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하 2터미널)로 가는 도로는 깨끗하게 정비돼 있었다. 시원하게 뻗은 진입도로는 넓고 쾌적했다. 단순하게 구획된 도로는 두 여객터미널 사이를 헷갈려 잘못 진입할 여지 따위는 전혀 없었다. 혹 길을 잘못 들었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이사이 1터미널로 우회할 수 있는 출구가 여러 개 있기 때문이다.
2터미널에 점점 가까워오자 그 거대한 위용이 느껴졌다. 2터미널의 외관은 제1여객터미널(이하 1터미널)과 닮은 듯 다른 인상을 풍긴다. 전체적인 모습은 비슷하지만 2터미널의 외관 디자인은 ‘봉황’을 모티프로 했다는 점이 다르다. 봉황의 날개가 건물을 감싸고 있는 형상으로 부드럽고 유려하다. 봉황은 성군의 출현이나 태평성대를 상징한다.
▶ 제2여객터미널 건물 외관은 봉황의 날개가 건물을 감싸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태평성대를 상징한다. ⓒC영상미디어
인천국제공항이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허브 공항으로서 자리매김하면서 세계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을 표현하고자 봉황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외관 디자인으로 사용했다. 보통 2터미널은 1터미널을 보완하고자 추가로 지은 공항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2터미널의 시설과 규모, 운영을 살펴보면 새로운 공항이 하나 더 생겼다고 보는 게 맞다. 일단 위치부터가 1터미널과 직선거리로 2.5km 떨어져 있는 데다 체크인·보안검색·출도착 등 항공여행의 전 과정이 독립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2터미널은 항공 동맹 스카이팀인 대한항공, 델타, 에어프랑스, KLM의 탑승객을 위한 별도의 터미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해 있는 스타얼라이언스와 외항사, 저가항공사 탑승객은 기존 1터미널을 이용한다. 2터미널은 1터미널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버스, 철도 등을 이용해 갈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영종대교나 인천대교를 타면 된다. 공항입구JCT와 공항신도시JCT에서 2터미널까지 11분가량 소요된다. 버스는 대부분 1터미널을 거쳐 2터미널로 가는데 대략 17~18분 정도 더 소요되기 때문에 이용시간에 착오가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공항철도도 1터미널 역을 거쳐 2터미널로 가기 때문에 6~7분 정도 더 걸린다. 개장 초반 1, 2터미널을 착각하는 이용객들을 우려해 인천공항은 1, 2터미널 간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탑승 위치는 1터미널 3층 8번 출입문, 2터미널 3층 4, 5번 출입문 사이로 운행 간격은 5분이다. 2터미널은 유리로 된 외관 모습만 보면 1터미널과 비슷하지만 3층 출국장으로 들어서면서 받는 인상은 매우 다르다. 훨씬 높아진 층고는 실내이면서도 실외에 있는 듯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2터미널 중앙부의 천장은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는 걸 보는 모습을 띤 유리창으로 디자인돼 웅장하다. 실제 2터미널의 출국장과 입국장 및 보안검색장 대기 구역은 기존보다 약 세 배 확대됐다. 층고도 1터미널보다 4m 높게 설계됐다. 게다가 천장이 유리로 돼 있어 곳곳에 자연 채광이 들어와 한층 밝고 쾌적하다. 2터미널은 자연 채광과 자연 환기 등을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 소비도 40%가량 절감한다.
최첨단 시설 통해 확 줄인 입·출국 수속 시간
▶ 1 셀프 서비스 존이 한층 강화되었다. 2 최첨단 정보통신(ICT)기술을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이 이용객들의 편리를 도모한다. 3 지하 1층에 버스·철도 환승클러스터가 조성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
다. ⓒC영상미디어
출국장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중앙에 위치한 ‘셀프서비스 존’이다. 여기에 직접 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는 무인탑승수속기기 키오스크(KIOSK)와 스스로 짐을 탁송할 수 있는 셀프 백 드롭(Self Bag Drop) 기기가 일렬로 나란히 서 있다. 직접 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는 자동화기기로 출국 수속에 드는 시간을 대폭 단축해준다. 셀프 백 드롭 기기의 경우 투명한 ‘통’ 안에 가방을 넣고 여권 및 탑승권을 스캔만 하면 될 정도로 사용법이 쉽다. 2터미널이 1터미널에 비해 도착 소요 시간이 더 걸려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2터미널은 최첨단 시설 확충으로 터미널의 핵심 역할인 ‘입출국 수속’이 1터미널에 비해 훨씬 빨라 터미널 도착 소요 시간을 완전히 상쇄해준다.
