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박찬숙(46) 씨는 네 딸을 둔 엄마다. 큰딸은 24세, 둘째 딸은 21세, 셋째 딸은 18세, 그리고 늦둥이 막내딸이 이제 4세다. 박 씨 부부는 늦게 얻은 막내딸의 애교 덕분에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14년 야심차게 시작한 치킨집이 문을 닫으면서 졸지에 빚을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의 도움을 받아 어린이집 조리사로 취업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다. 박 씨는 “사업 실패로 앞길이 막막했는데 좋아하는 일을 찾고, 또 그 일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업 1년 만에 빚만 2000만 원 떠안고 폐업
희망리턴패키지 안내 문자로 관심 가져
박 씨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늦둥이로 얻은 막내딸 때문이었다. 2014년 당시 50대 중반을 바라보던 박 씨의 남편은 “딸의 안정된 미래를 위해 뭐라도 더 해야 하는데 앞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낮에는 그동안 해오던 운수업을 계속하고, 밤에는 부업으로 치킨집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박 씨는 2014년 8월 집 근처에 급매물로 나온 치킨집을 계약했다. 막상 가게를 인수하고 보니 운영 노하우와 치킨 레시피 등을 알아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몇 개월 동안 연구한 끝에 내놓은 ‘한방치킨’이 동네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어 자리를 잡아갈 무렵 뜻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막내딸의 보육을 맡아주던 지인이 건강 악화로 그만두면서 박 씨가 치킨집 운영을 도울 수 없게 된 것. 낮에 힘들게 일하는 남편에게 혼자서 가게를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박 씨는 할 수 없이 1년도 안 된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박찬숙 씨는 “희망리턴패키지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또 그 일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1년 만에 문을 닫게 되니 정말 아쉽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가게를 시작하면서 생긴 2000만 원의 빚만 떠안은 셈이 됐어요. 그냥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번 실패를 경험하니까 뭘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렇게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박 씨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보낸 ‘희망리턴패키지’에 대한 안내 문자였다. 처음에는 주의 깊게 보지 않았는데 똑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두 번째 받고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박 씨가 솔깃했던 내용은 ‘희망리턴패키지 재기교육을 받으면 전직장려수당 75만 원을 지원해준다’는 문구였다. 그렇게 박 씨는 희망리턴패키지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희망리턴패키지’는 폐업 예정 혹은 폐업한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폐업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임금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교육, 채무 조정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처음에는 75만 원의 수당 때문에 교육만 받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선생님들께서 저에게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라.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더라고요.”
사실 박 씨는 어린 딸을 보살펴야 했기에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요양보호사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조리사쪽으로 마음을 바꾸게 됐다. 평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이는 게 박 씨의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싶어 하는 박 씨를 용인고용보험센터(현 용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연계해줬고, 박 씨는 센터의 도움을 받아 조리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박 씨는 폐업한 사업주의 자격으로 취업성공패키지 1단계에 해당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3개월간 내일배움카드로 267만 원의 학원비를 지원받았다. 또한 3개월 동안 학원을 다니는 중에는 28만4000원의 교통비와 식대비도 지원받았다.
▶박찬숙 씨는 내일배움카드로 한식과 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조리사의 꿈을 이뤘다. ⓒ 경 기 직 업 교 육 센 터
하지만 학원을 다니는 중간에 아버지가 폐암 말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 충격으로 자격증 공부를 그만두고 싶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때 가족들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딸이 힘내서 열심히 사는 것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박 씨를 위로했다. 덕분에 마음을 다잡은 박 씨는 올해 4월 한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6월에는 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
딸과 함께 출퇴근하는 행복까지 누릴 예정
조리사 자격증을 가슴에 품고 기뻐하면서 어디로 취업을 할까 고민하던 박 씨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취업의 기회를 얻었다.
“내년에 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기 위해 집 근처 어린이집에 선등록을 하러 갔어요. 그런데 마침 해당 유치원에서 조리사를 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제가 조리사 자격증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력서를 냈더니 원장 선생님께서 흔쾌히 같이 일하자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내년부터는 막내딸과 함께 어린이집에 출근할 수 있게 됐답니다. 딸이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들게 되다니, 정말 행복하고 기뻐요!”
박 씨는 지금의 행복이 모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보내준 ‘문자메시지 한 통’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사업장을 폐업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던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는 것. 특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전환대출 융자’ 사업을 통해 박 씨가 폐업으로 지게 된 빚 중에서 1000만 원가량의 카드론(10%)을 저금리(5%)로 전환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줬다. 박 씨는 사업 실패 후 재기를 위해 홀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사업에 실패하고 돈이 없으면 무조건 아무 데나 취직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늦더라도 ‘꿈’을 찾아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정부에서 다양한 형태로 재기를 돕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그런 도움을 받아가면서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면 저처럼 꿈꾸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6 희망리턴패키지 사업
폐업 단계, 사업 정리 컨설팅 폐업 시 절세 및 신고사항, 자산•시설 처분방법 등에 대한 일반•세무•부동산 컨설팅 제공
폐업 단계, 재기교육 지원 취업시장 정보, 취업 성공 사례, 개인 신용 관리 등에 대한 온•오프라인 재기교육 지원(1회, 10시간)/재기교육 수료자(교육시간 80% 이상 수강)에게 실비 지급(3만 원/1인)
폐업 이후 전직장려수당 지급 사업 정리 컨설팅과 재기교육을 받고 폐업 신고 및 취업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전직장려수당(최대 75만 원) 분할 지급
폐업 이후 취업성공패키지 연계 취업 활동계획 수립, 취업훈련비(최대 200만∼300만 원), 취업 알선 등을 제공하는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와 연계 지원
폐업 이후 전환대출 융자 지원 제2금융권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전환대출 융자와 연계 지원
글· 김민주 (위클리 공감 기자) 201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