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자들 목소리
“한 줄기 빛이랍니다.” “긴급이라는 사업명이 조금은 무색해요.” 이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자 10여 명에게서 들은 공통된 의견이다. 응답자들은 코로나19로 소득과 매출이 감소했는데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보호를 받지 못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다. 이들은 기자의 전화 설문에 정부 지원에 대한 고마움과 다소 늦은 사업 진행의 아쉬움을 함께 나타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6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구직급여액이 두 달 연속 1조 원을 넘었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월 7819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이후 3월 8982억 원, 4월 9933억 원, 5월 1조 162억 원, 6월 1조 1103억 원으로 5개월 연속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구직급여는 일정 기간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실직 시 지급하는 급여로 실업급여 중 핵심이다. 지급액이 1조 원을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실직해 실업급여를 받았다는 뜻이다. 고용보험 가입자의 상황이 이런데,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나 프리랜서, 자영업자의 교용 위기가 어떤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176만 건 신청 1조 1420억 원 집행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코로나19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특고와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 등에 1인당 15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청 기간은 6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50일. 접수 첫날부터 신청이 몰렸다. 더불어 증빙서류 미비 등으로 보완을 거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처리 속도를 높였다. 6월 30일부터 부처 소속 전 직원과 ‘집중 처리기간’ 운영을 통해 신속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에 박차를 가했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예산은 총 1조 5100억 원이다. 정부는 예비비 9400억 원을 활용해 우선 1인당 100만 원씩 지원금 지급 예산을 마련했다. 여기에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57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추경 집행으로 7월 3일 저녁 이후 결정분부터는 150만 원을 일괄 지급했다. 기존에 1차로 100만 원만 지급한 경우는 8월 중순까지 나머지 금액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6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접수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은 모두 176만 3555건에 달한다. 그중 65.7%에 해당하는 115만 8852건의 심사를 완료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 원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는 7월 31일 기준으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액이 1조 1419억 2400만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예산의 76.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부정수급에 대한 단속과 제재도 병행한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누리집을 통해 제보된 사례를 중심으로 전국 6개 고용노동청에서 본격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신청자가 증빙서류를 위조하거나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받은 경우에는 모두 환수하고 해당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부가금으로 부과할 방침이다.
부정수급을 자진 신고하고 지원금을 반환한 경우에는 제재부가금 부과를 면제받을 수 있다. 특히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할 때, 소득과 매출 내용을 누락해 제출하면 부정수급이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여러 사업장에 고용되거나 여러 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 모든 소득과 매출을 제출해야 한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 기간이 끝나더라도 부정수급 자진신고와 제보는 누리집(https://covid19.ei.go.kr)에서 할 수 있다.
“수입 일정치 않은데 불안감 해소에 큰 보탬”
프리랜서 디자이너_ 이수현(가명·29)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는 어느 정도인가.
=코로나19가 심해지기 시작한 2월부터 지금까지 전년 대비 50% 정도 소득이 줄었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시의적절했나.
=아주 시의적절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지급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프리랜서나 특고, 자영업자 등 수입이 일정치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알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다시 안정화되는 시점이 불확실한 나에겐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큰 보탬이 되었다.
-신청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했나.
=5부제에 해당하는 첫날 신청했다. 미리 누리집에서 제출 서류를 확인하고 준비한 덕에, 6월 5일 새벽 1시경 온라인으로 쉽게 신청할 수 있었다.
-지원금은 받았나.
=6월 19일에 ‘지원금 처리가 늦어져 죄송하다’는 문자를 받은 후, 2주일이 지난 7월 3일 지급이 결정되어 ‘3일 이내로 입금될 것’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후 7월 7일에 150만 원 전액을 받았다. 처음 공고에는 1차로 100만 원을, 이후 2차로 5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는데, 같은 날 100만 원과 50만 원 두 번에 걸쳐 전액 입금되었다.
-지원금 사용 계획은 세웠나.
=생활비 중 가장 큰 항목인 월세를 낼 생각이다. 석 달을 버틸 수 있는 돈이다.
-신청 과정이 복잡했나.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과정은 많이 복잡하지 않았지만,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종류가 다양해 준비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소득 기준’ ‘소득 감소 요건’ 등 자격 요건에 따라 제출 서류가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내 조건에 맞는 서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누리집의 안내문을 여러 번 읽어야 했다. 처음에는 조금 헷갈렸지만, 안내문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 꼼꼼히 읽으면서 준비하다 보니 서류 보완 없이 심사가 완료됐다.
