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호(32·가명) 씨는 동네 편의점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번다. 2013년 초 결혼한 건설기술자 권 씨는 정규직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관련 임시직 일자리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하루 아홉 시간 근무해 한 달에 그가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 안팎. 연간 1천만원 수준이다.
낮은 수입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 보니 그의 아내 배윤희(30·가명) 씨도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제품 포장을 부업으로 하며 빠듯한 살림살이에 보탠다. 배 씨가 올리는 수입은 연 300만원가량. 이들 부부는 권 씨가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자녀 계획을 미뤘다.
그런데 권 씨는 난감한 경험을 했다. 부부 연간 소득이 1,300만원 정도여서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었지만, 기한(2013년 5월 30일)을 넘겨 신청하는 바람에 지원금(70만원)을 받지 못했던 것. 권 씨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입장에서 신청 대상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지원금을 못 받게 돼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근로장려세제(EITC)가 대폭 강화된다. 권 씨처럼 뒤늦게 신청한 이들의 구제 방안이 마련되고 금액도 대폭 상향 조정된다. 근로장려세제는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북돋우고 실질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일하는 복지제도’이다. 지급 기준을 충족한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 수준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 형태로 지급한다.
우선 근로장려세제의 표준모형이 달라진다. 자녀 수에 따라 지급 기준이 달랐던 근로장려금은 단독가구·맞벌이 유무로 지급 기준을 바꾸고 지급액과 지급 대상을 늘렸다. 이에 따라 총소득 기준으로 단독가구의 경우 1,300만원 이하, 홑벌이 2,100만원 이하, 맞벌이 2,500만원 이하일 경우 근로장려금을 받는다. 연 최대 지급액은 60세 이상인 단독가구 70만원, 홑벌이 170만원, 맞벌이 210만원이다.
권 씨처럼 자녀가 없고 연소득(부부 합산)이 1,300만원일 경우 지난해 근로장려금은 70만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부터는 연간 210만원으로 늘어난다. 기한 후 신청제도도 도입돼 신청기한 경과 후 3개월 이내에 신청하면 10퍼센트 감액된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국세청 소득지원과 이준호 사무관은 “이번 개정으로 자녀가 없어도 맞벌이나 홑벌이 등 일을 하면 지원금을 받게 돼 저소득층이 느끼는 복지 혜택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에는 ‘희망키움통장’의 지원 대상이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된다. ‘희망키움통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하 기초수급자)의 근로소득 저축액을 정부가 함께 적립, 지원해 주는 것이다.
근로빈곤층의 수급자 진입을 사전에 예방하고 일을 통한 빈곤 탈출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는 비수급 차상위층이 3년간 가입 시 본인적립금(월 10만원)에 대비해 1 대 1로 정부지원금을 매칭 지원한다. 대상은 비수급 가구로 최저생계비 120퍼센트 이하이며 근로·사업소득이 최저생계비의 90퍼센트 이상인 가구다.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 방안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10월부터 시행되는 ‘맞춤형 급여체계’이다.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안은 현행 기초수급자에게 공통적으로 지원되던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네 종류의 급여를 다층화해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중위소득 30퍼센트 수준 가구 4종류 급여 혜택 ▶중위소득 40퍼센트 수준 가구 생계급여를 제외한 3종류 급여혜택 ▶중위소득 43퍼센트 이하 가구 주거·교육급여 혜택 ▶중위소득 50퍼센트 수준 가구 교육급여 혜택을 제공받게 된다.
중위소득이란 총가구 중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긴 후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중위소득의 50퍼센트 미만은 빈곤층이며 50~150퍼센트, 150퍼센트 초과는 각각 중산층과 상류층으로 분류된다.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 ‘복지사각지대 축소’
정부는 급여체계 개편과 함께 부양의무자 소득기준도 완화해 복지 사각지대를 축소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수급자 1인, 부양의무자 4인 가구일 경우 소득기준은 기존 392만원에서 441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부양의무자가 수급자를 부양하고도 중위소득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 기준을 현실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수급 대상자는 현재 139만명에서 152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장애인 지원도 확대, 시행된다. 장애인연금 급여 인상 및 대상확대가 중심이다. 그간 장애인연금 지원대상 범위는 18세 이상 중증장애인 소득하위 63퍼센트(32만7천명) 이하인 자였으나 오는 7월부터 소득하위 70퍼센트(36만4천명) 수준으로 확대된다.
기초급여액도 현행보다 2배 인상(9만7천원→20만원)해 지급된다. 65세 이상(소득하위 70퍼센트) 기초연금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지급대상 어르신 391만명 중 90퍼센트인 353만명에게 20만원을 지급하되 국민연금 소득이 있는 일부 어르신에게는 감액 지급한다.
글·최재필 기자 201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