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게 뭐야?” “이게 말 머리뼈래.” “으엑~징그럽다~.”
청동기 시대의 말 머리뼈를 바라보는 김종부(11), 김지언(8) 두 남매의 대화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전시회를 찾은 남매는 “말의 종류가 정말 많다”며 연신 감탄했다.
2014년 갑오년, 말의 해를 기념한 전시가 열렸다. 15년 전부터 해마다 띠동물 주제의 전시를 개최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이 말띠 특별전 ‘힘찬 질주, 말’전을 열었다.
우리 역사에서 말은 하늘의 뜻을 전하는 신성하고 상서로운 동물이었다. 이번 전시는 말의 다양한 역사와 의미를 재조명했다.
입구에서부터 말이 힘차게 달리는 디지털 영상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말과 관련된 다양한 민속유물이 벽을 둘러싸고 전시돼 있다. 20세기 제주도 목장에서 말의 사육을 담당하던 목동 ‘마테우리’가 쓰던 개가죽 방한모 <마테우리 모자>부터 말을 길들이는 데 썼던 재갈과 편자들, 안장이 놓여 있다. 한민족의 반려동물이었던 말과 인간과의 교감을 의미한다. 조선 후기에 쓰여진 <마경초집언해>는 말의 질병과 치료방법에 대한 기록을 요약해 언문으로 해석한 책으로 말을 길렀던 시대상황을 잘 드러낸다.
과거 말은 신분이 높은 사람만 탈 수 있었다. 말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과거 모습들을 그린 병풍도 있다. 암수 두 마리의 말이 노니는 그림 <곤마도>는 부부 금실과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조선 말기 및 근대 초기의 문인화가 지운영(1852~1935)이 그린 <유하마도>는 버드나무 아래 말의 진취적인 기상과 권위를 보여준다.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염경화 학예관은 “버드나무는 유구함이나 왕조와 같은 안식처를 상징하며 그 아래 휴식을 취하는 말은 왕조에 대한 충성과 벼슬을 의미한다”면서 “말은 신분과 권위의 상징이었다”고 덧붙였다.
말은 신분과 권위의 상징… 신의 대리자로 인식하기도
전통적으로 신의 대리자로 인식된 말들은 신격화된 독특한 형상을 띠었다. 악귀와 병마를 쫓는 부적 <신마부>가 대표적이다. <모란괴석도 말 그림>은 불교에서 저승세계를 관장하는 건물인 명부전에 놓인 모란괴석도의 일부다. 염 학예관은 “불교에서 모란은 부귀한 존재로 윤회를 기원하는 의미로 쓰였다”고 말했다.
현대에 이르러 오락과 경마의 의미로 잔존하는 말의 소품에는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1970~1980년대에 사랑받던 <말표 고무신>, <말표 구두약>도 눈에 띄었다. ‘말표’ 상표에는 건각(健脚·튼튼한 다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바퀴가 달린 말 장난감차(수레)는 70년대 어린아이들이 많이 타고 놀던 장난감이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40대 관람객 김영군 씨는 “우리 어린시절 장난감과 추억의 물건들도 전시돼 있어서 정말 반갑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천진기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관람객들이 말의 용도 변천에 따른 인식의 변화 등 전반적인 교감을 되새겨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박지현 기자 / 사진·지미연 기자 2014.01.06
국립민속박물관 ☎ 02-3704-3114 www.nfm.go.kr
일정 2월 24일까지 09:00~17:00
휴관일 매주 화요일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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