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6일부터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지방에 내리기 시작한 집중호우는 27일 단 하루 동안 중부지방에 연평균 강수량의 4분의 1이 넘는 300밀리미터 이상을 쏟아부었다.
이날 최대 강수량은 양주시 온현만으로 무려 466.5밀리미터를 기록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우면산 일대인 서울 관악구에는 이날 오전 시간당 133밀리미터, 서초구에도 시간당 86밀리미터가 내렸다.
동두천(하루 449.5밀리미터), 문산(322.5밀리미터)의 경우 관측 이래 최대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서울과 춘천에서 발생한 대형 산사태로 사망 57명, 실종 12명의 인명 피해를 냈으며 주택파손, 차량침수, 정전 등 약 2,5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백년 만의 폭우’로 불린 그해 수도권 집중호우는 소방방재청이 펴낸 ‘최근 20년 사례에서 배우다-집중호우 Top10’ 가운데에서 첫번째 사례다.
집중호우 Top10 사례 중 절반이 중부지방에서 발생했다. 2011년의 기록적인 집중호우 이전에도 2010년 추석을 하루 앞두고 시간당 100밀리미터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려 서울의 도심 곳곳이 침수됐다. 2008년 7월에는 경기 북부, 강원 영서지역이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2006년 7월에는 강원 영서지역(인제·홍천)이 장마철 물폭탄을 맞았다. 2001년 7월에도 서울에 시간당 100 밀리미터의 집중호우가 내려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단시간에 많은 비 쏟아지는 집중호우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좁은 지역에 쏟아지는 돌발적인 기상현상이다. 태풍과 함께 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예측이 어려운 만큼 한 번 발생하면 커다란 재해로 이어지기 쉽다.
기상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최근 10년간(2004~2013) 여름철 날씨특성 및 특이기상’은 장마기간의 강수량이 이전 10년보다 증가했으며, 여름철 집중호우 일수 역시 증가 추세라고 분석했다.
2011년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기후변화백서>도 향후 30년(2011~2040년)간 연평균 강수량은 200밀리미터 이상 증가하고, 2040년 이후에는 300밀리미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집중호우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빈발하는 집중호우에 대응해 지난 1월부터 임진강(경기 강화), 비슬산(대구), 소백산(충북 단양)에 강우레이더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수집된 강우 정보들은 서울 서초구 동작대로에 위치한 국토교통부 한강홍수통제소로 전달된다. 한강홍수통제소는 강우레이더 정보들을 취합해 기상청과 다른 지역 홍수통제소, 한강수계의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고 있다. 3곳의 상황을 종합한 강우레이더 통합화면은 한강홍수통제소 인터넷 홈페이지(www.hrfco.go.kr)에도 제공하고 있다(한강홍수통제소>실시간 수문자료>레이더 자료).
한강홍수통제소 하천정보센터의 조효섭 정보실장은 “최근 여름철 홍수피해는 대형 하천에서의 상습침수보다 집중호우로 인한 지역별 돌발홍수로 옮겨가고 있어 지역예보의 정확성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진강 강우레이더는 그동안 접하지 못한 휴전선 북단의 기상정보를 제공한다. 임진강 유역은 지난 1996년 이후 계속되는 이상강우로 대규모 홍수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전체 유역면적의 약 63퍼센트가 북한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홍수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시간으로 지역별 강우정보 측정
강우레이더는 관측 주기가 기상청 레이더(10분)보다 짧다. 임진강 5분, 비슬산·소백산 2분 30초이다. 또한 지역별 강우레이더들은 수평스캔 방식으로 지표면에서 보다 가까운 강우 자료를 수집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오는 2016년까지는 모후산(전남 화순), 가리산(강원 홍천), 예봉산(경기 하남)에 강우레이더 설치가 완료된다. 조 실장은 “강우레이더는 기상정보 수집과 분석에 따르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돌발홍수 예보시간을 30분~1시간가량 단축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홍수 예보에 있어 1시간은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고 덧붙였다.
한강홍수통제소 상황실에는 최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여주·파주 등 지자체와 연결된 ‘핫라인’ 전화들이 설치되어 있다. 비상이 걸리면 핫라인 옆 경광등이 울린다. 올 여름, 언제 경광등이 울릴지 모른다. 집중호우는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영역일지 모르지만 그 피해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일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201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