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림 그리는 작가부터 글 쓰는 이, 책 만드는 편집인, 음악가, 미디어아트를 하는 사람까지 하는 일도 각양각색이다. 사진을 찍는 나도 수개월 전 순천시의 구(舊) 시가지인 ‘문화의 거리’에 조그마한 작업실을 얻어 순천만정원의 사계절 사진을 찍고 있다. 십수년째 여수를 중심으로 남해안 일대 사진을 찍던 나는 박람회 공식 가이드북 사진촬영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1년 동안 박람회장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쓰러져가던 교회 건물이 작은 갤러리로 바뀌었고 폐허가 된 집터는 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문화의 거리에서는 토요일마다 예술가들이 만든 작은 공예품을 파는 벼룩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의 변화다.
처음에는 박람회의 성공 여부를 두고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111만2천여 평방미터의 공간에 조성되는 정원박람회라는 것이 낯설기도 했거니와 “누가 여기까지 와서 보겠나”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천시의 발전과 순천만의 자연환경 보존에 일조한다는 마음이 참여자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다.
일은 차근차근 진행됐고 박람회 개장 이후 관광객들은 순천시로 몰려들었다. 터미널이 그때처럼 붐빈 적은 없다. 봄에는 튤립·철쭉·유채꽃·양귀비 등 화려한 꽃이 정원을 수놓았고 여름에는 다양한 물놀이 체험과 호수정원의 야경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사계절 내내 정원은 다른 모습을 연출했고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영국인 가족 관광객은 억새정원을 둘러보며 연신 ‘원더풀’을 외쳤고 단체관광을 온 중국인들은 사진기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박람회는 그렇게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끝과 함께 새로운 시작도 이어졌다. 박람회 이후 순천시는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주민들로부터 박람회장 활용 방안을 모았다.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문화행사를 벌일 수 있다고 했다.
어느 날 저녁에는 순천만정원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고 순천만정원을 소재로 한 동화책 발간과 사진전이며 조각전 소식이 이어졌다. 박람회를 계기로 순천시에는 문화예술이 싹을 틔웠고 자연스레 더 많은 예술인이 모여들면서 삶은 풍요로워졌다.
순천만정원을 찾은 관광객이 올해 4월 20일 개장 이후 6개월 동안 250만명을 넘었고 약 68억원의 수익을 거뒀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순천시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성공의 경험과 더불어 순천시민들의 높아진 자부심, 문화의 즐거움에 대한 깨달음일 것이다.
글·김태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공식화보집 사진작가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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