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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사는 게 힘들고 벅차
│멘토│의미를 물어보면 의미 있게 된다
Q:사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간신히 직장을 구했는데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고 벅찹니다.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일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우아하게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
A:맞습니다. 사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삶을 고해(苦海)라고 합니다. 저도 꽤 오랫동안 그런 사실에 좌절하고 실망했습니다.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의미입니다. 의미를 묻고 찾아야 합니다. 그럼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일도 그렇고, 결혼도 여행도 그렇습니다.
지인한테 들은 얘기다. 치매 증상이 조금 있는 아흔넷 노모가 사는 집에 73세 아들이 함께 살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할 일이 없던 그는 술로 세월을 보냈다. 자주 술을 마시고, 술 마시면 잔소리를 하고 아내를 학대하는 등 알코올의존증이 나타났는데 이를 견디다 못한 아내가 이혼을 요구해 70 넘은 나이에 혼자가 되면서 홀로 사는 노모에게 간 것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근데 늙은 아들과 살면서 치매 증세가 있던 노모의 건강이 급격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여러분은 그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노모는 매일 삼시 아들 밥을 해주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란 것이 내 생각이다. 그동안은 무료하게 지내다 늙은 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이 살아야 하는 존재의 이유를 발견한 것이다. 그게 의미의 의미다. 무슨 일이든 의미를 발견하는 건 중요하다.
우리는 많은 일을 힘들어한다. 결혼을 하는 것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도, 회사 일 하는 것도, 부모를 봉양하는 일도, 밥하는 것도, 설거지하는 것도 다 힘들어한다. 세상은 온통 힘든 일뿐이다. 근데 힘들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내가 생각하는 힘들다의 정의는 ‘의미가 없다.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힘들다는 건 무슨 뜻일까
평생을 다이어트에 목숨 건 배우자를 마땅치 않게 보는 지인이 있다. 늘 다이어트 문제로 티격태격 싸우면서 이런 말을 한다. “어차피 원위치 될 텐데 왜 그러느냐? 좀 먹어라.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더라. 살 빼봐야 당신은 거기서 거기다” 같은 말로 상대의 화를 돋웠다. 아무 효용성이 없는 말이다. 괜히 사이만 나빠진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라면 “다이어트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할 것이다. 의미를 묻는 질문이다.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질문을 받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대부분 사람은 별생각 없이 남들이 하니까, 살이 좀 쪘다고 생각해서 다이어트를 한다.
근데 그런 질문을 받으면 다이어트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이다. 몸무게를 줄이고 싶다는 욕구를 넘어 자신감을 찾고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다, 내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싶다 등. 별생각 없이 하던 다이어트에 대해 의미를 생각해보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만약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면 이후의 다이어트는 이전 다이어트와 달라질 것이다.
일에 대한 것도 그렇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을 지겨워한다. 경제적인 것 외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당연히 주중은 괴롭고 주말을 위해 산다.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만들 것인가? 일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라. ‘내가 왕년에’ 같은 옛날이야기를 하는 대신 의미를 묻는 질문을 해보라. “일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직장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일을 하지 않고 산다면 어떨 것 같나요?”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 “돈을 주는 것 외에 또 다른 가치는 없나요? 어떤 부분이 충족되면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을 거 같나요?” 같은 질문을 해보라. 그럼 그들은 비로소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일단 여러분이 이 질문에 답을 해보라. 여러분에게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죽음이었던 대기업 임원 생활
내 얘기를 잠깐 하고 싶다. 대기업은 내게 죽음이었다. 긴 근무시간, 관료적인 문화, 고압적인 상사, 쓸데없는 회의 등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힘들게 한 건 내게 주어진 잡일이었다.
늘 외국 손님들이 오면 공장 안내를 해야 했고, 신입 사원이나 경력 사원을 뽑으면 이들을 교육해야 했다. 당시 난 기획담당 임원이라 이런 일과 무관했지만 연말연시면 서울 근교 연수원을 내 집 드나들듯 가야 했다. 일할 시간도 부족한데 그런 업무까지 하려니 짜증이 났다. 왜 이런 쓸데없는 일에 내 시간을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은 매우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이 쌓여 오늘날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깨달음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 힘들어하는 내게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란 질문을 던졌다면 어땠을까? “이 일을 통해 배우는 건 없나요?”라는 질문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분명 긍정적인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같은 강의도 훨씬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을 것이다.
“삶에 의미가 있다면 모든 걸 견딜 수 있지만, 의미가 없다면 어떤 것도 참을 수 없다.” <목적이 이끄는 삶(The purpose driven life)>에서 저자 릭 워런(Rick Warren)이 한 말이다. 늘 의미에 관한 질문을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해보라. 그럼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한근태_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기업 경영자, 청년들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의 북리뷰 칼럼을 15년 넘게 연재했고 《DBR》 <머니투데이>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한근태의 인생 참고서>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 <청춘예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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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