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햇볕이 뜨겁다. 여름은 매해 조금씩 더 일찍 찾아오는 듯하다. 더위를 쫓는 데 열정적으로 레포츠를 즐기는 이상의 왕도는 없다. 래프팅에서 집트랙과 서핑까지 전국 각지의 레포츠 명소를 찾았다. 가족과 함께 우리의 삶이 가진 뜨거운 열정을 알아가기 좋은 기회다.
물살을 가르고 공기를 뚫고
강원 인제군 내린천 래프팅 & 집트랙
내린천은 강원 홍천군 내면과 인제군 기린면의 첫 글자를 딴 이름이다. 오대산에서 발원해 소양강으로 흘러든다. 곳곳에 기암괴석과 계곡의 맑은 물빛이 조화롭다. 그 비경은 드라이브만으로도 어렵잖게 마주할 수 있다. 물론 그보다 짜릿한 신명은 물길 위에 몸을 맡길 때 생겨난다.
내린천은 우리나라에서 래프팅이 처음 선보인 곳이다. 코스 난이도가 다양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도전한다. 몇 년 사이 가족 단위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여럿이 호흡을 맞춰야 하니 일체감을 갖기에 알맞다. 급류의 짜릿한 스릴과 쾌감 그리고 강사의 미션 또한 재미를 더한다.
▶ 래프팅의 명소 강원 인제군 내린천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모습.
새로운 레포츠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리버버깅을 권한다. 리버버깅은 노를 사용하지 않고 손과 발로 물살을 가른다. 버그라 불리는 U자형의 1인승 보트를 이용하며, 오리발과 글러브를 착용한다. 래프팅과 튜브의 결합이다. 초보자도 빨리 배울 수 있다. 최근에는 ATV(All-Terrain Vehicle : 4륜 오토바이)나 서바이벌, 바비큐 등을 결합한 패키지 형태가 늘었다. 취향대로 선택할 일이다.
▶ 인제 내린천 집트랙.
수변공원에서는 집트랙(Zip Track)도 경험한다. 집트랙(집라인)은 와이어를 타고 숲과 계곡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레포츠다. 내린천 집트랙은 코스 난이도에 따라 체험(583m), 모험(349.5m), 도전(926.4m) 코스로 나뉜다.
information
강원 인제군 인제읍 내린천로 5893 내린천 수변공원/033-460-2170(인제군관광정보센터), 033-462-0701,3(집트랙)/tour.inje.go.kr(인제군 문화관광), www.ziptrack.co.kr(집트랙)
tip 같이 가볼 만한 곳
내린천 수변공원에서 약 5km 거리에 원대리 자작나무숲(033-460-8036)이 있다. 1974년부터 1995년까지 20여 년 동안 조성한 69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반긴다. 수변공원에서 35km거리에는 인제 아이언웨이가 자리한다. 빌레이케이블, 스탬플 등을 이용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암벽등반이다. 82m 높이의 매바위 인공폭포를 오른다.
높이 올라 비봉을 품다
충북 제천시 청풍호관광모노레일과 청풍랜드 익스트림레포츠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는 1985년 충주댐이 건설되며 생겨난 인공 호수다. 주변에 비봉산, 금수산, 적성산 등이 호위하듯 자리한다. 한 폭의 그림 같다. 청풍호 주변의 자연 경관을 조금 더 특별하게 보는 방법도 있다. 청풍호관광모노레일과 청풍랜드 익스트림레포츠다.
▶ 제천 청풍호관광모노레일.
청풍호관광모노레일을 타면 해발고도 531m의 비봉산 정상을 오를 수 있다. 비봉산은 한 마리 봉황이 날아오르는 형상을 닮아 그리 부른다. 모노레일은 한 대가 6인승이다. 주황색의 아담한 모양이라 아이들이 좋아한다. 정상까지 거리는 3km로 약 23분이 걸린다. 좌우 개방형이라 자연을 감상하며 이동한다. 숲속에 동물 형상의 조각품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레일의 경사가 가팔라진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르듯 제법 스릴이 느껴진다. 산행이 어려운 노약자에게 유용하다.
정상 전망대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겸해 꽤 넓다. 무엇보다 사방의 풍광과 청풍호 전경이 압권이다. 남과 북으로는 월악산과 박달산, 감악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서쪽 청풍호의 물길은 산과 산 사이를 지나 동쪽의 작성산과 금수산으로 옮겨간다. 악어섬 같은 재미난 지형도 있다. ‘내륙의 바다’라거나 ‘내륙의 알프스’라는 말을 실감한다. 청풍호관광모노레일은 인기가 높다. 예약을 해야 안심할 수 있다.
▶ 제천 청풍랜드 빅스윙.
