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로 활동했던 중학생 시절 어느 경기 때였다. 후반 중반까지 0 대 2로 끌려가던 게임에서 죽어라 뛰어 3 대 2로 역전승했다. 이후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견디면 반드시 반전의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경기를 하면서 팀을 위해 희생하면 팀의 성과로 나타나 내 희생 이상의 보상을 받거나 적어도 희생한 만큼 나 자신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가 다른 구성원을 배려하면 그 배려가 팀을 돌고 돌아 결국 내게로 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스포츠는 그렇게 내 성장기에 나를 성장시키는 양분이었다.
선수가 아닌 생활인으로 운동을 할 때도 번잡한 일상을 벗어난 편안함, 운동한 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실었던 자유로움, 동료와 순간적 눈빛 교환으로 플레이를 완성했던 쾌감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다. 좋은 멤버들과 전술적 소통이 잘되는 경기를 하면 며칠 동안 긍정 정서가 지속되고 계속 운동할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게다가 가끔씩 평생에 걸쳐 절로 웃음 짓게 하는 플레이 기억까지 운동은 다른 활동에서는 도저히 얻지 못하는 심리적 경험을 제공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운동에서 우리는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시간이 없고,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운동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 결과 세 가지에 눈이 간다. 첫째, 시간이 없어서(46.7%), 건강 문제로(12.9%), 관심이 없어서(9.0%) 등의 이유로 우리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둘째, 국민의 75%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연령이 어릴수록, 소득이 많을수록 건강하다는 인식 비율이 높다. 셋째 건강 유지 방법으로는 균형 잡힌 식사와 영양 섭취(44.7%), 휴식이나 수면(33.3%), 운동(19.0%)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전반적으로 자신이 건강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건강 유지를 위해 식사와 휴식이 중요하지만 운동은 시간이 없어 하지 않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바쁜 우리에게 방송통신위원회(2015)의 1일 TV 평균 시청 시간이 191분이라는 조사 결과가 겹쳐지면 흥미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시간이 없고, 피곤하고, 귀찮아서 운동에서 멀어진다는 이유는 핑계였고 솔직히 말하면 단지 귀찮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운동과 멀어져가는 게으름을 체중계, 스마트폰, 운동 장비가 정당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운동 효과를 체중 감량 정도로 평가한다. 체중 감량을 목표로 힘들게 운동한다. 두 시간 열심히 운동해 2㎏을 감량하면 너무나 기쁘다. 그런데 물만 마셨는데 다음 날 2㎏이 다시 늘어난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운동은 힘들기만 하고 체중 감량은 잘 안 되는 나쁜 활동이 돼버린다. 더 할 이유가 없다. 사실 체중이 증가하는 이유는 운동이 효과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를 먹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장비 마련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것을 통해 만족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운동의 지속성은 운동하면서 얻는 즐거움에서 비롯된다. 운동 장비 마련에서 만족을 찾는다면 그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운동을 지속하려면 장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유니폼을 벗은 지 30년이 지났다. 여전히 20대 초반의 학생들과 축구를 하면서 또 배운다. 몇 해 전까지 해볼 만하던 20대 학생들이 이제는 버겁다. 학생들과 부딪히면 아프고, 스피드도 떨어지고, 반응 속도도 점차 느려진다. 이제는 내 몸의 변화를 반영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체화했을 때 운동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실로 운동은 나를 늘 깨어 있게 한다.
윤영길 |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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