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외모와 군살 하나 없는 몸매. 배우를 향한 감탄·부러움은 이내 자조로 바뀐다.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났네.” 뭐, 절반은 맞다. 연예계야 특출한 외모의 소유자가 유독 많이 진출하는 분야니까. 그런데 배우도 사람이다. 그들이라고 세월을 비켜갈 수는 없다. 우아한 백조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저마다 물밑 발길질을 계속한다. 그러면 또 말한다. “나도 관리받으면 될 텐데.” 이번에도 맞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관리해보자.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배우들이 실천한 방법을 통해서다.
강소라, 이하늬, 최지우 등은 몸매 관리 비결로 발레 스트레칭을 여러 차례 꼽은 바 있다. 한스발레 한영 원장은 발레 스트레칭을 고안한 장본인이다. 긴 팔다리를 가졌지만 목이 앞으로 빠지고 굽은 어깨를 교정하고자 했던 배우 강소라. 한 원장은 허리선을 잡아 다리를 더 돋보이게 하고 등 근육을 만들어 어깨가 말리지 않게 했다. 많은 여성들이 ‘워너비 몸매’로 꼽는 배우 이하늬는 어려서부터 가야금을 연주하며 어깨·팔·골반 등에 통증을 호소했다. 한 원장은 승모근과 등 근육을 잡아 어깨를 교정하고 좌우 비대칭 골반을 바른 자세로 만들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어릴 때 발레를 해본 배우 최지우는 이미 발레의 효과를 알고 있었다. 유연한 몸짓으로 풍부한 표현력을 갖고자 한 그에게 한 원장은 어깨·팔 스트레칭과 허리 옆선 스트레칭을 진행했다.
발레 스트레칭은 발레리나·발레리노가 발레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준비운동에 가깝다.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근육을 늘려 체중 관리보다 자세 교정에 더 효과적이다. 휘어진 척추, 굽은 등·어깨, 비대칭 체형 등을 바로잡아준다. 탄력 있는 몸은 덤이다. 요가가 수련하며 몸을 늘리는 과정이라면 발레 스트레칭은 일부 근육을 절제하되 다른 근육은 이완한다. 피트니스가 바깥 근육을 강화한다면 발레 스트레칭은 안쪽 근육(속근육)부터 점차 다져간다.
척추측만증·거북목, 체형 교정에 탁월
발레 스트레칭은 2006년경 배우를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정통 발레 수업만 하던 한 원장에게 배우가 찾아오면서 성인 강습이 시작된 것. 아이들과 달리 성인은 유연성이 부족하면서도 몸의 변화를 단기간에 확인하길 바랐다. 특히 그 배우는 취미로서 발레보다 아름다운 변화에 방점을 두고 수업을 찾았다. 한 원장은 정통 발레 수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좋았던 동작을 되새기며 스트레칭을 알려주게 된 것이다. 아무런 기구가 필요 없었다. 비전공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으로 구성했다.
한 원장은 “많은 여성이 아름다움과 건강을 추구하는데 발레 스트레칭은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면서 “배우뿐 아니라 운동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지만 몸의 균형은 잡지 못한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발레 스트레칭은 즉각 배우들의 입소문을 탔다. 개인 체형에 따라 근육과 뼈를 바로잡아 교정하니 강점은 부각되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었다. 특히 배우들은 발레 스트레칭으로 콤플렉스를 교정하며 아름다움과 건강을 갖게 됐다. 외모가 곧 경쟁력인 연예계에서 꾸준하게 몸을 만들어갈 수단을 찾은 것이다.
발레 스트레칭의 기본은 역시 발레다. 발레리나의 몸은 가냘파 보이지만 옹골지다. 속근육부터 깨워 바깥 근육까지 단련됐기 때문이다. 두세 시간 공연에도 끄떡없는 체력이 여기서 나온다. 또 발레리나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콧대를 높여 걷는다. 오랜 시간 다져온 발레 동작이 몸에 배어 일상에 묻어나는 것이다. 발레 스트레칭에도 이러한 발레 요소가 나타난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몸을 곧추세우는 것이다. 많은 자세에서 어깨는 아래로 누르고 고개는 위로 당기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 호흡을 내쉬며 흉곽을 누르는 과정도 필요하다. 일명 흉곽호흡으로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게 기본이다. 이때 흉곽을 조여주는 느낌은 필수다.