모노레일보다 좀 더 화끈한 레포츠를 원한다면 청풍랜드다. 호수 바로 옆에 케이블코스터, 번지점프, 이젝션시트, 빅스윙 등을 갖췄다. 번지점프대는 높이가 무려 62m다. 설치 당시 국내 최고였다. 마치 청풍호 위로 뛰어내리는 것 같다. 케이블코스터는 일종의 집트랙이다. 호수 위를 날아간다. 빅스윙은 2인에서 4인까지 같이 체험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도전해봄직하다. 80m의 반원 거리를 왕복하는데 슈퍼맨처럼 하늘을 나는 듯하다. 아래쪽에 청풍호가 보여 한층 흥을 돋운다.
information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명월로 879-17(청풍호관광모노레일)/043-653-5120~4(청풍호관광모노레일), 043-648-4151(청풍랜드)/tour.jecheon.go.kr(제천시 문화관광), www.bigbungee.com(청풍랜드)
tip 같이 가볼 만한 곳
청풍랜드 만남의 광장에서 바라보는 청풍호 방면으로 지는 노을은 장관이다. 청풍랜드의 입구 역할을 하지만 일몰 때는 만남의 광장이 주인공이다. 청풍호 주변으로는 자드락길이 지난다. 자드락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의미한다. 청풍호 주변에 7개 코스가 열렸다. 청풍랜드 만남의 광장은 자드락 1코스에 해당한다.
레일바이크 타고 바다로, 모노레일 타고 동굴로
강원 삼척시 해양레일바이크와 동굴트레킹
동해는 아련한 그리움이다. 경북 울진에서 강원 강릉을 지나 고성까지 ‘7번국도’가 내달린다. 한때는 가장 로맨틱한 드라이브 코스였다. 이제는 ‘낭만가도’라는 이름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연인의 낭만이 7번국도에 깃들었다면 가족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삼척의 해양레일바이크다.
▶ 삼척 해양레일바이크.
문경, 정선 등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곳은 많다. 주로 내륙의 폐철로를 오간다. 삼척 해양레일바이크는 조금 다르다. 폐철로라는 점은 같지만 바다를 끼고 달린다. 적당히 구색을 갖춘 바다가 아니다. 7번국도보다 더 자주 바다가 보인다. 탑승은 궁촌정거장(궁촌역)과 용화정거장(용화역)에서 이뤄진다. 궁촌정거장 탑승자는 용화정거장에서, 용화정거장 탑승자는 궁촌정거장에서 내린다. 두 역 사이 거리는 5.4km다. 약 1시간 거리다. 중간에 간이휴게소가 있어 레일바이크에서 내려 잠깐 쉬기도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갈 때는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삼척해양레일바이크는 2인승과 4인승 두 종류가 있다. 일정 간격을 두고 순서대로 출발한다. 최고 시속은 20km다. 앞차를 추월할 수 없어 절로 느긋하다. 일부 오르막 구간은 전기로 이동해 아이들이 타기에도 무리가 없다. 먼저 궁촌정거장을 출발하면 약 300m의 해송길이다. 푸른 소나무가 도열해 그늘을 드리운다. 짧은 숲이 열리고 닫히며 바다를 숨기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한다.
중간 지점인 초곡휴게소에서는 레일바이크에서 내려 15분간 쉴 수 있다. 그때도 자연스레 바다와 눈을 맞출 수 있다. 초곡휴게소에서 용화정거장 사이는 동굴이 연이어 등장한다. 총 1.5km 구간으로 황영조터널, 신비의 해저터널, 축제의 동굴 등의 주제 아래 디오라마와 루미나리에 등으로 장식했다. 말 그대로 환상특급인 셈이다. 종점에서는 무인 촬영 시스템이 촬영한 사진을 확인한다. 레일바이크 중간에 포토존 표시가 있으니 지날 때 표정에 신경을 쓸 일이다.
여름날 삼척에서 꼭 해야 할 레저 여행은 또 있다. 동굴 트레킹이다. 삼척은 동굴의 고장이다. 그 가운데 대금굴과 환선굴을 돌아본다. 두 동굴 역시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을 이용한다. 대금굴은 환선굴에 비하면 아기자기하다. 고개를 숙여 걷기도 하고 잰걸음으로 걷기도 한다. 석순, 종유석, 동굴진주 등도 한층 가깝다.
information
강원 삼척시 근덕면 고왕양길2(궁촌정거장), 용화해변길23(용화정거장)/033-576-0657(삼척해양레일바이크), 033-541-7600~2(대금굴)/www.oceanrailbike.com(삼척해양레일바이크), samcheok.mainticket.co.kr(대금굴)
tip 같이 가볼 만한 곳
용화정거장 남쪽에는 지난 4월 1일 수로부인 헌화공원이 문을 열었다. 수로부인을 주제로 조성한 공원이다. 맑은 날에는 울릉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삼척해수욕장에서 삼척항까지 4.6km 구간은 새천년해안도로라 불린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하나다. 드라이브에 제격이다.
이제 서핑이 대세!
