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서울의 평범한 아파트 단지다. 특별한 게 있다면 집집마다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뿐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홍릉동부아파트는 371세대 중 357세대가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하고 자가발전을 실천하고 있다. 그 비율은 96%다.
▶ 서울 홍릉동부아파트에 설치된 태양광 미니발전기. 홍릉동부아파트 총 371세대 중 357세대가 태양광 미니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태양광이 거의 모든 가구에 보급된 계기는 한 주민의 자발적 설치에서 시작됐다.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한 모습은 호기심을 사기 충분했다. 주민들은 태양광 시설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고 그는 설치 후 무엇보다 전기요금이 절약됐다고 설명했다. 환경도 생각하고 전기요금도 아끼고 일석이조였다. 전 주민이 이러한 효과를 나누면 어떨까, 입주자대표회의는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가구당 63만 원.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더구나 주민에게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그 결과 서울시에서 40만 원, 동대문구에서 10만 원의 지원금을 보조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도 가정마다 13만 원의 비용이 소요됐다.논의 끝에 주민 자부담 비용은 아파트 수익사업 잉여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결정에 주민들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지난 3월부터 설치를 시작했고 장기 해외 체류자, 설치 시간이 어긋난 주민과 막연한 거부감을 가진 극소수의 주민을 제외하고 모든 가정에 태양광 미니발전소가 설치됐다. 이 과정에서 단지 내 유실수 등으로 햇빛이 많이 들지 않는 1~3층 저층세대를 배려했다.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앵커형으로 설치한 것이다. 즉 음영지역 세대들도 동참할 수 있게 방법을 강구했다. 저층과 옥상을 연결하는 추가 비용이 필요했지만 같은 단지 주민이 고루 혜택 받을 수 있게 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우리 단지는 82㎥(25평형), 109㎥(33평형)로 2~4인 가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후 평균 1만 3000원의 전기요금이 절약됐다. 처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주민들도 눈에 보이는 감소에 긍정적인 반응으로 바뀌었다. 우리 아파트 사례는 에너지 자립마을의 선도 모델로 홍보됐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사례가 이례적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홍릉동부아파트는 ‘2017년 서울시 환경상’ 대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대외적으로 에너지 절약 실천을 인정받자 수상에 대한 상금도 생겼다. 에너지 자립마을로 선정돼 지원금도 받게 됐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상금을 다시 주민을 위한 시설에 투자했다. 엘리베이터, 지하 주차장, 관리사무소 등의 센서등을 LED로 교체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공동 전기요금을 낮추며 그 몫을 주민을 위한 시설 개선에 다시 돌렸다.
이제 우리는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하지 않고 한여름 무더위에 부담 없이 에어컨도 켤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먼 미래의 에너지원으로만 생각했는데 우리 스스로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는 전 세대의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차후에는 경로당, 아파트 상가 등으로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을 확대하고 그 이익을 또다시 주민을 위해 나눌 계획이다. 이와 같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환경에 대한 걱정을 한다. 다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어렵지 않다. 재생에너지 사용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작은 행동 하나가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를 위한 큰 행동이 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탈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이슈가 되는 시점에서 더욱 의미가 클 것이다. 태양광 발전소 설치, 결코 어렵지 않다.
이용수 | 서울 홍릉동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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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