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3일이면 어김없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저작권료가 통장에 들어온다. 10월에 통장에 찍힌 금액은 3만9,150원이다.
“겨우 그거밖에 안 돼?”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작사활동을 접은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내 통장을 찾아주는 고마운 돈이다.
2000년 12월 11일은 내가 처음으로 작사한 앨범이 세상에 선을 보인 날이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MBC 시트콤 <세 친구>의 주인공 윤다훈·박상면·정웅인이 가수로 데뷔했던 곡 <그날처럼>의 노랫말을 지은 것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저작권료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몇 달 후 처음 통장에 찍힌 금액은 1만원이었다. <세 친구>는 큰 인기를 모았지만 정작 주인공들의 ‘가수활동’이 거의 없었던 터라 그 돈밖에 안 들어온 것이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에 데뷔한 걸그룹 ‘신비’의 데뷔곡 와 가 노래방에 등장하면서 비로소 통장에 매달 100만원이 들어왔다. 보아의 정규 2집 앨범에 수록된 <마이 지니>가 인기를 모았을 때도 꽤 수입이 짭짤했던 것 같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의 ‘2014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 합법시장 규모는 출판 4조8,555억원, 방송 3조5,470억원, 영화 2조2,788억원, 게임 1조297억원, 음악 8,612억원 등 모두 12조6천억원이다.
2008년 8조4,124억원과 비교하면 6년 새 50퍼센트 이상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저작권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08년 온·오프라인을 합쳐 2조4,235억원이던 피해 누적액은 지난해까지 총 13조9,065억원에 이르렀다. 이에 몇 년 전부터 다른 나라들처럼 복수의 대중음악저작권협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왔지만 아직까지는 지지부진하다. 10여 년 전 내 ‘명함’은 저작권 관리회사인 ‘한국가요발전소’의 실장 겸 작사가였다. 그때만 해도 내 주위에는 수많은 작곡가·작사가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핑클의 <나우>, 유승준의 <찾길 바래> 등의 작사가인 홍지유 씨 정도만이 한우물을 파고 있을 뿐이다.
아쉽긴 하지만 3만9,150원이라는 저작권료가 정기적으로 입금되는 것은 저작권제도가 정착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적지만 내게는 의미 있고 소중한 3만9,150원이다. 저작권제도의 발전적인 개선을 기대해 본다.
글·임수철 사업가·전 작사가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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