발레 스트레칭은 배우 몸매 관리 비결로 유명해졌지만 체형을 교정하고자 하는 일반인이 많이 찾는다. 80~90%가 척추측만증, 거북목(일자목)증후군 증상을 보인다. 특히 10대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고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 그렇다. 부모들이 아무리 “허리 좀 펴”라고 말해도 자세는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어디 10대뿐이겠는가. 스마트폰, 컴퓨터 업무가 일상인 요즘, 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고질병이다.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거나 삐딱하게 앉는 자세, 엉덩이를 의자 끝에 걸치고 허리를 뻗고 앉는 자세, 하이힐 장시간 착용 등도 증상을 악화한다. 문제는 나쁜 자세가 쌓여 허리·등·어깨·목으로 통증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시력 저하, 잦은 피로감, 두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해결은 스트레칭과 운동에 있다. 단, 한 원장은 조언을 덧붙인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우자
“무작정 운동한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어떤 운동을 하든 바른 자세에서 하는 게 중요한 거죠. 잘못된 자세에서 운동을 하면 교정은 안 되고 잘못된 근육만 붙는 거예요. 내 몸을 알고 문제점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어요. 요즘 등이 굽거나 승모근이 올라온 경우가 많은데, 등에 힘을 주고 어깨를 펴면서 승모근 운동을 해야 교정이 돼요. 또 누구나 몸에 장점이 있기 마련인데 이 부분을 강화하는 스트레칭을 하면 더 좋겠죠?”
발레 스트레칭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체력 소모도 크지 않다. 단적인 예로 한영 원장을 찾은 70대 어르신도 있었다. 허리와 등이 굽고, 어깨와 다리가 아프다고 한 어르신은 다른 운동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몇 번이고 망설였을 발걸음을 생각하니 한 원장은 외면할 수가 없었다. 즐거운 시간이라도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수업이었는데 몇 달 후 변화가 나타났다. 어르신은 자세가 좋아졌을 뿐 아니라 삶의 자신감을 찾았다. 발걸음도 눈에 띄게 경쾌해졌다.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다른 운동은 나이가 들면서 체력 한계도 있고 부상 위험도 따르죠. 발레 스트레칭은 몸의 근육을 이완해주니 그럴 가능성이 낮아요. 몸을 뻗을 공간만 있으면 되니 제약도 적어요. 또 클래식을 들으며 할 수 있는 운동이 얼마나 되겠어요? 건강과 동시에 내면의 안정도 찾을 수 있죠.”
발레는 예술이다. 고상한 이미지 탓인지 심리적 장벽이 높다. 발레 스트레칭을 떠올리는 대중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한 마리 백조처럼 날아올라야 할 것 같은 부담은 넣어둬도 된다. 몇십 년간 잠자던 근육을 깨우며 체형 교정과 자신감을 극대화할 것이다. 오히려 유연한 유년시절의 몸을 되찾겠다는 불타는 의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단, 호흡과 스트레칭만 했을 뿐인데도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이 생겼다면 놀라지 말자. 내근력을 전혀 쓰지 않아 생긴 일시적 현상일 뿐이니 금세 회복할 수 있다.
자, 이제 속근육을 깨워보자. 한영 원장이 추천하는 발레 스트레칭 주요 동작을 소개한다. 허리와 어깨를 위에서 누른다는 느낌, 목은 위에서 잡아당긴다는 느낌이 포인트. 호흡도 잊지 말 것! 바른 자세에 중점을 두고 스스로를 관리하다 보면 어느새 배우의 건강한 몸매와 발레리나의 당당한 기품이 깨어날 것이다.