부산광역시 송정해수욕장의 서핑
서핑은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이용해 즐기는 레포츠다. 서퍼들은 서프보드 위에서 파도를 타며 묘기를 부린다. 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버킷리스트로 서핑을 손꼽는다. 그간 우리나라는 서핑과 무관했다. 호주의 골드코스트나 미국의 하와이 등이 서퍼들의 성지로 유명세를 떨쳤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서핑을 즐기는 이들과 서핑스쿨 등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강원 양양과 부산의 송정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 송정해수욕장은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곳이다. 일 년 내내 바람이 불어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다. 예전부터 서퍼들의 활동이 활발했다. 도심과 가까운 장점도 작용했다. 지난 2012년부터는 서핑스쿨이 하나둘 들어섰다. 현재는 서핑 장비를 대여하고 서핑을 가르치는 서핑존을 이룬다. 해안에서 서핑을 즐기는 이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 송정해수욕장의 서퍼.
서핑스쿨에서는 1일차 체험에서 전문 강습까지 수준별 교육이 이뤄진다. 먼저 간단한 이론과 장비에 관해 교육받는다. 이후 패들링, 푸시업, 테이크오프의 단계별 지상 훈련을 거쳐 물속으로 들어가 라이딩을 배운다. 서프보드 위에 일어서는 건 2~3시간 교육만으로 충분하다. 3일 정도 교육을 받으면 서프보드를 빌려 개인훈련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젊은이들만의 해양레포츠로 여길 까닭도 없다. 가족 단위로 배워볼 만하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배울 수 있는 해양레포츠로 제격이다. 물때의 영향도 비교적 적다. 슈트나 서프보드 등의 장비는 현지에서 대여해준다. 수영을 못해도 배울 수 있다.
information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변로50(서프홀릭), 송정해변로54(송정서핑학교)/051-701-4851(서프홀릭), 051-704-0664(송정서핑학교)/www.surfholic.co.kr(서프홀릭), www.surfschool.co.kr(송정서핑학교)
tip 같이 가볼 만한 곳
송정해수욕장 가까이에는 동해남부선이 지나는 옛 송정역이 있다. 동해남부선이 폐선되며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동해남부선 철도 역시 동해남부선 옛길로 거듭났다. 미포와 송정역 사이 철길을 산책하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하늘에서 본 제주도
제주도 패러글라이딩과 함덕해변의 카약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이다. 천혜의 자연이요 여행의 섬이다. 비행기가 제주공항에 다다를 때면 창문 밖으로 그 풍경을 탐해 고개를 내밀게 된다. 제주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도 풍경이 압권이기 때문이다.
제주는 제주올레길이 열린 후로 트레킹이 주를 이뤘다. 많은 이들이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사람을 만나고 제주의 땅을 느꼈다. 하지만 낱낱의 풍경을 전경으로 안고 싶은 욕망은 또 어찌할까. 그러니 한 번쯤 제주의 하늘 길을 열어보는 것도 좋겠다. 더구나 가족이 함께 떠난 여행이라면 아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 제주 패러글라이딩.
제주에는 섬 곳곳에 활공장이 있다. 그 가운데 서우봉, 군산, 금악, 다랑쉬오름 등이 잘 알려졌다. 서우봉은 함덕해변 옆에 있다. 함덕은 물빛이 아름다운 바다다. 군산은 모슬포와 산방산, 중문 일대를 아우른다. 금악은 협재해변에서 멀지 않다. 차가 활공장 근처까지 올라간다. 다랑쉬오름은 동북부의 오름을 아우른다. 저마다 다른 하늘의 경관을 뽐낸다. 사방 어디에서나 보이는 한라산은 말해 무엇할까.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여행의 일정을 고려해 짜는 게 좋다. 짧은 여행은 조종사와 함께하는 2인 1조 체험 비행을 권한다. 패러글라이딩을 배운다기보다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늘을 나는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도전해볼 만하다. 장기 여행자라면 직접 패러글라이딩을 배워볼 만하다. 3~5일 정도 교육을 받으면 패러글라이딩 비행이 가능하다. 제주의 하늘 위에서 원하는 방향의 원하는 풍경을 좇을 수 있다. 제주에서 만끽하는 자유다.
하늘 길을 열고 바닷길에 관심이 생길 때는 함덕해변이나 쇠소깍을 찾는다. 함덕해변에선 카약을 타고 바다 위를 노닐고, 쇠소깍에선 투명카약을 타고 용천수가 바다를 만나 이룬 물길의 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다.
information
cafe.daum.net/jejufreemanpara(제주패러글라이딩스쿨), cafe.daum.net/jejulovepara(제주하늘을날다) www.jejutour.go.kr(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064-740-6000~1(제주관광공사)
tip 같이 가볼 만한 곳
활공장 역할을 하는 군산과 다랑쉬오름은 패러글라이딩을 하지 않더라도 다녀올 만하다. 군산은 제주의 숨은 전망 오름이다. 한라산에서 중문까지 제주 섬의 4분의 1을 한눈에 안는다. 다랑쉬오름은 동북부의 대표 오름이다. 아끈다랑쉬오름과 짝을 이룬다. 한라산과 일대의 오름군, 성산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글/사진 · 박상준 (여행작가) 201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