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은 국민이었다. 취임 직후 국민인수위원회를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서울 세종로 한글공원 열린광장 내 ‘광화문1번가’를 운영하면서 국민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왔다. 50일간 이어진 오프라인 부스는 없어졌지만,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 창구는 온라인에계속 운영되고 있다.
“한창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는 광화문에만 오면 이유 없이 화가 났다. 정권이 바뀌고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곳이 그때와 같은 공간인가 싶을 정도로 다른 감정을 느낀다”, “며칠 전에 없어졌지만 ‘광화문1번가’의 파란 천막을 보면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정부가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당연한 일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정권교체 이후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진 것 같다. 뭔가 희망을 품고 있다고 할까. 말하지 않아도 다 같이 열심히 해보자는 에너지,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곳 광장이 정부의 것, 당신들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 내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정부가 바뀌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은 변화의 시간이었다. 임기 5년 중 100일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 속에서 국민이 체감한 변화의 폭은 대단했다. 제왕적이고 권위적인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열린 소통 의지와 국민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광화문에서 만난 국민들에게서 “비로소 내가 나라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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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말하고 정부가 듣는 ‘광화문1번가’
광화문은 이번 정부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취임 당시 ‘광화문 대통령’을 표방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광화문 광장은 정권교체의 주역인 국민이 함께 촛불을 들었던 직접민주주의의 상징이다. 그 광장의 정신을 살려 국민으로부터 다양한 정책을 제안 받고 토론하고 또 소통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명제에 충실하려는 의지가 담긴 첫 번째 행보가 ‘광화문 1번가’로 상징되는 국민인수위원회다. 정식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된 문재인정부는 국민 모두가 인수위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인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동시에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온·오프라인 정책참여 공간인 ‘광화문1번가’도 오픈했다. ‘국민이 정권을 인수한다’는 개념으로 새 정부 인수위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광화문1번가’는 후보 시절 운영하던 ‘문재인1번가’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정책 제안 플랫폼이다.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국민과 양방향으로 정책을 소통하는 동시에 서울 세종로 한글공원에 마련된 오프라인 열린 공간에서 정책 접수를 받았다.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국민 대변인 역할을 한 소통위원과 공무원이 상주하면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5월 25일 온·오프라인 형태로 공식 출범한 후 활동 50일 만인 7월 12일 활동을 공식 종료할 때까지 광화문1번가에 접수된 제안들은 22만여 건이다. 국민 의견의 주요 키워드는 일자리, 고용, 청년, 여성, 기업, 학교, 교사, 비정규직 등이다. 사회적 약자(장애인, 아동, 청소년)의 복지 개선안, 일자리 확충, 창업 지원, 비정규직 해소, 안전교육 강화 등도 있다. 이 정책 제안은 8월 말 최종 보고대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부스에서 정책 제안을 해본 적이 있다는 한 직장인은 “미세먼지 관련 아이디어를 냈는데 절차가 간단하고 쉬워서 좋았다”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발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많아 다른 분들의 제안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똑똑한 국민들이 많으니 우리나라의 미래에 희망이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온라인으로 정책 제안을 했다는 한 대학생은 “이렇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준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정부가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50일간 국민제안 22만여 건, 소통이 생활화됐다
국정운영을 국민과 함께하고자 하는 문재인정부의 의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광화문1번가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반응에 정부는 상설화를 검토 중이다. 7월 24일 해단식에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광화문1번가를 통해 접수된 정책 제안의 숫자를 보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이 얼마나 뜨거운지 절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은 “국민이 말하고 정부가 들었던 광화문1번가는 새 정부의 소통행정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소통하는 정부로서 국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 ‘광화문1번가’와 같은 플랫폼이 상시적인 제도로 국민 속에 생활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지난 50일 동안 과연 얼마나 많은 분이 정책 제안을 해주실까. 공간은 만들었는데 콘텐츠가 채워지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만여 건이라는 제안을 보면서 장이 없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었던 것이지 할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단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정책의 모든 포커스는 국민에 맞춰져 있다.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 아닌 나라의 주인이자 정치의 실질적인 주체로 존재한다. 그동안 ‘나’를 대표하지 못했던 기존 정치의 한계를 넘어 국민 개개인이 권력의 생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목표다. 광화문1번가를 제도화하는 방안 역시 이런 기조의 일환이다.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정부가 되길”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문재인정부의 행보가 참으로 기쁘고, 그 행보에 미세하게나마 함께할 수 있어서 참 뿌듯했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국민을 생각하는 새 정부를 기대해봅니다.” 공공프로젝트 에이전시 ㈜비타민컴 정수진 대표는 광화문1번가 현장에서 전체 운영총괄 및 기획프로그램 진행을 담당했다. 광화문1번가를 찾는 국민들이 불편함 없이 제안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전체 안내를 담당하고, 열린포럼, 국민마이크, 북 콘서트 등 기획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반의 운영을 맡았다. “국민들의 눈물을 보았고 한없이 억울한 마음들이 보여 진행하는 내내 마음이 아팠어요. 그 억울한 사연들을 하나하나 전부를 해결할 수 없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이 생겨야 할 것 같습니다.”
실무자로 국민과의 소통을 경험한 정 대표는 “정책 제안 반영이나 민원 처리 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광화문1번가가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수진(43·공공프로젝트 에이전시 ㈜비타민컴 대표)
임언영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