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기 랄리베르테는 유럽 전역을 돌며 아코디언 연주와 불쇼를 하던 거리의 곡예사였다. 그는 서커스단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1982년 극작가 다니엘 고티에와 함께 ‘하이힐 클럽’이란 거리 광대단을 조직했다.
2년 뒤인 1984년 캐나다 퀘벡주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태양의 서커스’를 출범시켰다. 그는 당시 외면받던 서커스를 되살리기 위해 동물조련사와 곡예사 등 고전 서커스 요소를 버리고 발레, 연극, 뮤지컬 등을 접목했다. 탄탄한 스토리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랄리베르테의 서커스는 현대 문화콘텐츠로 거듭났다. ‘태양의 서커스’ 누적 관객 수는 1억 명. 한 해 순수익은 8억 달러(약 8700억 원)에 달한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랄리베르테의 재산은 25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다.
▷ 2월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 CJ E&M센터에서 열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창조융합센터를 방문해 창작뮤지컬 PD, 배우들과 함께했다.
정부와 CJ그룹 등 64개 기관이 추진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는 ‘한국판 랄리베르테’를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정부와 기업이 힘을 보태 비즈니스 모델로 열매 맺도록 키워주는 모태라고 할 수 있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2017년까지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K-컬처밸리(K-Culture Valley)’ 등 문화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신시장 창출로 이어지는 아이디어 빅뱅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는 별개로 2018년까지 제주 중문단지에 2000석 규모의 융·복합 공연장을 짓는 것도 추진 중이다. 민관이 만드는 공연장과 연계해 문화콘텐츠를 관광 프로그램과 적극적으로 결합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창조융합센터 ▶ 콘텐츠 기획·개발
2월 11일 서울 상암 CJ E&M 1, 2층에 문을 연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융합벨트의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전체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육성과 기획, 제작, 유통, 소비 중 기획 기능을 수행한다. 투자자 연결과 해외 판로 개척도 일부 지원한다.
요점은 랄리베르테의 경우처럼 ‘돈 없는 창작자’와 ‘투자자’가 만나 상업적 완성도가 높은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만으로도 센터를 활용하고 콘텐츠로 완성해 일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창작의 기회로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융·복합 콘텐츠 기획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스토리, 기존 창작물, 글로벌 문화 트렌드 등에 대한 집적된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한다. 준프로급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최종 완성하거나 성장을 하는 데 필요한 분야별 최고전문가로부터의 일대일 멘토링도 지원한다.
일례로 방송계의 스타 PD나 작가가 정식 데뷔를 희망하는 작가 지망생의 기획안을 멘토링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창작자들이 갖추기 힘든 실제 상업용 콘텐츠 제작에 사용되는 전문 장비와 시설을 제공해 완성도 높은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모션스튜디오를 이용해 비보이의 춤을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구현하는 것이 한 예다.
문화창조벤처단지 ▶ 콘텐츠 제작·사업화
올해 말 서울 다동 한국관광공사 건물에 조성하는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콘텐츠 분야의 신생 기업과 중소기업이 입주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무실과 제작시설을 제공한다. 제작 콘텐츠에 대한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 지원도 해준다.
또한 법률상담, 컨설팅, 홍보 등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17층 건물로 조성되는 문화창조벤처단지는 1, 2층은 콘텐츠 시연공간으로, 3층은 제작공간으로 활용된다.
이와 함께 11, 12층에는 문화 콘텐츠 종합비즈니스센터 등이 조성되며, 13~17층은 창업·벤처기업 입주공간으로 쓰이게 된다.
문화창조아카데미 ▶ 인재 육성
정부는 내년 말 서울 홍릉 산업연구원(KIET) 부지에 연구개발(R&D),인재 육성을 담당하는 문화창조아카데미를 조성한다. 민간이나 기존 교육기관이 하기 힘든 이종 분야의 교차교육과 실습, 융합기술 개발 지원 등의 일을 수행한다.
아울러 이종 분야 간 교차교육과 실습을 통해 융·복합 콘텐츠 창작자와 공연 인재의 저변 확대를 꾀한다. 문화 장르 간 융합과 정보기술(IT), 농업, 관광, 의료, 제조 등 다른 산업과 접목한 커리큘럼도 운영한다.
융·복합 문화콘텐츠 구현에 필요한 융합 기술(음향, 조명, 디스플레이, 특수효과 등)에 대한 R&D를 지원해 다양한 콘텐츠 기획을 뒷받침하고, 문화콘텐츠와 관련한 융합 기술을 연구하며, 기존 R&D 성과물을 통합 관리하고 확산한다.
K-컬처밸리 ▶ 콘텐츠 구현
CJ그룹 주도의 민간 컨소시엄이 약 1조 원을 투자해 2017년 말까지 한류월드 부지 10만 평에 콘텐츠파크와 상설공연장, 글로벌 한류문화 체험공간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다음은 신한류의 메카로 기대를 받는 K-컬처밸리의 3년 후 모습이다.
2018년 봄 경기 고양시. ‘한류 월드’로 통하는 곳이다. 앞서 고양시에는 K-컬처밸리가 문을 열었다. 체험형 한류 콘텐츠파크와 1500석 규모의 상설공연장, 글로벌 한류 체험공간 등이 밸리를 대표한다.
특히 한국판 ‘태양의 서커스’라 할 ‘난타’와 같은 융·복합 공연을 위해 특화된 공연장은 기술력과 웅장함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서울의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같은 다목적 공연시설은 국내에 몇 곳 있지만 이곳처럼 융·복합 공연을 위해 마련된 상설무대는 없었다.
덕분에 이 상설공연장은 한류 콘텐츠 제작 촉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뉴욕의 ‘브로드웨이’, 영국의 ‘웨스트엔드’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컬처밸리에는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과 생산이 이뤄지는 스튜디오는 물론 주요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한류 콘텐츠파크도 조성돼 있다.
또 한류 콘텐츠를 접목한 숙박·식음료·상품 판매시설을 갖춰 글로벌 한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놓은 ‘한류 스트리트’가 마련돼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다. K-컬처밸리 조성에 따른 경제 효과는 국내 한류에 대한 기대감을 높게 한다. 2015년부터 10년간 총 25조 원의 경제 효과와 17만 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자금 지원방안
6000억 원 규모 펀드 조성
정책금융 통해 2000억 지원
정부의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자금 지원방안은 크게 투자, 투·융자 및 보증, 컨설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투자의 경우 융합 콘텐츠 및 창업·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6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이를 구체화하면 문화체육관광부(100억 원), CJ(50억 원), 유망서비스업 지원펀드(150억 원) 등이 매칭 출자로 문화콘텐츠 프로젝트 투자펀드를 조성하게 된다. 더불어 문화콘텐츠 기업 성장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청(100억 원), CJ(50억 원), 유망서비스업 지원펀드(150억 원) 등이 매칭 출자로 신규 펀드를 조성한다.
투·융자 및 보증과 관련해서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2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 이에 중소기업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은 프로젝트 또는 기업에 직간접 투자와 대출을 지원하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문화콘텐츠 수출기업에 대한 수출 프로젝트 제작자금 등 수출 금융을 지원한다.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은 프로젝트 보증 및 우대보증 등을 제공한다.
콘텐츠 창업·벤처기업 대상 금융 컨설팅의 경우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이 기업의 성장단계별 종합 컨설팅 지원을 맡고, 콘텐츠 프로젝트 및 기업의 해외 진출 종합 컨설팅은 수출입은행이 지원한다.
글 · 박길명 (위클리 공감 기자) 20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