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늘어나는 생활체육인, 국민 10명 중 6명 ‘오늘도 달린다!’
몸·정신 건강, 의료비 절감, 일자리 창출까지… 생활체육 ‘1석 4조’ 효과
야외활동 하기 좋은 계절. 밖으로 나가면 쉽게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생활체육인’. 학생은 학교 스포츠클럽에서, 장인은 근린공원에서, 주부와 은퇴자는 생활체육광장에서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이제는 엘리트 체육이 아닌 생활체육의 시대다. 자신의 몸·정신 건강을 챙기면서 경제 파급 효과까지 톡톡히 내는 이들이 무려 국민 10명 중 6명에 달한다.
생활체육은 말 그대로 일생생활에서 하는 체육·스포츠 활동을 뜻한다. 보통 계절과 장소, 그리고 시간을 가리지 않는 걷기, 자전거타기, 헬스 등이 꼽히지만 종목의 제한은 없다.
하지만 기존의 체육·스포츠와 다른 점은 분명히 있다. 기존의 것이 주로 젊은이 중심의 경쟁스포츠였다면 생활체육은 어린이부터 고연령층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친 체육이라는 점이다.
강효민 강원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는 생활체육을 “놀이하는 사람들의 문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놀이가 있는 생활체육은 개인의 행복 수준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행복 수준을 높이는 데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영역”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생활체육의 확산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사회의 질 수준을 향상시킨다”고 했다.
실제로 생활체육 효과는 뇌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도 증명됐다. 생활운동을 꾸준히 할 경우 우울증을 낮추고, 기억력을 증진하는 등의 효과가 있는 신경내분비전달물질 5가지(BDNF, 도파민, β-엔도르핀, 세로토닌,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2014, 국민 생활체육 진흥 세미나).
이 같은 효과를 체감한 사람도 있다. 서대문구 아현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희정(36) 씨는 “출산 후 우울증을 겪다 지인의 권유로 짬짬이 안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몸매 관리는 물론 확실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면서 “밖으로 나가보니 생활체육은 이제 하나의 문화 형태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 활성화, 고령사회 의료비 절감 효과
효과는 비단 심신 안정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6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최한 ‘스포츠 문화·산업 비전 보고대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스포츠산업 시장 규모는 41조 원에 육박한다. 이 중 생활체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절반으로 추산된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는 “생활체육 참여의 경제적 파급 효과 중 스포츠 관련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44~49%이며, 스포츠산업 이외의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51~56%에 이를 정도로 다른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생활체육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의료비, 즉 사회보장비용 부담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한국은 올해 말이면 만 65세의 인구 비중이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고령사회에서는 특히 노인의 의료비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적 의료 재정 부담이자 노후 빈곤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노인 의료비는 21조 3615억 원(보건복지부) 규모다.
대구가톨릭대학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에서 지난 2015년 발표한 ‘65세 이상 성인의 신체 활동과 스트레스 및 삶의 질과의 관계’를 보면, “65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신체 활동량과 건강 관련 삶의 질은 의미 있는 관련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으며, 문체부의 2014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육 활동으로 인해 의료비가 감소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72.0%에 달했다.
정부의 생애주기별 지원책, 체육 참여도 높여
자신의 건강을 챙기면서 파급 효과까지 내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문체부 실시 2016년 ‘국민 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59.5%. 이는 지난 2013년(42.3%)에 비해 약 40%나 증가한 수치로, 10명 중 6명꼴로 매주 1회(이상) 30분(이상) 운동한다는 얘기다(일상생활 걷기 및 학생의 정규 체육 수업 제외).
이처럼 국민들의 생활체육 참여율이 증가하고 있는 데는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정부에서는 생활체육시설 확충, 낡은 시설 개보수, 지역 스포츠클럽 확대 등 국민의 생활체육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만전을 기해왔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생활체육 참여 정책은 유아기, 청소년기, 성인기, 은퇴기 이후 등 생애주기에 맞춰 시행되고 있다”면서 “관련 정책이 마련된 이후 지속적으로 생활체육 참여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볼 때 특히 청소년기와 은퇴기 이후 세대의 참여를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번 국민 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서 10대의 참여도 수치가 눈에 띄는데, 63.1%가 주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생활체육 활동에 참여해 다른 연령층보다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2016년에 비해 14.1%p 상승한 수치로, 학생들의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 정책’의 효과로 분석된다.
특히 10대 여학생의 참여율은 54.9%로 2015년 35.2%보다 대폭 상승(19.7%p)했다. 이는 2016년부터 학교 스포츠클럽 종목의 일정 비율 이상을 해당 학교의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종목으로 운영하도록 한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효과로 해석된다.
