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食口). 사전적 의미는 한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 혹은 한 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징한 사투리와 ‘그땐 그랬었지’를 생생하게 재연해 인기몰이를 한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의 하숙생들 역시 혈연관계의 가족은 아닐지라도 한솥밥 먹는 식구였다.
고향 떠나 서울로 유학한 남녀 대학생들이 살고 있는 ‘신촌하숙’에서 유독 같이 밥 먹는 장면이 많았던 것을 보아도 함께 먹고 사는 일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1인 가구들의 리얼한 삶을 ‘웃프게’ 그려내고 있는 tvN의 1인가구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역시 1인 가구족들이 함께 밥 먹는 이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조직에서 제 식구 챙기는 일은 볼썽사납지만, 가장이 몸 바쳐 제 식구를 먹여 살리는 일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많은 이들이 밥벌이의 고단함을 말 한다. 작가 김훈은 수필집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한평생 목이 메었다고 했다. 그 비애가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고, 사람들이 밥을 벌게 한다고 말이다.
지난 1년간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과 세계경제 회복세 등으로 우리 경제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일반국민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가운데 밥벌이의 고단함을 마다 않고 일에 뛰어드는 중·장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50대 이상 취업자가 늘었다. 2013년 2분기 41만명이던 50대 취업자는 지난해 11월 한 달 51만명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을 말하지만, 50대 이상 취업자는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 아들·딸을 대신해 궂은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나선 아버지·어머니 세대다. 2005년 이후 이어진 우리나라 청년고용률 하락 추세에는 신규 일자리 창출이 정체되는 가운데 통학 인구 등 비경제활동 인구 증가도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4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원(KDI)이 전문가(291명)와 일반 국민(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가 역점을 두어야 할 일에 대한 우선순위는 사뭇 달랐다. 2014년 중점과제에 관해 전문가는 ‘성장잠재력 확충’, 일반 국민은 ‘서민생활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복수 응답).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2014년 중점과제는 서민생활 안정에 이어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 순이었다. ‘가슴’과 ‘머리’의 차이일지 모르지만 전문가는 성장잠재력 확충에 이어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 순으로 꼽았다.
소득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서민에 대한 정서적 기준은 애매모호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위클리 공감 239호 기획특집)에서 우리 국민의 절반은 본인의 가정경제 수준에 대해 중산층보다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국민의 절반이 가계 부채가 있으며 주로 주거비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재 가정에 부채가 있는지에 대해 ‘전혀 없다’는 응답이 49.7퍼센트였으며, ‘약간 있으나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는 39.4퍼센트, ‘부담을 줄 정도로 많다’는 11퍼센트였다. 현재 가정에 부채가 있다는 응답자의 부채 이유로는 주‘ 거비’(43.7퍼센트)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사업비’(18.7퍼센트), ‘생계유지비’(13.6퍼센트), ‘교육비’(11.1퍼센트), ‘의료비’(2.4퍼센트) 등의 순이었다.
생활안정을 염원하는 국민의 이러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정부는 2014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경제활성화·민생안정을 위한 정책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의료·금융 지원 늘려 서민가계 부담 완화
최근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그간 누적된 내수 부진과 주택시장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서민, 중소기업 등의 체감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인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4년에는 경기회복 모멘텀이 민간 부문으로 본격 확산되어 내수 활력을 높이고 청년·여성 일자리를 늘리며 경제회복의 온기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국민의 생계비부담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복지를 펼치는 데 힘을 쏟는다.
서민 가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교육·의료·금융 등의 지원을 늘린다. 국가책임 보육을 강화하고 저소득층 학비 부담을 덜어주며 모든 계층의 보육료·양육수당을 계속 지원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여 의료비 부담을 가볍게 하며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한 취약계층의 채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채무 조정을 지속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 급여에서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완화하며, 저소득층의 자산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한다.
정부는 복지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과 복지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수요자 중심의 사회서비스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고용·복지센터가 설치되면 복지와 재정지원 일자리 통합정보를 한곳에서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재정지원 일자리를 비롯해 ‘고용률 70퍼센트 로드맵’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2014년에는 중·장년 취업은 물론 보다 많은 청년과 여성 취업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어린이에서 어르신까지, 취약계층에서 중산층까지 국민이 함께, 한솥밥 식구 모두 좀 더 행복한 새해가 될 수 있는 ‘2014년 달라지는 서민생활’을 소개한다.
글·박경아 기자 201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