2터미널은 1터미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무인탑승수속기기 키오스크 숫자가 많다. 셀프 서비스 존에 22대, 일반 카운터에 20대, 수하물 탁송 전용 카운터에 20대 등 총 62대가 배치돼 있다. 이는 승객 100만 명당 3.4개꼴로 승객 100만 명당 1.7개(92개 배치)에 불과한 1터미널의 두 배에 이르는 셈이다. 또 이용객이 직접 짐을 탁송할 수 있는 셀프 백 드롭 기기도 34대나 배치됐다.
그뿐만 아니라 출국 보안검색 시간도 대폭 줄어들었다. 외국 공항에서 보던 원형 검색기가 24대나 설치돼 보안은 강화하면서 검색 시간은 짧아졌다. 인천국제공항은 이 같은 최첨단 기기를 통해 출국 수속 시간은 1터미널에 비해 약 20여 분가량 줄였다고 설명했다.
카운터는 A부터 H까지 있는데, A카운터는 일등석 및 비즈니스석 승객을 위한 전용 카운터고, B카운터는 대한항공 모닝캄, F카운터는 델타, KLM, 에어프랑스가 사용한다. 대한항공 단체 여객 승객들은 H카운터를 이용하고 나머지 카운터는 대한항공 일반석 승객들에게 배정된다. 체크인 시 수화물 벨트 높이를 기존 270mm에서 100mm로 낮춰 수화물 부칠 때 짐을 드는 수고를 한결 덜었다.
면세점은 크게 DF1(향수·화장품), DF2(주류·담배·포장식품), DF3(패션·잡화) 등 층별로 품목이 구분돼 있다. 샤넬 부티크 매장이 자리 잡은 3층은 패션·잡화 구역으로 명품 브랜드 20여 개 매장이 밀집한 ‘하이부티크 스트리트’로 만들어졌다.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쇼핑이 끝났다면 이젠 식도락이다. 사실 지금까지 공항 음식점이라고 하면 비싸고 맛은 그저 그런 음식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2터미널은 완전히 다르다. 입점 음식점에 가장 공을 들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 대표 맛집들이 대거 입점했다. 대표적으로 지하 1층 한옥 푸드코트 ‘한식미담길’에는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유명 서대문 김치찜 맛집 ‘한옥집’, 의정부 명물 부대찌개집 ‘오뎅식당’ 등이 있고, 단독 매장으로는 어묵베이커리 부산 삼진어묵, 뉴욕 수제버거 전문점 쉐이크쉑이 들어선다. 3층 서쪽 구역에는 서울 망원동 유명 떡집 경기떡집이 자리 잡고 공항 출입객에게 한국의 떡 맛을 선보인다. 그뿐만 아니다. 미식가들이 오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미슐랭 가이드 2스타 레스토랑인 정식당을 이끄는 임정식 셰프의 한식당 ‘평화옥 by 임정식’이 있다.
즐거운 쇼핑과 맛있는 식도락 순례를 끝냈더라도 비행기 탑승 시간이 남아 있다면 2터미널에는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들이 많다. 공항 양쪽 끝 동·서쪽을 중심으로 편의시설이 구성돼 있다. 유료 라운지, 수면의자에서 쉴 수 있는 슬리핑 파드, 디지털 라이브러리, 디지털 짐, 마사지 및 샤워시설에 스포츠 및 게임 공간까지 다양한 환승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잠을 청하기에 좋은 릴랙싱 체어가 40개 가까이 놓인 슬리핑 파드는 1터미널에 이어 많은 환승객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무료로 먼저 맡는 사람이 임자다. 또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탁 트인 상설 문화 공간 ‘그레이트 홀’, 미디어월과 실내외 대규모 조경 등은 제2여객터미널의 또 다른 자랑이다.