발레 기본 자세
앙바 : 팔꿈치를 들어 바깥으로 향하게 하고 양손가락이 닿을 듯 말듯 모아 팔을 아래로 내린다.
아나방 : ‘앙바’에서 어깨를 눌러 고정하고 두 팔을 살짝 들어 명치 앞에 놓고 팔은 곡선을 유지한다.
알라스꽁드 : 팔을 옆으로 쭉 펴고 바깥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뻗는다. 흉곽 호흡 유지
앙오 : ‘앙바’, ‘아나방’에서 어깨는 올라가지 않게 주의하며 팔만 위로 쭉 올린다. 손바닥은 정면에서 보이지 않게, 속근육의 힘을 느껴본다.
플리에 :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
포인트 : 발가락과 발등을 몸에서 멀어지게 쭉 뻗는 동작
플렉스 : 발가락과 발등을 몸 쪽으로 당겨주는 동작
다리자세 2번 : 뒤꿈치를 엉덩이 너비로 벌리고 발끝이 바깥으로 향하게 선다.
다리자세 4번 : 한 발을 앞으로 내밀어 서로 발이 붙지 않게 선다.
다리자세 5번 : 뒷발의 발뒤꿈치와 앞발의 발가락이 맞닿게 붙어 선다.
강소라 따라잡기!
허리선과 등선 만들기
1 발은 5번 동작. 팔은 앙오.
2 오른발을 앞으로 쭉 펴고 포인트.
3 몸을 오른쪽으로 틀고 오른팔을 아래로 내려 옆구리에 자극이 오게 한다. 8회 반복.
4 몸을 정면으로 향하게 한 뒤 양손을 뒤로 깍지 껴서 등을 조이고 가슴은 앞을, 머리는 위로 향하게 한다. 앞무릎을 플리에 해서 등과 허리에 자극이 오게 한다.
5 중심을 가운데로 이동한 뒤 무릎을 구부려 등과 허리에 자극이 오게 한다.
6 발 포지션 4번 동작. 왼쪽 다리를 살짝 들고 팔은 알라스꽁드 자세를 취해 8초 동안 밸런스를 유지한다.
7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와 수직이 되게 위로 들어 올리고 양팔도 위로 올려 앙오 자세를 취한다.
이하늬 따라잡기!
골반 스트레칭
1 양쪽 다리를 앞으로 쭉 편다.
2 오른쪽 다리를 구부려 왼쪽 무릎과 오른쪽 무릎을 포갠다.
3 상체를 숙여 오른쪽 골반을 교정한다. 반대쪽도 반복한다.
4 양다리를 쭉 펴고 허리를 곧게 세우며 양손을 엉덩이 옆에 둔다.
5~6 양쪽 발바닥을 붙여 나비 자세를 만들고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숙인다.
반대쪽도 반복한다.
박지윤 따라잡기!
하체 스트레칭
1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려 팔은 알라스꽁드 자세를 취한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 않게 하고 상체를 뽑아 아래로 내린다.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게 길게 늘리듯이 내려간다.
2 무릎을 쭉 펴서 허벅지 뒤쪽과 엉덩이 뒤쪽이 당기게 8초 동안 유지한다. 팔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면 무릎을 구부려서 스트레칭을 한다.
3 왼쪽 무릎을 구부리고 오른발을 플렉스해서 종아리가 당기도록 8초 동안 유지한다. 이때 가급적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4 오른발을 구부리고 왼쪽 다리를 쭉 펴서 오른쪽 앞 허벅지와 왼쪽 뒤 허벅지의 당김을 느낀다.
5 다리 동작 2번에서 양쪽 다리를 어깨너비보다 많이 벌리고 상체는 아래로 숙인다. 양쪽 다리 안쪽이 당기도록 8초 동안 유지한다.
6 팔로 알라스꽁드 자세를 취하고 허리를 쭉 펴 위로 뽑듯이 들어 올려 바로 선다.
사진·자료 | 김영사, <여배우 홈 발레 스트레칭>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