70대 이상 참여율 또한 55.3%로 2016년 대비 5.6%p 증가해 10대 다음으로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이는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정부 추진 과제 중 하나인 은퇴기 이후 맞춤형 프로그램의 보급이나 일상 활동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건강 체조’, ‘걷기’ 등에 대한 지원에 따른 효과로 추측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1번 이상 규칙적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응답자(70.5%)가 참여하는 체육 종목(1~3순위)은 2015년과 동일하게 ‘걷기’(35.6%), ‘등산’(16.7%), ‘보디빌딩’(14.6%)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에 “체조 참여율은 높지 않지만 응답자의 5.3%가 체조에 참여해 2015년과 대비(2.6%)해 2배 가까이 상승했다”면서 “이는 승부 중심의 경기 종목을 위주로 하는 지원이 아닌 일상생활 중에 참여할 수 있는 체조, 걷기 등 다양한 신체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데 따른 긍정적인 변화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부, 생활체육시설 지속 확충
생활체육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전방위적 효과도 검증됐다. 정부에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지원으로 생활체육 참여도를 높여갈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생활체육에 규칙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주된 이유가 ‘시간 부족’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들의 생활체육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생활체육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시설 접근성’ 문제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는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기존 시설을 이용한 생활체육시설을 확충하고 정책적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에서는 기초생활체육의 저변 확산을 위해 ▲ 생애주기별 체육활동 지원 ▲학교 체육시설 개방 확대 ▲ 생활체육광장 운영 ▲ 스포츠클럽 확대 및 생활체육 지도자 배치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공공 생활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 시·군·구당 1개소 이상의 국민체육센터(현재까지 220개소 지원, 2017년 12개소 지원 예정)와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현재까지 194개소 지원, 2017년 20개소 지원 예정)의 건립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유아부터 노년까지 정부의 ‘생애주기별 생활체육 정책’
국민체력 100(국민체력인증제)
“내 체력은 몇 등급? 무료로 진단 받고 메달도 딴다!”
일정 기준 이상의 체력 수준을 달성하는 경우 국가가 이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과학적 방법에 의해 측정하고 연령별 기준에 의해 인증하며, 맞춤형 운동 처방까지 알려준다. 등급이 높으면 소정의 메달도 수여한다. 국민들의 체육활동 참여를 증진시키는 100세 시대 스포츠 복지 서비스로, 지난 2016년 전국 31개소 국민체력센터에서 16만 1122명이 맞춤형 운동 처방을 받았다.
‘국민체력 100’ 사업에는 만 13세 이상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참여할 수 있으며, 누리집(nfa.sports.re.kr)을 통한 인터넷 예약 및 전화(02-410-1014) 또는 전국 체력인증센터에 직접 방문하여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한편 ‘찾아가는 국민체력 100’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나 생업에 바쁜 택시기사 등과 같이 센터를 방문하기 힘든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출장 서비스다.
국민체력인증센터 확대 개소
체력 측정은 어디서? 전국 31개소, 올해 6곳 추가 계획
‘국민체력 100’ 서비스는 각 지역의 국민체력인증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문을 열었으며 현재 지역밀착형 거점으로서 전국 3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여기에 추가로 6군데가 더 생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도 신규 ‘국민체력인증센터’ 사업 대상지로 서울(동작), 경기(성남, 의정부), 부산(사상), 경북(안동), 전남(나주) 등 총 6곳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올해 초에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하여 총 15건의 신청을 받았으며, 이 중 공간(시설) 확보와 접근성, 운영 여건 및 이용 활성화 방안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최종 대상지를 선정했다.
학교 스포츠클럽·종합스포츠클럽
청소년, 은퇴 선수 체육활동 체계적 지원
자라는 체육 꿈나무, 청소년을 위한 지원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07년부터 추진된 학교 스포츠클럽 정책이다. 학생의 다양한 체육활동 경험 및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정부의 지원 아래 발전을 거듭해왔다. 교내 활동, 방과 후 교내 또는 교외 활동, 토요 활동(신나는 주말생활체육학교), 여학생 생활체육교실, 학교 스포츠클럽 대회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는 학교 체육 지원이 더욱 활기를 띨 예정이다. 학교 체육시설 개방 지원을 200여 곳으로 확대하고,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팀스포츠 종목을 확대 보급하며, 협동심을 배양하는 국토순례 프로그램도 실시하는 등 청소년을 위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해진다.
기존 진행하고 있는 종합형 스포츠클럽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올해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59곳으로 확대 운영하며, 은퇴 선수 법인 등 지도자 단체를 지원해 체육 선순환 기틀을 마련한다.
동호인클럽 활성화를 위한 대회 지원과 제도 개선 정책도 있다. 생활체육 동호인 최대 축제인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을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열고, 동호인클럽의 연중 풀 리그전 운영, 대통령기 등의 전국 규모 동호인 행사 및 시도 규모 동호인 행사를 지원한다.
야외체력관리교실
노년층 무료 체력관리·실버스포츠 종목 확대 보급
노년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도 있다. 노인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실버스포츠 종목을 17개로 확대 보급하며, 이를 통해 가족 및 세대 친화를 위한 맞춤형 3세대 가족 축제를 펼친다. 이 밖에도 노년층 체력을 관리해주는 ‘야외체력관리교실’을 전국 120곳에서 운영하며, 어르신 생활체육 지도자를 전년 대비 120명을 추가적으로 배치해 어르신 생활체육 활성화에 힘쓴다.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남녀노소 생활체육인의 대축제! 매년 약 6만 명 참가 열기
생활체육인이 매년 기다리는 축제의 장이다.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은 2001년 제주 개최를 시작으로 매년 시, 도를 순회하며 개최된다. 전국 최대 규모의 생활체육 행사로 50여 개 종목의 경기가 치러지며 체육인, 임원, 재외동포, 관광객 및 도민 등 6만여 명이 참가하는 축제다.
지난 2016년에는 서울에서 개최됐으며, 17회째를 맞이하는 올해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는 6월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44개 종목으로 치러진다.
박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