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도립공원
주소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32 | 문의 (054)550-8363
문경새재는 경북 문경시를 대표하는 명소다. 조선시대 영남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오가던 고갯길이자 전국 팔도 보부상들이 넘나들었던 옛길이다. 수많은 설화와 옛길 문화를 간직하고 있어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역사·문화의 길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엔 ‘맨발 걷기’ 붐과 함께 맨발 걷기 전국구 성지, 합격 기원 성지로도 주목받는 중이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매력 100선인 ‘로컬100’에 선정된 문경새재를 걸어봤다. 맨발로!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
“조선시대 영남 선비들은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갈 때 아홉 켤레가 넘는 짚신을 갈아 신으며 걸었다고 해요. 당시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과거 길은 죽령·추풍령·조령이 대표적이었는데 죽령은 죽죽 미끄러진다고 해서,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고 해서 선비들이 꺼린 대신 기쁘고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게 된다는 문경(聞慶)이라는 지명의 뜻 때문에 문경새재(조령)를 주로 이용했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문경새재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관도로 죽령이나 추풍령보다 한양까지 가는 데 하루 이틀 정도 빠른 코스이기도 해서 애용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록에 의하면 문경새재를 통하면 한양까지 열나흘, 죽령 길은 보름, 추풍령 길은 열엿새가 걸렸다고 합니다.”
문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에세이스트이자 문경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숙 씨는 문경새재를 두고 ‘옛이야기의 보고(寶庫)’와 같은 곳이라고 했다.
문경새재는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을 잇는 해발 642m의 고개 이름이다. 문경새재를 관통하는 길은 고려시대부터 한양과 영남을 잇는 제1의 대로이자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옛길로 통한다.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 가장 짧은 고갯길이기도 하다. ‘새재’란 이름은 ‘새’와 ‘고개’의 우리말 합성어로 ‘새들도 넘기 힘들어 쉬어간다고 해서 새재라 불렸다’는 설, ‘억새가 많아 새재라 불렸다’는 설 등이 전해진다. 후대에 조령(鳥嶺)이라는 한자 지명이 더 널리 쓰이며 전자의 의미가 익숙하게 알려져 있다.
문경새재 역사 한눈에 ‘옛길박물관’
문경새재 탐방은 문경새재도립공원 초입에 자리한 ‘옛길박물관’에서 시작한다. 조선시대 ‘영남대로’ 역할을 했던 문경새재, 최고(最古) 고갯길인 ‘하늘재’ 등의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우리의 옛길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문경새재박물관을 리모델링해 2009년 재개관한 옛길박물관은 문경의 문화유산부터 고지도, 나침반, 먹과 붓, 자그마한 표주박 등으로 꾸린 선비들의 괴나리봇짐까지 옛길을 테마로 한 다양한 사료를 전시하고 있다.
옛길박물관을 나와 안내지도 한 장 들고 흙길을 따라 영남 제1관문인 주흘관으로 향한다. ‘주흘관’을 시작으로 영남 제2관문인 ‘조곡관’을 거쳐 영남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는 편도 6.5㎞, 왕복 13㎞ 정도 거리다. 온전히 걸어서 왕복할 경우 네댓 시간이 족히 걸린다.
고갯마루인 제3관문 조령관까지는 차량을 엄격히 통제하는 흙길이어서 맨발 걷기 트레킹 코스로 인기다. 1978년 11월 이곳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흙길 보존에 대한 뜻을 전하며 도립공원으로 지정, 조성된 길로 실제 과거 길은 아니다. 중심 길인 새재탐방로를 걷다 보면 ‘옛길’이라 쓰인 작은 표지판이 드문드문 나오는데 안쪽으로 이어진 좁다란 오솔길들이 실제 옛길, 과거 길이다. 새재탐방로보다 날것에 가까운 숲길이 기다리니 일부러 돌아가봐도 좋다.
