 개발전략 등 영업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주식 공모의무와 분산의무 적용을 받지 않는다. 보고사항도 사업투자보고서 제출로 간소화할 수 있다. 다만 임대 등 운영 단계로 가면 영업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를 받은 날로부터 5년 내 공모를 진행해야 한다. 이후부터는 각종 보고·공시 의무를 적용 받는다.
리츠는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자본을 차입할 수 있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친 경우에는 10배까지 가능하다. 그간 부동산 개발사업은 자기자본 규제가 없고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에 의존해왔다. PFV는 자본보다 부채가 더 규모가 큰 구조이고 매각과 분양만이 목적인 한시적인 주체로 장기적으로 부동산 산업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개발과 운영이 통합된 방식의 프로젝트 리츠 도입으로 개발 완료 자산의 취득에 따른 취득세 부담 완화 등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지역 주민에게 리츠 주식 청약자격을 우선 부여할 수 있는 ‘지역상생 리츠’도 도입된다. 리츠는 발행 주식의 30% 이상을 공개 청약한다. 지역상생 리츠는 지역 발전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지역 주민에게 주식 청약 우선권을 부여할 수 있다. 산업단지, 오피스단지 등 우량 부동산의 발생이익을 지역 주민과 나눌 수 있는 제도적 바탕이 마련된 셈이다.
부동산개발사업 관리법 제정안과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싱크홀 예방·항공안전 강화 개정안도
지하안전법은 싱크홀(지반 침하) 예방체계 강화를 위해 개정됐다. 국토부가 지반 침하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에 직권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조사해왔다. 지하안전법은 신속한 지반탐사가 가능하도록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항공안전법 개정안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12월 29일을 ‘항공안전의 날’로 지정하고 항공교통 관제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관제사 자격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공포 6개월 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고유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