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양육 대한아파트 302호에 사는 워킹맘 희망이 엄마. 이웃집 전업주부 301호 행복이 엄마와 주말마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올해부터 시작된 만 0~5세 무상보육 이야기로 서로 교환할 정보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희망이는 만 5세, 행복이는 만 4세입니다. 나이는 다르지만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지원받게 됐습니다.
희망이 엄마와 행복이 엄마는 2월 1일 누리과정 보육료를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일이 바쁜 희망이 엄마는 온라인 신청(www.bokjiro.go.kr)을 하고 행복이 엄마는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신청할 예정입니다. 소득하위 70퍼센트에 해당하지 않아 보육료를 받지 못했던 가정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엄마들은 그저 어려운 사람을 위한 보육료 지원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희망이가 만 5세가 되어 보육료 지원 차례가 오기만 기다리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0~5세 무상보육정책으로 소득에 관계없이 양육비를 지원받게 됐습니다. 엄마들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무상보육입니다. 희망이 엄마와 행복이 엄마도 평소 친한 동네 엄마들과 무상보육 이야기를 자주 나눕니다. 엄마들은 올해부터 지원받게 될 보육료가 얼마인지 꼼꼼하게 따져봅니다.
양육수당은 8,810억원으로 늘었고, 보육료는 2조5,982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희망이가 받는 보육료는 매달 22만원, 국·공립유치원에 가는 행복이가 받는 보육료는 월 6만원입니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만 3~5세 자녀를 기르는 소득하위 70% 가정은 양육보조금으로 월 10만원씩 받게 됩니다. 특히 만 0~2세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은 보육시설 이용과 관계없이 10만~20만원을 받게 됩니다.
요즘 만나는 엄마들마다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제야 아이 키우는 맛이 난다는 겁니다. 그동안 치열한 경쟁률로 인해 아이들이 원하는 유치원에 입학하지 못하던 일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올해에만 국·공립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 육아종합지원센터 101곳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희망이네 위층에 사는 밝음이·희돌이네도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맞벌이 부부인 402호 밝음이 엄마는 초등학생 밝음이가 늘 혼자 집에 있는 것이 불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밝음이 엄마는 올해부터 가구당 돌봄시간을 대폭 확대한 초등학생 아이돌봄서비스를 받아보려고 합니다. 밝음이를 돌봐달라고 매번 신세를 지던 친정어머니에 대한 마음의 부담도 한결 덜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밝음이가 혼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401호 희돌이 엄마는 올해 예정된 둘째 출산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기쁜 마음이 크지만 한편으로 고민도 있었습니다. 첫 아이 희돌이가 미숙아로 태어났기 때문에 둘째마저 미숙아로 태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입니다.
기쁨 반 걱정 반으로 불러오는 배를 바라보던 희돌이 엄마는 올해 정부의 미숙아의료비 지원이 166억원으로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영·유아 건강관리까지 강화한다고 하니 믿음을 가지고 둘째를 낳아볼 생각입니다.
아빠들은 무심할지 모르지만 엄마들은 압니다. 이런 지원이 얼마나 살림에 도움이 되는지를요. 정부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안도감과 ‘복지국가’에 산다는 것이 실감 납니다. 아이 키울만해졌다는 엄마들의 이야기꽃은 그칠 줄 모릅니다.
대학교육 행복이 이모인 대학생 지혜(22) 씨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득하위 30퍼센트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었던 국가장학금이 올해는 소득하위 80퍼센트까지 받을 수 있게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대학생을 위한 국가장학금이 2조7,750억원으로 늘어 등록금 부담이 절반 넘게 줄어든 겁니다.
지혜 씨는 학기중에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부모님의 등록금 부담을 더는 데 열심입니다. 하지만 2학년 때부터 받기 시작한 학자금 대출은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든든장학금과 일반상환학자금의 대출금리가 2.9퍼센트까지 낮아졌고, 장학재단이 출연하는 대출금리 인하 지원은 469억원으로 확대됐다고 합니다. 막내로서 부모님과 형제·자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던 지혜 씨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보육교사 희망이가 다니는 사립유치원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이혜진(27) 씨는 요즘 월급통장을 열어 보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올해부터 근무환경 개선비 명목으로 월 12만원씩 수령액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근무환경개선비가 나오면서 혜진 씨의 얼굴이 한층 환해졌습니다. 이제는 정말 보육교사를 평생 업으로 삼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풍요로운 삶은 아니지만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정부가 교사들을 지원해주는 만큼 아이들을 더욱 사랑으로 보살펴야겠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듭니다.
글·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