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브라질 리우하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 종합순위 10위권 안에 들겠다는목표를 세웠다. 지난 3월 27일 생활체육 중심의 국민생활체육회와 엘리트체육을 육성해온 대한체육회가 합쳐 ‘대한체육회’로 새 출발을 했기 때문에 리우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제대회 메달 획득 위주의 ‘엘리트체육’ 진흥정책으로 상당한 성과를 얻었으며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의 체육정책은 무정책의 시대, 엘리트체육의 시대, 생활체육의 시대를 거쳐왔는데, 우리나라의 엘리트체육 정책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엘리트체육은 1970년대부터 정부에서 추진한 국가적 목표에서 출발했다. 1971년 전국체전개회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스포츠 정신의 생활화를 통해 나라를 위해 언제든 사리를 희생할 줄 아는 진정한 민주시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부가 주도하는 엘리트체육이 급속히 발전했다. 정부는 1972년 체육특기자 제도를 도입했고 우수한 선수를 길러내기 위한 체육전문학교도 개설했다. 정부가 1973년 ‘병역의무의 특별규제에 관한 법률’을제정하자 대한체육회는 1974년 국제대회 입상 가능자의 병역 면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1976년에는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 선수가 첫 금메달을 획득했고, 한국체육대학(현 한국체육대학교)이 대통령령으로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 시기에 현재 모든 메달리스트들이 받고 있는 연금제도가 뿌리를 내렸다. 메달 연금에 대한 현재의 공식 명칭은 ‘경기력향상연구연금’이다. 김택수 제24대 대한체육회장이 1971년에 제안한 이후 1974년 경기력향상연구복지기금 운영 규정이 제정되어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의 메달리스트에 대한 선수 연금제도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1개월 연금은 이사관급 월급인 10만 원, 은메달은 서기관급인 7만 원, 동메달은 사무관의 월급인 5만 원이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를 포함한 19명의 스포츠 영웅이 대상자로 지정돼 1975년 1월부터 혜택을 받았다.
1980년대 접어들어 우리나라 체육정책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정부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를 앞둔 1982년 정부조직법을 개정하고 체육부를 신설했으며, 국민체육진흥법을 전면 개정했다. 정부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금메달 수상자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제공했다. 그리고 체육단체 회장을 재벌 총수에게 맡겨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여자 양궁 대표팀이 8월 8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삼바도로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장혜진, 최미선, 기보배 선수(왼쪽부터)가 시 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이 시기에 메달리스트들이 받는 연금도 크게 인상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981년 연금 지급액을 금장은 12만 원에서 24만원으로 인상했고, 1983년에는 무려 60만 원으로 인상했다. 엘리트체육 진흥정책의 성과였는지 우리나라는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6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국가주의 엘리트체육 정책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제5공화국 정부는 우수한 선수의 확보와 양성, 체육 지도자 양성, 체육의 과학화, 낙후된 체육시설 확장, 체육단체의 조직력 강화 등범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이대회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 등 33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4위를 차지했다.
엘리트체육으로 세계 10위권 경기력 갖춘 나라로 발전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균형 발전정책 필요
정부는 2000년대 중·후반까지 생활체육보다 엘리트체육을 육성하는 데 정책적 지원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선수 연금도 2000년 7월부터는 현재 적용되고 있는 금메달 월정금 최고 지급액을 100만 원으로 정했다. 동시에 연금 점수 90점 이상을 쌓은 선수는 초과하는 점수만큼 일시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기금에는 메달리스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뿐 아니라 경기 지도자 연구비(국제대회의 메달 획득에 공헌한 경기 지도자), 특별보조금, 선수·지도자 보호 지원금, 장애연금, 국외 유학 지원금, 체육장학금 등이 있다. 연금 산정 기준에 따르면 올림픽 금메달이 가장 많은 점수를 받는다. 개당 90점(금), 30점(은), 20점(동) 순이다. 다관왕은 두 개째 금메달부터 개당 20%의 가산점이누적되고, 차기 올림픽 금메달은 가산점 50%다. 올림픽 금메달만 놓고 보았을 때 월정금의 경우 상한액인 월100만 원이 지급된다. 지급 시한은 해당 선수가 사망할 때까지다. 각종 대회별로 주어지는 메달별 연금 점수는 <표〉와 같다.
우리나라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의 금메달 1개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를 따내기까지 불과 1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서울올림픽 이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의 12위를 제외하고는 줄곧 세계 10위권 안의 경기력을 갖춘 나라가 됐다. 더욱이 동양인에게 불리하다고 여겨졌던 수영의 박태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과 이상화 선수가 목에 건 영광의 금메달은 엘리트체육 진흥정책의 돋보이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선수들과 경기 지도자들의 땀과 노력이었다. 또한 엘리트체육을 진흥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온 정부의 지원과 결단도 큰 힘이 됐다.
앞으로 체육과학연구원은 스포츠 과학을 바탕으로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는 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스포츠개발원도 뇌파치료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같은 현대과학을 적용해 양궁, 사격, 체조, 유도, 레슬링, 태권도, 펜싱, 하키, 배드민턴, 탁구, 복싱 같은 11개종목에서 선수들이 빛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엘리트체육은 우리나라의 국위 선양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엘리트체육만 비대해지면 국민 체육의 불균형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균형 발전할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글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PR학회 회장) 201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