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언맨이다.’ 지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렇게 외치며 지구를 구한다. 예정된 줄거리지만 아이언맨(Iron Man)이 지구를 구해내면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이언맨이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잖아, 저절로 그런 마음이 든다. 아이언맨은 지구를 사랑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초영웅이다. 그는 세상을 혼돈에 빠뜨리고 부정을 저지르려는 적국의 스파이나 테러조직, 기업가들과 광범위한 싸움을 영웅적으로 전개한다. 위기 국면마다 특별한 아머(Armor, 갑옷)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돌파한다. 자기력을 증폭시켜 총알을 휘어지게 하는 그레이 아머, 땅굴을 팔 수 있는 트랜지스터 동력 드릴은 물론 비행 능력까지 과시하는 골든 어벤저, 강력한 추진장치로 우주 공간으로의 비행이 가능한 스페이스 아머, 상황에 따라 헬멧이나글로브, 부츠 등을 자유롭게 탈·부착할 수 있게 설계된 모듈러 아머, 목표물을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는 컴퓨터가 탑재된 레토르 아머, 그 인공지능이 진화한 결과인 센트언트 아머 등등….
이른바 경이로운 초영웅 시대를 예고한 것은 1961년 ‘판타스틱 포(Fantastic Four)’였다. 이후 ‘헐크’, ‘스파이더맨’, ‘앤트맨’, ‘토르’를 거쳐 아이언맨에 이르기까지 초영웅들의 이야기는 시시하고 진부한 세상살이에 순간적이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기제였다. 현실적이라기보다는 가상적인 이야기지만, 그가상현실에서나마 현실의 좌절을 넘어설 수 있는 허구적 지렛대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혹은 좀비와도같은 어두운 현실이었기에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초영웅의 경이적 행위를 통해 허구적으로나마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개재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지구는 아이언맨 같은 초영웅들을 필요로 한 듯 보였고, 그러기에 공상과학(SF) 만화나 영화에서 끊임없이 제작돼 지구촌의 많은 곳에서 인기를 끌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언맨이 단지 허구적 상상력의 소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견지한 과학자들에 의해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는 듯하다.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실제 아이언맨의 탄생을 예고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반신 마비 환자들을 다시 걸을 수 있게 만들었다. 브라질 정부가 참여한 ‘다시 걷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연구를 수행한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쾌거를 거뒀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하반신 마비 환자 8명을 대상으로 1년간 외골격 로봇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재활훈련을 시도했다. 그들은 모두 의학적으로 재활 불가능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었다. 그러나 임상 결과 그중 7명이 두 다리에 감각이 돌아왔다. 게다가 근육이 재생되면서 무릎을 굽히는 운동 능력까지 회복된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뇌파를 읽는 헬멧을 환자에게 씌운 뒤 걷는 상상을 반복하게 하면서, 그동안 가상현실 장비를 착용시켜 실제로 걸을 때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제공했는데, 그것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아이언맨의 아머를 일부나마 현실화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다시 걷게 한다는 것. 다시 뛰고 다시 날게 한다는 것. 그것은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기적 같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신체적 측면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상처받은 사람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 버림받아 맺힌 사람들, 그 모든 이들을 위한 ‘다시’ 프로젝트가 다각적으로 수행되면 좋겠다. ‘나는 아이언맨이다’를 단지 영화에서 관람하는 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많은 이들이 ‘다시’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당당하게 "나는 아이언맨이다"라고 외칠 수 있는 그런 풍경들을 떠올려본다.
글 ·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평론가) 2016.08.22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