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펠침투!" 절도 있는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모형헬기 계단을 오르는 중년의 여인들. 11m 높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기만 하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맺힌다. 숨 깊게 들이쉬고 "하나 둘 셋!", 몇 번이고 뛰어보려 하지만 좀처럼 용기가 나질 않는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동아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아들 사랑해!"를 외치며 과감히 몸을 던지는 이들. 엄마들의 헌병특임대 체험 현장이다.
▶ 지난 3월 22일 제51보병사단 헌병특임대를 찾은 두 엄마 김미경 · 신화순 씨가 아들들과 함께 레펠 훈련을 받고 있다.
남자들이 입대 후 가장 그리워하는 존재 '엄마'. 그런 엄마도 항상 '아들' 생각뿐이다. 3월 22일 제51보병사단 헌병특임대에서 엄마와 아들이 함께하는 1박 2일간의 병영체험이 진행됐다. 모자(母子)가 자리를 같이한 병영 생활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현대 국방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이 특별한 병영체험은 국방TV '엄마 군대 가다 시즌2' 제작팀이 함께했다.
처음 입어보는 낯선 군복이지만 제법 잘 어울린다. 카리스마 넘치는 교관의 구호에 발맞춰 이동도 해본다. 강도 높은 체력측정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곧 보게 될 아들을 생각하면 즐겁기만 하다. 이날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군부대에 등장한 두 사람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이 부대에서 임무 수행 중인 박천규(21) 상병의 어머니 김미경(48·충남 천안시) 씨와 한용준(21) 상병의 어머니 신화순(44·경남 창원시) 씨다.
▶ 제51보병사단 박천규 상병과 어머니 김미경 씨(왼쪽), 한용준 상병과 어머니 신화순 씨(오른쪽).
아들 볼 생각에 밤잠 설쳐
강도 높은 체력 테스트 거쳐 입대
두 엄마는 아들을 군에 보내고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다. 집에서 거리가 멀어 자주 오지도 못했기에 아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병영체험을 하고 아들까지 볼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곧바로 시작된 체력측정. "어머니들, 위험 수준입니다. 분발하지 않으면 집에 가셔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아들아 내가 왔다, 파이팅!" 윗몸 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를 하고 운동장 1.5km를 완주해야 하는 상황. 오랜만에 하는 운동이라 그런지 숨도 차고 몸이 무겁다.
하지만 아들 볼 생각에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잘하는 엄마와 잘 못하는 엄마의 희비가 엇갈리며 김미경 씨가 탈락의 위기를 맞이했지만 아들을 만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두 엄마 모두 입대 통과!
제51보병사단 헌병특임대 오정근 특임대장은 "1박 2일 동안 안전한 가운데 뜻깊은 체험이 되었으면 좋겠고, 더불어 대원들도 엄마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두 엄마의 군 생활을 응원했다. 두 엄마는 원래부터 알고 지낸 전우처럼 환상의 호흡을 보였다. 촬영 중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두 손 꼭 잡고 이야기꽃을 피우는가 하면, 어려운 훈련 상황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전우애를 보이기도 했다.
드디어 엄마와 아들의 깜짝 만남 시간. "우리는 친구 같은 엄마"라며 눈물 따위는 흘리지 않겠다던 엄마들이었지만, 아들을 만나는 순간 엄마와 아들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용준 상병은 "익숙한 뒷모습이 있어서 봤는데 진짜 어머니가 계셔서 놀랐고, 순간 울컥했다"면서 "특별한 만남인 만큼 더욱 군인다운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사격 등 강도 높은 훈련
"화기애애한 부대 분위기에 안심"
탕 탕 탕! "어머! 명중이다." 신기한 듯 감탄사를 연발하는 엄마들. 구호와 자세는 어설퍼 보여도 대테러 실제 사격훈련에서는 두 엄마 모두 100%의 명중률을 보였다. 훈련을 받을 때만큼은 여느 대원 못지 않게 진지하다. 엄마들은 진짜 총은 아니지만 재미있고 신기하다며 특히 아들과 함께하니 더욱 보람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공무술 훈련과 역레펠 등 현란한 기술을 선보인 헌병특임대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고된 훈련을 무사히 마친 엄마와 아들은 생활관에 입소하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신화순 씨는 "보고 싶었던 아들을 만나서 같이 훈련하고 밥도 같이 먹으니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식사 후 엄마들은 아들의 생활관 동기들을 소개받으며 헌병특임대 생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등 서로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부모님께 보내는 영상편지를 찍는 시간에는 모두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한 엄마와 아들은 부대 내 도서관에 있는 소원 적는 나무 앞에서 평상시 해보지 못했던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박천규 상병은 "서로의 소원에 대해 얘기하니 엄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이번 병영체험은 레펠 훈련, 특공무술 훈련 등 강도 높은 전투기술 훈련과 대테러 작전 상황 등 특수부대 훈련을 맛볼 수 있는 일정으로 이뤄졌다. 주인공 엄마들은 헌병특임대원으로서의 훈련을 끝까지 수행했다.
1박 2일의 짧지만 소중했던 체험을 수행한 엄마들은 "난생처음 받아보는 군 훈련에 몸은 힘들었지만 국방의 의무를 온몸으로 체험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막상 부대에 와보니 잔디구장, 북카페, 영상 공중전화기 등 편의시설이 좋고 부대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며 "군에 자식을 보낸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이 무작정 걱정하기보다는 안심하고 군 생활을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제51보병사단 이승주 헌병대장과 대원들.
한편 제51보병사단 헌병특임대는 헌병 특수임무대 경연대회에서 3년 연속 1등을 할 만큼 우수한 자원이 모인 부대로 유명하다. 헌병특수임무대 헌병대장 이승주 중령은 "우리 육군 헌병특임대는 유사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전투기술을 연마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방TV 이상배 방송부장은 "'엄마 군대 가다 시즌2'는 어머니와 자식이 함께하는 병영체험을 통해 선진 병영의 참 모습을 발견하고 소통하는 열린 공감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 양질의 병영 공감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 · 박지혜 (위클리 공감 객원기자) / 사진 · 홍태식 201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