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진짜 원하는 정책을 만들자. 새 정부는 국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국민은 기꺼이 그 손을 맞잡고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에 동참했다. 국민이 정책을 제안하는 공간 광화문 1번가가 50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광화문 1번가에는 총 16만 건의 살아 있는 민심이 접수됐다. 숨 가쁘게 달려온 50일, 국민들은 광화문 1번가에 어떤 마음을 담았을까.
광화문 1번가가 7월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해단식을 갖고 50일의 대장정을 마쳤다. 해단식에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참석해 뜨거운 민심에 감사를 전했다. 김진표 위원장은 “50일 동안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며 “계속해서 소통을 잘하는 정부로 역사에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매주 토요일 국민마이크를 기획해온 박진 씨는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평화라고 생각한다. 광화문 1번가가 시끄러운 평화를 만들어가는 시작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광화문 1번가는 새로운 정책 수렴 공간으로 기능했다. 국민이 인수위원회가 되어 새 정부에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 정부는 국민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경청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것. 온·오프라인 소통창구를 개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콜센터, 우편, 문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 의견을 접수했다. 50일 동안 광화문 1번가에 접수된 의견은 무려 16만 건(중복 제외)이다. 정부가 국가 정책을 일방적으로 수립하는 게 아니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실험의 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달 방식·의견 달라도 광화문 1번가로 하나 되다!
광화문 1번가에는 항상 국민 정책 경청단이 함께했다. 국민이 서면으로 정책을 제안하는 데서 나아가 다양한 부처 공무원이 현장에 파견돼 직접 의견을 청취했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이면 ‘열린 포럼’이 개최됐다. 민간 전문가와 단체가 직접 기획하고 정책 담당자, 해당 부처 공무원이 초청됐다. 열린 포럼은 총 13회에 걸쳐 창업, 청소년, 외교·안보·통일, 장애인 정책, 마음 건강, 성 평등, 교육, 중장년 취업 등 다양한 분야의 현안을 논의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 대안을 강구해나갔다.
토요일마다 총 5회에 걸쳐 진행된 ‘국민마이크’ 무대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은 짧고 강렬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질서정연하게 주어진 3분의 발언 시간을 이용했다. 열린 포럼과 국민마이크를 통해 전달된 의견은 모두 영상·활자 형태로 기록됐다.
대통령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전달하는 ‘대통령의 서재’에도 책이 빼곡히 꽂혔다. 국정운영에 참고할 만한 내용에 밑줄을 긋고 자신의 생각을 메모지에 남겨두는 방법으로 정책 제안의 또 다른 방법이었다. 접수된 600여 권의 책은 청와대 연풍문으로 옮겨 비치되며 책 목록과 추천 이유도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대통령의 서재 연장선상에서 북 콘서트도 개최됐다. 도서관, 출판인, 독자가 함께 모여 책으로 소통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신선한 시도였다.
광화문 1번가를 찾아 더 깊은 의견을 나누고 싶은 국민은 경청마루를 찾았다. 이곳은 ‘프리리스닝’이 진행되던 곳이다. 주제와 내용에 관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좀 더 깊은 소통이 실현되는 자리였다.
지역에서는 국민인수위원회 in 지자체도 시행됐다. 국민인수위원회가 서울 광화문에서 국민 정책 제안과 의견을 수렴하자 전국 지자체에서도 국민 제안 창구를 개설한 것이다. 경북은 광화문 1번가의 취지를 살려 신도청 1번가까지 만들었다. 지역에서 수렴된 국민 의견은 취합돼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됐다. 이처럼 전달하는 의견도 방식도 달랐지만 국민은 광화문 1번가를 함께 즐겼다.
▶ 광화문 1번가가 7월 12일 50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해단식을 가졌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광화문 1번가 상설화 검토할 것”
광화문 1번가는 50일 동안 멈춰 있지 않았다. 의견을 수렴해 현장에 반영하고 더 많은 국민이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소통 방식을 고민했다. 그 결과 국민의 높은 관심 속에 광화문 1번가에는 총 16만 5000여 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국민인수위원회가 7월 12일 17시까지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정책 제안 15만 4878건, 인재 추천 1610건, 불공정 2528건, 기타 5896건이 접수됐다. 국민 참여도가 가장 높은 창구는 단연 온라인으로 14만 8138건의 의견이 쏟아졌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빛을 발했다. 다음은 콜센터 8077건, 현장 6246건, 우편 2451건 순이었다. 가장 많은 의견이 접수된 분야는 민생·복지·교육(38.56%), 일자리(16.97%), 부정·부패 청산(12.65%) 등이었다. 국민인수위원회 in 지자체에서 접수된 의견은 총 1200여 건이었다. 의견이 가장 활발하게 접수된 곳은 경북 336건, 경기 230건, 전남 165건, 부산 104건 등이었다.
이렇게 50일간 각계각층에서 쏟아진 가지각색의 국민 의견은 2017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였다. 접수 의견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주요 키워드는 ‘일자리’, ‘고용’, ‘청년’, ‘여성’ 등으로 나타났다. 생활 속 피부에 닿는 정책 제안부터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거시적 의견까지 그 범위가 다양했다. 국민인수위원회는 주요 정책 제안 중 30개를 선별해 온라인에 게시했다. 이른바 국민경청보고서다.
제안자 CLOO은 “국가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부기관 및 관련 부처에서 예산의 이월금이 많으면 다음 연도에 예산이 삭감되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 각 기관은 예산이 삭감되지 않게 연말이면 불필요한 물품을 대량 구입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졌다고 한다. 그는 “예산을 아껴 쓰고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한 곳은 불이익보다 칭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생활 작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국민도 있었다. 제안자 정론OO은 ‘지하철 객차 내 치안 강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지하철에서 취객의 난동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를 들며 콜센터(1577-1234)에 연락했지만 대응이 늦어진 점을 꼬집었다. 지하철 내 부착된 콜센터 안내 스티커에는 객차 칸 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아 신고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고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는 콜센터에 전화할 시 즉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접수된 의견에는 중복으로 제기된 것도 많았다. 그만큼 많은 국민이 공통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인수위원회는 온라인에 ‘국민공감보고서’를 마련하고 주요 의견을 게재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일자리·노동 분야에서 010-7472-OOOO 외 3006명이 교직원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육아·교육 분야에서 ‘대입시험 공정성 강화’ 의견도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010-2002-OOOO 외 1829명은 “수시 확대로 내신·학생부 관리를 위해 사교육이 많아지고 있으니 공정한 시험인 수능 비율을 확대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교통·건축·국토 분야에서 행복OO 외 419명은 신호등 카운트다운제를 제안했다. 현재 신호등은 신호가 바뀌는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자동차 꼬리 물기 현상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카운트다운제를 운용하면 신호 변경 시점을 운전자가 인지하고 사고 발생 위험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 새 정부에 바라는 마음을 담아 50일간 국민들이 작성한 메모지가 한자리에 전시됐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광화문 1번가를 통해 접수된 의견은 앞으로 50일간 정리·분석 과정을 거친다. 검토를 통해 정책화할 의견을 정교하게 발굴하고 정부 부처와 각 소관기관이 함께 정책 반영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 8월 말 최종보고서를 국민에게 보고하고 대통령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타운홀 미팅’이 예정돼 있다.
국민인수위원회는 국민과 정부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른바 광화문 1번가의 상설화다.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은 “앞으로도 소통하는 정부로서 국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 광화문 1번가와 같은 플랫폼이 상시적 제도로 국민 속에 생활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