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면회를 다녀온 부모들은 대체로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말하는 듯하다. 군대가 좋아졌다는 인상은 정부에서 오랫동안 추진해온 군인 복지정책의 결과다. 국방부는 2006년 군 사회복지를 ‘현직자들에 대한 사기 앙양을 통해 전투력 향상을 도모하고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군 조직 구성원과 그 가족 및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제대 군인에게 정신적·물질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제 급부, 시설 및 활동의 총체’라고 정의했다. ‘한국군 사회복지정책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유흥위, 2008)’에서는 우리나라 군인 복지정책의 변화 과정을 창군 및 전란기, 태동기, 형성기, 성장기, 발전기, 재편·비전기로 구분했다. 이 구분에 따라 군인 복지정책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살펴보자.
창군 및 전란기(1946~1950년대)에는 군인의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주는 수준이라 본격적인 복지정책은 없었다. 정부는 병사들에게 최소한의 의식주를 제공했고 간부와 그 가족에게는 생계를 겨우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지원했다. 6·25전쟁 이후에는 피해 복구에 치중했고 직업군인의 보수도 열악했기 때문에 전쟁으로 발생한 부상자나 그 가족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현대적인 의미의 복지정책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태동기(1960년대)에는 군인 복지정책이 입법화되고 직업군인의 복지 혜택이 사회 일반의 복지 수준보다 높아 우수한 군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군사원호법(1961)을 시작으로 전몰군경유가족법, 상이군경연금법,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법, 군사보험법, 군인연금법이 제정됐다. 1962년에는 계급별 호봉제가 도입됐고, 1964년에는 가족수당이 신설되는 등 장병과 유가족의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복지정책이 추진됐다. 정부에서도 국토방위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는데, 이는 우수한 군 인력을 확보하고 군인 복지정책을 입안하고 입법화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G1970년대 군 내무반 풍경. ⓒ동아DB
형성기(1970년대)에는 군 사회복지제도의 기초가 마련됐다. 1972년 군인자녀교육법이 제정돼 중·고교생 자녀에게 학비를 지원했고, 군인 가족에 대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군 자체적으로도 복지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상여수당(1974), 조정수당(1979), 정근수당(1979)이 신설돼 경제적 복지 수준을 높여나갔다. 우리나라 직업군인의 복지 실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사회보다 앞서 있었다.
성장기(1980년대)에 정부는 군인 복지정책의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부분적 복지를 실행하면서 군 관사 건립 5개년 계획 같은 중·장기 계획도 추진했다. 1981년 원호기금법을 제정함으로써 군인복지 확대의 토대를 마련하는 동시에 같은 해 복지근무지원단을 창설해 각 군별로 복지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했다. 1984년에는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현역은 물론 제대 군인이나 그 가족에게까지 복지 혜택의 범위를 넓혀나갔다. 1984년 제정된 군인공제회법은 군 복지기관인 군인공제회를 설립하는 근거가 됐다. 군인공제회는 군인과 군무원의 효율적인 공제제도를 확립하고 퇴직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후생복지사업을 추진했다.
2000년대 이후 군인 복지정책에 문화 개념 도입
현 정부, 국군외상센터 건립·병상해보험제도 등 실시
발전기(1990년대)에는 군인 복지정책의 중·장기 계획이 수립됐다. 1991년 4월 국방부 인사국 복지과의 기능을 확대해 보건복지국을 창설하고 종합복지정책을 추진했다. 1995년에는 군 복지시설의 운영지침을 마련했고, 군인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전력을 향상한다는 목적에서 군인복지기금법을 제정했다. 1997년에는 제대 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제대 군인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고 조기에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밖에도 이 시기에 고엽제 후유증 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나 참전군인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 무렵에는 군인복지보다 사회복지가 더 나은 수준으로 향상됐다. 군인은 물론 군인의 가족에게까지 복지정책의 영역을 확대한 시기였지만, 사회복지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군에 필요한 우수 인력과 장기 복무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재편·비전기(2000년대)에는 군인복지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경제 질서가 변하고 사회복지 비용도 증가하면서 군인 복지정책에 문화의 개념이 도입됐다. 2005년 8월에는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 제도가 도입됐고, 11월에는 군사회복지사 도입을 위한 군인사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2006년에는 사병 복지와 인권 개선 연구가 시작됐고, 2008년에는 군인복지기본법이 시행됐다. 2008년 9월에는 육해공군 복지단이 국군복지단으로 통합되어 기능을 확대했다.
▶지금은 개인침대를 쓰고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등 병영생활이 크게 개선됐다. ⓒ뉴스1
2008년 수립된 제1차 군인복지기본계획(2009~2012)에 따르면 복지의 영역은 기초복지, 가족복지, 문화복지, 복지 인프라로 구성된다. 기초복지에는 보수·주거 지원, 의료 지원, 전직 지원, 병사 복지 지원과 군인연금 지원이 해당됐다. 제2차 군인복지기본계획(2013~2017)에서는 병 휴가비 인상, 병 후유장해 보상제도 신설, 국군외상센터 건립, 대대급 부대 체육관 건립, 계룡대 문화·복지센터 건립, 전방지역 병사 전용 복지시설 건립 등을 추진함으로써 장병의 사기 진작과 복지 향상을 모색했다. 2014년에는 군 복무 중 사고사를 당할 경우 군인복지기금으로 최대 1억 원까지 보상하는 병상해보험제도가 시행됐고, 임신한 여군을 위한 모성 보호 복지정책도 추진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 2000년대 이전까지 경제적인 복지대책 마련에 중점을 두었다면, 2000년대 중반부터는 문화적 복지 개념을 도입해 군인 복지정책을 전개했다. 군인의 직업 여건이 불리해질수록 국토방위의 최후 보루인 군인의 사기가 저하될 위험성이 커진다. 따라서 국가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과감한 군인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전력 증강 차원에서 복지정책을 시행했을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는 그동안의 경험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군인 복지정책이 진화했을 때 군인들의 애국심도 진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군인 복지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군인에게 자부심이나 자긍심보다 더 강력한 전투력을 없을 테니까.
글· 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PR학회 회장) 201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