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기독교인들만의 기념일이 아니라 세계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축제일로 자리 잡은 예수 탄생일이다. 이즈음이면 캐럴, 발레 '호두까기 인형', 영화 '나 홀로 집에' 등 단골로 등장하는 문화상품들이 있다. 문학에서 꼽자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작품명보다는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으로 더욱 유명한 그 작품 말이다.
사회사업에도 열심인 미국 작가 리처드 폴 에반스가 쓴 소설 〈크리스마스 리스트〉도 전체적으로는 디킨스의 소설과 비슷하다. 한데 현대판 〈크리스마스 캐럴〉에선 교훈보다 감동을 느끼게 되는 점이 차이랄까.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금요일. 미국 유타주의 부동산 개발업자 제임스 키어는 애인과 휴가를 보내려던 숙소에서 자신의 부고를 접한다. '부동산업계 거물, 자동차 사고로 사망'이란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실린 것. 동명이인의 죽음이었지만 인터넷판에 실린 자신의 사망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키어는 충격을 받는다. "만세! 악질 키어가 죽었단다!!"로 시작된 댓글은 온통 악담과 저주투성이였던 것.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키어는 항암치료를 받는 조강지처를 버린 이기적이고 인정머리 없는 인간이고, 고객과 동업자를 등쳐서라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남에게는 전혀 베풀지 않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대오각성한 키어는 비서에게 자신이 상처를 줬던 인물들의 명단을 받아 과거 잘못을 고치려 나선다. 그러니 이 책 제목 〈크리스마스 리스트〉는 '성탄절 방문자 명단'인 셈이다. 땅이나 레스토랑을 뺏기거나 악용당한 주요 '피해자' 다섯 명을 방문하는 중에 키어는 얻어맞기도 하고, 누군가는 실의에 빠져 죽은 사실을 알고 절망하기도 하는데…. 한숨에 젖은 키어에게 비서 린다가 위로를 한다.
"이번 여행을 시작한 이유가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제자리를 찾으셨어요… 뉘우치고 계시잖아요. 제가 용서에 대해 크게 아는 건 없지만 의도가 중요하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아요. 옳은 일을 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건 없다는 사실도요." 이게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아니면 마음을 고쳐먹은 키어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창사 이래 처음 연 회사 성탄절 파티에서 "10년 전에 깨달았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두 번째로 적절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라며 '두 번째 기회'를 역설하는 대목일지 모른다.
그러나 '해피엔딩'이면서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따로 있다. 키어가 자신 때문에 집을 잃은 이혼모에게 사과하며 하는 말 "세상에는 아직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당신처럼 어렵게 살고 있지만 올바르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나가는 영웅들이라고나 할까요"이다.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해주는 이 소설을 읽으면 눈물 한 방울로 정화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크리스마스 리스트 리처드 폴 에반스 지음 | 허지은 옮김 | MBC 씨앤아이 | 316쪽 | 1만3800원
글 ·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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