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國寶), 말 그대로 나라의 보물이다. 때로는 우리나라의 위신을 세계만방에 떨친 운동선수나 유명 연예인 등 보배 같은 존재에게도 붙는 수식어이지만, 원래 귀하고 값진 문화재를 뜻한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국보 1호는 흔히 남대문이라 불리는 숭례문이고, 보물 1호는 동대문이라 일컬어지는 흥인지문이란 사실 말이다. 이는 초등학교만 마쳤어도 다아는, 그야말로 국민적 상식이기도 하다.
그러니 국보를 제대로 알리는 책이 나왔을 법한데 실은 그렇지 않다. 국보는 어떻게 선정되는지, 어떤 것이 얼마나 있는지, 각각의 국보는 어떤 문화적 가치가 있는지 아리송한 것 투성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국보 1호, 보물 1호를 외우기만 했을 따름이다. 다른 국보들이야 그때그때 ‘아, 몇 호구나’ 하고 넘어갔다.
경향신문의 문화재 담당 선임기자가 오랜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한 이 책은 국보에 관해 꼼꼼히 정리해 우리의 이 같은 무관심, 무지를 덜어내는 데도움을 준다. 우선 우리 국보는 몇 호까지 있을까. ‘숭례문’에서 ‘동의보감’까지 모두 319호가 지정돼 있단다. 한데 151-1~4호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처럼 한 지정번호에 여러 건의 문화재가포함된 경우가 있어 실제 국보 건수는 330건이라고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보 제274호, 278호는 국보로 지정됐다가 취소·해제되는 바람에 번호만 있는 영구 결번 상태여서 실제 총 국보 건수는 328건이다.
지은이는 이 국보를 일련번호별로 설명하는 게아니라 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나눠 시대별로 정리해 풀어준다. 책 부제(副題)처럼 일종의 역사서인 셈이다.
그렇다면 국보 중 가장 연대가 오래된 것은 무엇일까. ‘설마 석기시대 것도 국보로?’ 하며 의아해할수도 있다. 70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반구대 암각화’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대곡리 대곡천의 바위 절벽에 그려진 300여 점의 그림과 문양이 국보 285호이다.
이렇게 시작된 시대별 국보 이야기는 국보 121호인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까지 국보들을 꼼꼼하게 살피며 시대상과 문화를 섭렵하는데 사이사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어 읽는 맛을 더한다.
고려시대 쓰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비교한 대목이 그중 하나다. 두 책 모두 우리 고대사에관한 귀한 사료이나 <삼국유사>는 국보 306호로 지정돼 있지만 <삼국사기>는 ‘보물’로만 지정돼 있다. 어째 그럴까. <삼국사기>는 그 내용을 다른 정사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지만 <삼국유사>에는 화랑도 이야기 등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내용이 상당수 들어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숭례문이 왜 국보 1호가 되었는지, 국보의 일련번호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국보와 보물의 값 등 국보에 관한 소소한 궁금증을 풀어주면서 ‘세계는 문화재 전쟁 중’이라는 마지막 장에선 각국의 문화재 약탈과 환수 논쟁을 다루는데 우리나라에도 약탈 문화재가 있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제강점기에 승려 오타니 고즈이가 중앙아시아에서 가져왔다가 광복 후 미처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한 ‘오타니 컬렉션’이 그것이다.
여기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까지 다룬 이 책은 알차고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국보 백과사전’이라 하겠다.
국보, 역사로 읽고 보다
도재기 지음 | 이야기가 있는 집 | 639쪽 | 2만7800원
글· 김성희(북칼럼니스트) 2016.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