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댄스는 이미 세계 수준입니다.”
지난 8월 13일 서울 서교동 연습실에서 만난 댄스팀 락앤롤 크루(Lock’N’Lol Crew) 팀원들은 한국 댄서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들은 “이미 세계 춤 대회에 가면 한국이 우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팀워크를 중심으로 남다른 투지를 가진 한국 댄스를 세계에 알리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락앤롤 크루 댄서들 ⓒC영상미디어
락앤롤 크루는 2017년 첫선을 보인 뒤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미국 NBC 댄스 경연 프로그램 ‘월드오브댄스(World of Dance)’에 출연 중이다. 월드오브댄스는 세계적 팝스타 제니퍼 로페즈가 프로그램 기획과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종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한화 약 10억 원)다.
팀을 이끌고 있는 송유리(32) 씨는 “세계적인 댄스 경연대회에 한국팀 최초로 진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최종 우승을 목표로 팀원 모두 열심히 뛰고 있다”고 소개했다.
월드오브댄스 첫 한국팀 출전
월드오브댄스는 지난 5월 29일 첫 방송을 탔다. 최종 승자는 9월에 판가름 난다.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락앤롤 크루는 1, 2라운드를 통과하고 최종 진출자를 뽑는 세 번째 라운드인 더 컷(The Cut)을 준비 중이다.
▶ 1 2 미국 NBC 댄스 경연 프로그램 ‘월드오브댄스’ 출연 장면 ⓒNBC World of Dance
3 ‘월드오브댄스’ 출연 준비중인 단원들 ⓒ락앤롤 크루
4 2015 힙합인터내셔널에서 우승을 한 후 기뻐하는 단원들 ⓒ힙합인터내셔널
시즌 2에서 팀 부문(team division)에 초청된 락앤롤 크루는 로킹(locking)이라는 스트리트댄스를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들은 2015년 8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힙합인터내셔널(Hip Hop International)에서 우승하며 팀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2002년 시작된 힙합인터내셔널은 50개국 3000명의 댄서가 참여하는 세계적 규모의 댄스 대회다. 당시 메가 크루(Mega Crew) 부문에 출전한 락앤롤 크루는 뉴질랜드 로얄패밀리, 필리핀 에이팀 등 세계적인 팀들과 경쟁해 승리한 것이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첫 본선 진출에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긴 락앤롤 크루는 “누구를 꺾고 우승하기보다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처음으로 해냈다는 것에 사람들이 기뻐해줬으면 좋겠다”는 우승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공연은 루빅 큐브(Rubik’s Cube) 개념을 중심으로 창작했다. 댄서들이 큐브의 구성원이 되어 하나하나의 조각이 살아 있는 듯 역동적인 춤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락앤롤 크루는 스물아홉 명의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열 살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런 나이 차이도 춤을 향한 열정 앞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업 춤꾼이 아니라 춤이 좋아 취미로 하는 경우도 많다.
락앤롤 크루는 스트리트댄스 종주국인 미국에서 한국의 춤을 알린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로킹은 1970년대 미국 LA에서 시작된 춤이에요. 춤의 본토에서 한국의 로킹 실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국 진출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한국 춤의 강점으로 ‘투지’를 언급한다. “세계 대회에 나가 보면 한국 춤의 투지에 관객들이 감탄해요.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특히 개인이 아닌 팀으로 뭉쳤을 때 힘을 발휘하는데 소위 칼군무는 서양 댄서들이 흉내 낼 수 없습니다. 10여 명이 빈틈없이 하나가 되는 모습에 관객들이 환호하죠.”
한국 문화 춤으로 알려
락앤롤 크루는 지난해 외교부 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전래동화와 스트리트댄스가 만난 댄스컬(댄스와 뮤지컬의 합성어) ‘깨비갓쏘울(Kkaebi Got Soul)’을 무대에 올렸다. 9월 2~3일 총 3회에 걸쳐 서울 마포구 베짱이홀에서 전래동화 <도깨비감투>를 스트리트댄스로 풀이한 ‘깨비갓쏘울’을 선보인 것이다.
‘깨비갓쏘울’은 외교부 국민 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선정돼 외국인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 전래동화와 전통 정서를 힙합, 비보잉, 로킹 등을 이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전래동화 <도깨비감투>를 현대식으로 각색해 한국 도깨비의 왜곡된 이미지를 없애고, 오히려 사람들을 돕는 한국 도깨비를 찾아다니는 과정을 담았다. 당시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들은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한국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그 무렵 종영한 한국 드라마 ‘도깨비’와 비교하며 “드라마와 다른 한국 도깨비를 알게 되어 기뻤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락앤롤 크루에게 지난해 공공외교 프로젝트 참여는 큰 의미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리고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작업에 보람을 느낀다”며 “‘깨비갓쏘울 2’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관련 내용으로 기획 중인데 내년 광복절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