초일류 공항이 선사하는 섬세한 서비스
굳이 다른 시설을 이용하지 않더라고 환승 편의시설 인근에서 산책하기도 좋다. 요즘 곳곳에 식물이나 화분으로 포인트를 주는 ‘플랜트 인테리어’가 유행인데, 2터미널에서 만나볼 수 있다. 벤자민고무나무, 대만고무나무, 해피트리, 바고무나무 등이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 채광과 어우러져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항 노드 정원에서는 뮤지컬 등 문화행사가 매일 10차례씩 열린다.
마지막으로 2터미널 입국장은 1터미널과 마찬가지로 1층에 있다. 1터미널엔 6개의 출구가 있지만 2터미널엔 2개로 대폭 줄였다. 2터미널의 편의시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 가운데 하나는 무엇보다 교통센터다. 버스를 이용해 2터미널에 올 때는 1터미널과 마찬가지로 3층 출국장에서 하차한다. 하지만 2터미널로 입국 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 1층 입국장 밖이 아니라 지하 1층으로 간다. 2터미널 지하 1층에는 버스, 공항철도, KTX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집결해놓은 버스·철도 환승클러스터가 조성돼 있어 매우 편리하다. 버스의 경우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실내에서 버스 번호, 노선, 스케줄 등이 표시되는 대형 전광판을 보고 버스가 도착했을 때 해당 승차장으로 나가면 된다. 야외인 승차장에도 차양이 길게 설치돼 비가 와도 우산이 필요 없다. 최첨단 기술이 빚어낸 다양한 편의시설과 이용자 중심의 섬세한 서비스로 중무장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초일류 공항으로 자리매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기억해두면 좋은 제2여객터미널 이용 tip
1 무료 셔틀버스로 1, 2터미널 간 자유롭게 이동하세요
터미널을 잘못 찾았더라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5~10분 간격으로 무료 셔틀을 운행하기 때문이다. 셔틀버스 탑승 위치는 1터미널의 경우 3층 중앙 8번 출구, 2터미널은 3층 4번과 5번 출구 사이다.
2 패스트트랙(Fast Track), 동·서측 양쪽에 있어요
교통약자(보행상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유·소아 등) 및 사회적 기여자를 위한 전용 출국장인 패스트트랙이 2터미널 동·서편 양쪽에 각 1개소씩 마련돼 있다.
3 아이들과 활주로와 비행기 구경하려면 전망대로 가세요
아이들에게 활주로와 비행기를 보여주고 싶다면 동·서쪽 끝 ‘윙 팁(Wing Tip)’으로 가보자. 탁 트인 전면 유리창을 통해 2터미널의 활주로와 관제탑, 항공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5층에 위치한 전망대는 항공기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 공항의 역사, 특징, 공항 내 명소 등을 소개하는 곳으로 조성돼 있어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공간이기도 하다.
4 24시간 면세점은 3층 출국장 동편에 있어요
3층 출국장 보호구역 동편에 24시간 영업하는 6개의 면세 매장이 운영된다. 향수·화장품, 주류·담배, 정관장, 패션·액세서리, 전자·완구, 선글라스 등의 품목이 구비돼 있어 밤 쇼핑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5 환승객을 위한 터미널 이동은 셔틀트레인으로 하세요
환승을 위해 터미널 간 이동을 해야 하는 환승객들은 보안구역 내에서 셔틀트레인을 타면 된다. 현재 1터미널과 별도로 탑승동을 오가는 셔틀트레인 노선이 2터미널까지 연장된다.
6 24시간 캡슐호텔은 지하 1층 교통센터에 있어요
1터미널과 같은 캡슐호텔 ‘다락’이 지하 1층 교통센터에 총 60실 규모로 들어선다. 워커힐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운영과 비용 등은 1터미널과 비슷하다. 3시간 단위로 결제 가능.
강은진│위클리 공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