옛길박물관부터 조령관까지
맨발 걷기의 본격적인 출발점은 사극 촬영지로 유명한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 부근이다. 신발보관함과 세족장이 마련돼 있다. 흙길 바로 옆으로는 계곡이 흐른다. 전날 비가 내려 촉촉함이 더해진 흙길을 맨발로 걸으니 콘크리트 지열에 지쳐 있던 발바닥이 그제야 숨을 쉬는 것 같다. 나무 그늘 아래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잡념이 사라진다. 가는 길엔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린다. ‘현감 구명규의 선정비’, ‘상주목사 이익저의 불망비’ 등 이곳을 거쳐간 관리, 시인 묵객이 남긴 암각문이나 비문부터 문경새재에 서식하는 반딧불이, 어종과 조류에 대한 안내판을 하나하나 살피며 걷다보면 조령원 터, 주막 등을 지나 교귀정에 이른다. 조령원 터는 출장 중 관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시설인 원(院)이 있던 자리다. 조령원 터에서 조금 더 걸으면 선비들과 상인들의 휴식처였을 주막이 나온다. 원형을 토대로 새로 지은 것으로 4~10월 주말 날이 좋을 땐 오전 10시~오후 4시에 떡 메치기, 붓글씨 체험, 전통놀이 등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경상감사의 인수인계 장소였다는 교귀정에 이르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교귀정의 역사와 함께해온 소나무로 마치 여인이 춤을 추는 듯한 독특한 수형을 자랑한다.
교귀정 앞으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지는 계류 용추(용담)가 펼쳐진다. ‘태조 왕건’ 등 사극의 배경으로 종종 등장했던 계곡이다. 너럭바위가 펼쳐져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잠시 쉬어가는 이들도 눈에 띈다. 조선시대 때 산불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한글로 새긴 빨간색 글씨의 ‘조령산불됴심표석비’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문경새재 길의 중간 지점인 영남 제2관문 조곡관까지는 소원탑, 조곡폭포 등이 기다려 지루하지 않게 걸을 만하다. 조곡관까지 편도 3㎞, 왕복 6㎞를 오롯이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이나 조곡관까지 운행하는 전동차(유료)를 편도로 이용해 맨발 걷기로 하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개 전문 트레킹 복장을 하지 않은 탐방객들은 조곡관을 반환점 삼아 하산하는 분위기다. 조곡관을 지나 조령관까지는 낙동강 발원지인 ‘문경새재 초점’, ‘책바위’ 등이 기다린다. 장원급제 전설이 담긴 책바위는 합격 기원 기도처. 수험생을 둔 학부모나 각종 시험을 앞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조령관은 새재탐방로의 정상부에 해당한다. 그야말로 ‘새재’를 지나는 관문이다. 이 조령관을 넘어서면 충북 괴산군 연풍면이다. 이어 하산하는 길이 이어진다. 조령관에서 뒤돌아서면 걸어왔던 길이 발아래에 있다. 높은 곳에 있어서일까.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는 듯 유난히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선비들도 이쯤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지친 다리를 쉬어갔으리라.
문경생태미로공원에서 다양한 미로 찾기
하산 후엔 문경새재도립공원 초입의 계곡 건너편에 있는 ‘문경생태미로공원’에도 들러보자. 문경도자기를 모티브로 만든 ‘도자기미로’, 측백나무 향을 맡으며 출구를 찾아보는 ‘생태미로’, 하트 포토존이 있는 ‘연인의 미로’, 돌담을 쌓아 만든 ‘돌미로’ 등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나무 데크 산책로를 걸으며 탐방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문경새재는 도립공원 구역이다 보니 각 관문 부근에 간단히 요기할 만한 산중 휴게소가 있지만 이렇다 할 식당이나 숙소가 없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 일대에 식당들이 몰려 있는 이유다. 약돌을 먹여 키웠다는 약돌한우와 돼지 구이 냄새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두 손엔 “합격의 기운을 담았다”는 얘기에 홀려 산 마패 모양의 ‘암행어사빵’과 ‘마패떡’이 들려 있었다.
글·사진 박근희 객원기자
박스기사
가볼 만한 경북의 또 다른 ‘로컬100’
청도 운문사
경북 청도군 호거산에 있는 운문사는 문경새재와 함께 경북의 로컬100 중 ‘지역문화매력’에 나란히 선정됐다. 신라 진흥왕 557년에 창건된 후 600년 원광법사가 중창하고 화랑도인 추항과 귀산에게 ‘세속오계’를 내려줌으로써 화랑정신의 발원지가 됐다. 일연이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경북에서 팔공산 갓바위와 함께 기도 터로 잘 알려진 사리암(邪離庵)이 자리한다. 매표소에서 사리암 주차장에 이르는 3.7㎞ 구간의 운문사 솔바람길은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을 품어 청도 관광 9경 중 4경에 꼽힌다. 천연기념물 제180호인 ‘처진소나무’ 외 다수의 국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 승가대학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