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중요한 발자취로 남겨질 보물 9점이 새롭게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11월 16일 ‘고창 문수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등 9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과거이자 현재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9점의 보물을 소개한다.
보물 제1918호 고창 문수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고창 문수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전북 고창 문수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은 인간 세계를 교화하는 석가여래를 중앙에 두고 좌우에 동·서방의 정토(淨土)를 다스리는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를 배치한 삼불 형식을 보여준다. 이 삼불상은 1654년에 벽암각성(碧巖覺性, 1575~1660)의 문도들이 주축이 돼 조각승 해심을 비롯한 15인의 조각승이 참여해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 시기 불교 조각의 기준이 되는 의미를 가진다.
보물 제1919호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
▶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
경북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은 흙으로 형태를 만든 뒤 그 위에 삼베를 입히고 칠을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일정한 두께를 얻은 후 조각해 만든 건칠불상이다. 이 불상에서 보이는 엄숙한 상호(相好·부처의 몸에 갖춰진 훌륭한 용모와 형상), 당당하고 균형 잡힌 형태, 탄력 있고 절제된 선은 석굴암 본존불 등 통일신라 전성기 불상 양식을 따르고 있다. 이 불상은 이르면 8세기 후반, 늦어도 10세기 전반에는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930년경, 보물 제999호)과 함께 우리나라 건칠불상의 시원적 작품으로서 중요한 조각사적 의의를 지닌다.
보물 제1920호 고창 문수사 목조지장보살좌상 및 시왕상 일괄
▶ 고창 문수사 목조지장보살좌상
삭발한 지장보살상과 제왕형의 시왕상(十大王·지옥에서 죽은 자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을 새긴 조각)으로 구성돼 있다. 제8 평등대왕상에서 발견된 ‘조성발원문’ 덕분에 1654년 3월 당시 불교계를 대표했던 벽암각성의 문도들이 주도한 불사(佛事)임을 알 수 있다. 본존인 지장보살상은 통통한 얼굴과 아담한 형태미가 두드러지며, 시왕상은 지옥 중생을 심판하는 사실적인 연출과 함께 고색찬연한 채색이 돋보이는 조각이다.
보물 제1921호 양산 금조총 출토 유물 일괄
▶양산 금조총 출토 유물 중 금제태환이식 귀걸이
경주가 아닌 경남 양산 북정리에서 발견된 신라 고분군으로 신라 고분문화의 전파 경로와 계보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제작 시기는 경주에서 발견된 귀걸이와 금제 팔찌 등과의 양식적 비교를 통해 삼국시대인 6세기경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특히 누금세공으로 귀갑문을 아로새긴 금제태환이식 귀걸이는 신라 최고의 금속 공예품으로 평가되고, 금제조족(鳥足)은 국내에서는 유일한 것이어서 가치가 높다. 이 밖에도 톱니 모양의 금제 팔찌, 은제 허리띠, 청동제 초두(술, 음식, 등을 끓이거나 데우는 데 사용한 그릇) 등도 경주 이외의 지역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보물 제1922호 부산 복천동 출토 금동관
▶부산 복천동 출토 금동관
현재 신라권에서 출토된 관 가운데서는 매우 이례적인 형태다. 주실인 11호분의 피장자 오른쪽에서 출토된 금동관은 5~6세기 신라 경주를 중심으로 한 출자형(出字形) 금관과는 달리 관의 둥근 밑동 부분인 대륜(臺輪)에 나뭇가지 모양의 입식(머리에 얹는 관의 둥근 밑동 부분 위에 세운 장식)이 연결돼 있다. 입식이 모여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점은 경주 교동 출토 금관과 유사하다. 그밖에 입식 끝이 아래를 향하고 있는 점, 영락(구슬 장신구)이 없는 대륜에 물결무늬를 그려 넣은 부분, 혁대를 조여 관을 쓰는 장치가 있는 점 등은 5~6세기 신라관의 계보와 가야의 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로 가치가 크다.
보물 제1923호 정조 어찰첩
▶ 정조 어찰첩
정조가 1796년부터 1800년까지 4년간 좌의정 등 고위직을 역임한 심환지에게 보낸 어찰로 300통에 달하는 다양한 내용의 어찰이 날짜순으로 6첩으로 장첩(글씨나 그림 등을 잘 보존하기 위해 두꺼운 종이를 붙여 책처럼 만드는 것)되어 있다. 이 어찰의 내용은 대부분 정사(政事)와 관련된 것들이어서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사료이다. 또한 한글과 이두식 표현, 속담과 구어 등 실용적 문체를 구사한 점도 주목할 부분으로 조선시대 서간문의 형식을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서간문의 격식과는 다른 부분들이 있다.
보물 제1924호 조선경국전
▶ 조선경국전
<조선경국전>은 정도전(1342~ 1398)이 조선 초기인 1394년 국가 경영을 위한 통치 전범을 마련하기 위해 조선의 건국이념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제시한 서적이다. 개인적인 편찬물이기는 하지만 그가 조선 건국의 중심에 있었고 실질적으로 조선 건국의 이념을 창안한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보물 제1147-3호 묘법연화경 권 5~7
▶ 묘법연화경 권 5~7
<묘법연화경>은 천태종의 근본 경전으로 1470년(성종 1)에 세조비인 정희왕후가 차남인 예종이 돌아가자 이미 고인이 된 세조와 장자인 의경왕 그리고 예종의 명복을 빌기 위해 간행한 왕실판본이다. <대방광불화엄경>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유통된 불교 경전이기도 하다. 간행 시기와 동기가 분명하며, 보존 상태 또한 양호하고, 전래되는 같은 초기 인본(印本)이 극히 희소하기에 귀중하다.
보물 제1196-2호 묘법연화경 권 4~7
▶ 묘법연화경 권 4~7
태종의 넷째 아들인 성녕대군이 14세에 요절하자 그의 장인으로 인순부윤 직에 있던 성억이 성녕대군과 대군의 모친인 원경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간행한 경전이다. 이번에 지정 예고되는 대상은 판면의 상태가 선명하고 다른 발문이 없다는 점에서 1422년 판각 즉시 인출한 초인본으로 추정된다. 조선 초기의 불교사 연구와 인쇄술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글· 박샛별(위클리 공감 기자) / 사진·문화재청 2016.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