-사업 관련해 개선할 점이나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업을 진행한 정부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급이 늦어진다는 안내 문자도 중간에 받아, 진행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던 점도 도움이 되었다. 다만, 궁금한 점을 문의하려고 누리집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연락을 시도했는데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아 당황했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문의 전화가 많기 때문이라고 이해하지만, 온라인 문의 창구 등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2019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고용보험 도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문화예술연대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확대되기를”
프리랜서 출판 편집자_ 박수현(가명·44)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는 어느 정도인가.
=전년 대비 35% 정도 일이 줄었다. 해마다 새로 들어가는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2020년에는 기존의 일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시의적절했나.
=지금껏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경험이 거의 없는데 프리랜서까지 지원이 확대된 것은 고무적이다.
-신청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했나.
=6월 15일에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지원금은 받았나.
=아직이다. 인터넷으로 진행 과정 조회 시 ‘신청 완료’로만 돼 있는 상태다.
-신청 과정이 복잡했나.
=때마침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친 시점이라, 중복되는 서류가 있어 복잡하진 않았다. 그 외 필요한 서류들은 발급 방법이 누리집에 자세히 안내돼 있어 쉽게 준비했다. 하나 현재 ‘신청 완료’만 된 상태라 제대로 접수한 건지, 추후 서류를 보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사업 관련해 개선할 점이나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약속된 2주에서 2주가 더 지났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하는 서류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처음부터 지급 기간을 길게 잡아 공지했다면 마음 편히 기다렸을 텐데 아쉽다. 또 ‘긱 이코노미(계약직·일용직 등을 필요에 따라 고용하는 경제 형태)’ 시대인 만큼 이번 지원 사업을 계기로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확대되기를 희망해본다.
“예술인 ‘기본소득제’ 도입돼야”
예술인(작가&연출)_ 구은서(32)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는 어느 정도인가.
=2월 초까지 영화 스태프로 일했다. 이후 뮤지컬 두 편이 예정돼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모두 취소되었다. 5월 말부터 시나리오 화상 강의를 교육청으로부터 의뢰받아 하고 있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시의적절했나.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사무국장 일도 맡아 하고 있다. 당장 교통비조차 아쉬운 예술인들에게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작품과 단기 아르바이트를 오가며 살아가는 공연예술인에게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그림의 떡이다. 생계를 위해 뛰어든 단기 알바(패스트푸드, 편의점, 커피숍 등) 사업장에서 고용보험을 가입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연계에서 시간제 근무(파트타임) 뛰면서 작품 하는 친구들이 가장 가난한데, 이들이 지원을 못 받는 셈이다. 또 사업자여야 각종 지원 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데, 사업자등록증이 있다는 것은 프리랜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공연예술 관행상 계약서는 거의 작성되지 않는다. 소득 증빙도 어렵고, 노무 제공 확인서를 준비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수십 년째 공연계에 몸담고 있으나 현실은 예술인 취급을 받지 못한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관련해 노동조합에서 2월부터 5월 사이 일이 없었다는 것을 증빙하는 ‘노무 미제공 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 대략 100건이 넘는다. 지금도 많은 예술인이 홀로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구은서 씨가 신청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심사 진행 문자│구은서
-신청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했나.
=6월 7일 일요일에 온라인으로 신청했다.
-지원금은 받았나.
=7월 7일에 100만 원이 입금되었다. 나머지 50만 원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8월 말까지 지급될 예정이다)
-신청 과정이 복잡했나.
=온라인 신청하고 ‘심사 중’이란 문자가 왔다. 그 뒤로 더 이상의 진행 문자는 받지 못했다. 그리고 보완 서류가 필요하다며 몇 차례, 담당자까지 바꿔가며 전화가 왔다. 담당자마다 다른 서류를 추가로 요청했다. 보완 서류에 대한 담당자의 이해가 부족해 보였고 문의에 즉시 답변도 못해 답답하고 힘들었다. 사무국장으로서 노조원인 예술인들의 신청 안내를 돕기 위해 논문 쓸 기세로 공부했다. 그렇게 올린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하기!’ 블로그 조회 수가 1만 2000가량이다.
-사업 관련해 개선할 점이나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생계가 힘든 예술인에게 현실적인 지원을 하려면 ‘예술인 기본소득제’가 도입돼야 한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