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만든 캐릭터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쇼핑축제 광군제가 열린 날,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는 국내 캐릭터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며 한국산 캐릭터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하루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가 티몰 한곳에서 벌어들인 비용만 원화로 약 46억 원. ‘캐릭터 한류’라는 말이 실감나는 장면이었다.
▶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카카오프렌즈 첫 플래그십 매장 강남점 모습 ⓒ연합
비단 중국에서만이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한국산 캐릭터의 인기가 뜨겁다. ‘캐릭터 한류가 K팝 안 부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프렌즈는 세계 87곳에 매장을 둔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지난 8월에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정규 매장까지 열었다.
2003년 TV 시리즈로 첫선을 보인 이후 연극, 뮤지컬, 장난감, 도서 등 다양한 매개체로 사랑을 받고 있는 ‘뽀로로’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캐릭터와 콘텐츠 사업, TV 애니메이션 제작은 아이코닉스가,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과 패션은 오콘이 맡고 있는 뽀로로의 경우, 아이코닉스의 2016년 매출액은 554억 원, 오콘의 매출액은 133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레트로봇·영실업의 변신자동차 ‘또봇’ 역시 프랑스와 러시아, 대만 등에 수출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는 한국의 캐릭터산업 성장세가 무섭다는 반응이다. 실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시장 규모는 2005년 2조 700억 원에서 2016년 11조 573억 원으로 11년 만에 5배 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콘텐츠 매출액(105조 7237억 원)의 10.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 1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매장 명동점의 내부 모습 2 라인프렌즈 뉴욕 타임스스퀘어 점포 전경. ⓒ연합
모바일에서 시작해 청·장년층 ‘취향 저격’
지난 10월 12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2017년 2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2분기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조 1000억 원(4.4%) 증가한 25조 7000억 원을 기록했고, 수출액은 2억 달러 증가한 15억 3000만 달러로 15.4% 증가했다. 게임(15.0%), 애니메이션(10.3%), 음악(10.1%) 등과 함께 캐릭터 부문이 4.0%의 성과를 내면서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이렇게 한국 캐릭터가 붐을 이루게 된 것은 세계 어디서나,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 있다고 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캐릭터 산업백서>에서 캐릭터 선호도 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한 캐릭터 ‘라이언’은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내면은 소녀처럼 여리고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프렌즈에 따르면 하나같이 어딘지 모자라고 결핍이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친근감을 주고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문화의 정착도 붐의 요인이다. 모바일 캐릭터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라이언이 이끄는 카카오프렌즈는 2012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으로 등장한 뒤 휴대폰케이스, 인형, 신발, 장신구, 이어폰, 문구류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군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1년 등장한 라인프렌즈 역시 비슷한 경우다.
아이돌그룹처럼 캐릭터가 집단을 이뤄 움직이는 것을 흥행 요소로 보는 시각도 있다. 라인프렌즈에서는 열한 가지 캐릭터가 무리지어 다녀서 소비자의 취향을 잘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타깃이 명확하다는 것도 캐릭터 시장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미국 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 일본 산리오사의 키티 등 기존 캐릭터 산업을 이끌던 대상이 주로 영유아나 아동이었다면 지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의 캐릭터산업은 주로 청장년층 직장인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말이다.
▶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년 캐릭터산업백서>에서 캐릭터 선호도 조사결과 1위를 차지한 캐릭터 ‘라이언’ ⓒ연합
발굴 지원부터 해외 진출까지 다양한 정책 펼쳐
정부는 캐릭터 산업이 ‘원 소스 멀티 유스(OSMU)’가 가능한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관련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국산 캐릭터 발굴 지원 사업에 국고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매년 3~4월경 공모를 통해 진행하며, 공모 이전에 캐릭터산업 분야 지원정책 전반에 대한 사업설명회도 개최한다.
해외 교류도 활발하게 추진하는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5월 북미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K-캐릭터 쇼케이스 in LA 2017’을 개최하는 등 국내 캐릭터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다소 경직돼 있던 중국과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11월 18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차이나 라이선싱 엑스포 2017’에 참가해 한중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산업의 상호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 교류 확대를 위한 협력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기업의 상호 진출 활성화 지원, 홍보 및 마케팅의 적극적 협력 등을 공동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임언영|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