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검찰청 형사1부 김나영 수사관입니다. 몇 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어서 연락드렸는데, 통화 가능하십니까?"
금융 범죄에 연루됐다며 검찰에서 걸려오는 한 통의 전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사기 전화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5월 19일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까지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국민들이 녹음한 사기범의 전화 목소리를 신고받아 신·변종 수법 등을 공개하고 이를 '그놈 목소리'로 알려왔지만, 단순히 사기범의 목소리를 그대로 공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금감원과 국과수는 첨단 과학수사기법인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에 의한 성문(聲紋) 분석을 활용해 사기범의 전화 목소리를 과학적, 체계적으로 분석해 공개하기로 했다. 국과수 법공학부 디지털분석과에서 최첨단 과학수사기법을 활용해 사기범의 전화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 수차례 신고된 동일(목소리가 같은) 사기범은 총 9명이었다. 신고 횟수별로 여성 1명은 네 차례, 여성 2명은 세 차례, 남성 3명과 여성 3명은 두 차례였다.
국과수, 기계학습에 의한 성문 분석 도입
기존 예방대책에서 한 발 나아가 사기범 검거도 기대
금감원과 국과수는 성문 분석을 통해 적출한 동일 사기범의 목소리를 이전에 공개한 '그놈 목소리'와 구별하기 위해 '바로 이 목소리'라는 명칭으로 분류했다. 그놈 목소리 시즌2인 셈이다. 아울러 앞으로 추가 신고되는 사기범의 전화 목소리에 대해서도 성문 분석을 실시해 '바로 이 목소리'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고 지속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바로 이 목소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이 목소리를 동영상(UCC) 등으로 만들어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 보이스피싱 콜센터 소재 국가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한 전용 누리집 '보이스피싱 지킴이(phishing-keeper.fss.or.kr)'와 각종 누리소통망(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배포하고, 별도 CD로 제작해 대한노인회, 여성·농어민단체 등 정보 취약계층에 집중 보급하기로 했다.
또한 중국 내 많은 회원을 보유한 인터넷 한인 커뮤니티에 '바로 이 목소리' 제보 관련 홍보 동영상을 배너로 게시하기로 했다. 또 금감원 베이징사무소, 주중 한국대사관 등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콜센터 소재 국가의 한인 지역사회에 집중 홍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바로 이 목소리'의 실제 사기범을 제보하고 검거로 이어진 경우 금융권 공동으로 1000만 원의 신고포상금을 지급한다. '보이스피싱 지킴이' 누리집을 통해서도 제보할 수 있다. 검색창에 '보이스피싱 지킴이'를 입력해도 접근 가능하다.
'바로 이 목소리' 특징은?
사례① 금융 범죄에 연루됐다며 검찰 사칭
"사건에 연루된 혐의가 있어서요. 저희 검찰로 오셔서 조사를 받으셔야 되는데, 시간이 언제 나시죠?"
사례② 명의 도용 사건에 연루됐다며 검찰 사칭
"조사를 위해 몇 가지 확인차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최근 1년 사이에 신분증, 여권, 운전면허증을 분실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사례③ 내 명의로 된 대포통장 언급
"금융사기단을 검거했는데요. 검거 현장에서 본인 명의의 대포통장이 발견되어 연락을 드렸어요."
사례④ 수사관 사칭하며 경찰서 나와 확인하라고 강요
"지금 보이스피싱으로 보이십니까? 지금 본인 명의의 통장 2개가 있으니까 나와서 확인해보면 될 거 아니에요?"
사례⑤ 수사관 사칭하며 압수물품 언급
"저희가 사건 현장에서 압수를 했는데요, 문제는 이 압수물품 중에 본인 명의로 된 은행 통장이 발견되어 연락드린 겁니다."
글 · 두경아 (위클리 공감 객원기자) 201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