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해외 직접구매 대상 품목을 확대해 소비재 수입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병행수입과 해외 직접구매 등 대안적 수입 경로를 활용한 수입품이 전체 소비재 수입액의 10퍼센트까지 늘어나면 수입제품의 판매가격이 10~20퍼센트가량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9일 오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소비재 수입 시장 구조가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면서 수입가격과 판매가격의 격차가 2~5배로 벌어지고 외국과 비교 시 판매가격도 10~40퍼센트 높다고 보고 병행수입과 해외 직접구매 등 대안적 수입 경로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우선 통관인증제도에 대한 진입장벽을 즉시 완화해 병행수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통관인증제는 병행수입 물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제고 차원에서 적법하게 통관 절차를 거친 물품에 관세청이 통관정보(수입자 및 통관 일자)를 담은 QR코드를 부착해 인증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품목 및 상표 수가 제한적이고 자격 제한도 지나치게 엄격해 당초 기대보다 활용도가 저조한 게 사실이었다.
이에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상표 위주로 대상 상표와 품목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의류·신발이 중심이 된 236개 상표에 자동차부품, 소형가전, 화장품, 자전거, 캠핑용품 등을 추가해 350여 개로 확대한다. 통관체 선정 기준도 완화한다. 선정 기준 중 ‘최근 2년 내, 매년 1회 이상 병행수입물품 통관 실적’을 ‘최초 병행수입 후 6개월 경과’로 완화함에 따라 기존에 탈락한 40여 개 업체를 포함해 1년 후 약 100여 개 업체가 추가 선정(현재 122개, 내년 230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목록통관제 대상 전자상거래 50퍼센트 이상 확대
해외 직접구매(이하 해외직구)도 수입신고 간소화 대상을 확대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는 방지체계를 강화하여 활성화하기로 했다.
해외직구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관련 제도 정비가 미흡해 신속한 통관이 어렵고 소비자 피해 방지책도 부족해 반품수수료 부당 청구나 환불, 배송 지연 등의 피해 사례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00달러 이하 해외직구 품목에 한해 통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목록통관 대상을 현행 의류·신발 등 6개 품목에서 식·의약품을 제외한 전체 소비재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전체 전자상거래의 34퍼센트 수준인 목록통관제 대상이 50퍼센트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목록통관제를 적용하면 통관 기간은 최대 3일에서 반나절로 줄고 건당 4천원인 관세사 수수료도 없어져 해외직구가 쉬워질 전망이다. 일부 업체를 대상으로 했던 특별통관업체 지정을 폐지하고 세관장에게 신고만 하면 누구나 목록통관을 적용받도록 규제도 완화된다.
또한 병행수입과 해외직구 등 대안 수입 활성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통관인증업체가 위조상품을 취급하면 인증업체 지정을 즉시 취소하기로 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쉽게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병행수입협회 차원의 공동 AS센터 기반을 구축하고 중소·영세업체의 참여 기반 확대 차원에서 독점 수입업자가 병행수입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법 위반사항을 적발하면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다.
대부분의 해외직구는 포털사이트의 카페·블로그 등을 활용해 이뤄지는데, 이에 대한 포털사업자의 관리 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 위법 카페 및 블로그, 사이트에 대한 자체적 제재방안 마련이 의무화되며 인터넷 통관포털(UNIPASS)을 통해 일반인도 반품 때 손쉽게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정부는 병행수입·해외직구 등 대안적 수입 경로를 활성화해 전체 소비재 수입액이 지난해 3조원에서 2017년 8조원으로 늘어나 전체 수입액 대비 비중이 5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독점 수입으로 고가를 유지하는 아동복과 신발, 캠핑용품 등에 대한 병행수입 거래로 인해 제품 판매가격이 평균 10~20퍼센트 정도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김상호 기자 2014.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