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문재인정부 ‘사람 중심 경제’의 양대 축인 혁신성장이 본격 추진된다. 정부는 11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017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열어 혁신성장의 방향과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핵심 사업에 대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선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범정부 차원의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 개념은 어차피 추상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개념 정리보다 더 중요한 건 구체적 사업을 통해 (국민이)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오늘 선정하는 혁신성장 선도사업은 혁신성장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보여주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을 포함한 제조업 혁신과 드론산업 등을 언급했다. “미국의 신혁신 전략,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초스마트화 전략처럼 우리도 혁신성장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속도감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세계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추진에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했다.
혁신성장이 경제 부처만의 업무가 아닌 범정부 차원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가 사령탑이 돼 각 부처와 4차산업혁명위원회, 노사정위원회 등 정부 위원회가 고유 역할을 하며 협업하는 체계를 갖춰달라”며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혁신성장의 주역은 민간이고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와 여당 지도부에 “정부는 민간의 혁신역량이 실현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고 기술개발, 자금지원, 규제혁신 등 정책 지원을 담당하는 서포트 타워 역할을 다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기반을 둔 규제혁신 당부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신산업과 신기술에 대한 규제혁신이 필수”라며 “민간의 상상력을 낡은 규제와 관행이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무엇보다 민간의 지혜와 현장의 목소리에 정부와 정책 담당자들이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 함을 당부하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7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혁신성장의 주역은 민간과 중소기업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혁신성장의 방향과 주요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 육상 100m 경기에서 혼자 웅크린 자세로 출발한 미국 육상선수 토머스 버크의 ‘캥거루 출발법(crouch start)’ 자세가 담긴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웠다. 당시 토머스 버크는 서서 출발하던 다른 육상선수들과 달리 낮게 웅크린 자세로 출발해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발상의 전환이 혁신을 일으켰고, 이 혁신이 그에게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안겨준 것이다.
김 부총리는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혁신 성과를 말하며 “혁신은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가는 것이다. 안 가본 길이지만 지속 가능한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특히 우리나라 장기 성장률, 생산성(혁신) 등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경제·사회 전방위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로 TDX, CDMA, 64M D램 등 과거 우리 경제 먹거리의 뒤를 이을 먹거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며, 과학기술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고도화 및 인프라 구축하고, 도전적·창의적 연구 조성, R&D 효율성 제고, 과학기술 연구산업 육성, 국제 표준선점 등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둘째로 국내 유니콘 기업(시장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2개에 불과한 현실 등을 지적하며 산업혁신을 강조했다. 이 부분에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서비스·신산업 육성, 주력산업 고도화, 기업 혁신역량 강화, 혁신거점 활성화 등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세 번째로는 우리 교육이 획일적이지 않은지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공무원 준비에 몰두하는 한국과 창업에 몰두하는 중국의 사례를 비교해 설명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람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 직업능력개발 혁신 등의 정책방향을 소개했다.
네 번째로 규제로 인한 ‘안 돼 공화국’, 실패를 두려워하는 우리 현실을 지적하면서 사회제도 혁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정책과제로 규제혁신, 사회적 대화, 공정경제기반 강화, 사회적경제 활성화, 혁신 안전망 구축 등을 제시했다.
‘캥거루 출발법’과 같은 발상 전환 이뤄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인재성장 지원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 사회부총리는 인재성장을 뒷받침할 지원 방안으로 창의·융합교육 강화를 먼저 꼽았다.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토론·발표 수업을 활성화하고, 논리·사고력 함양을 위해 소프트웨어와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을 융합한 스팀(STEAM) 교육에 대한 강화 의지를 밝혔다. 또 도전정신을 높일 수 있도록 학교에서 기업가 정신 교육을 실시하고, 대학생들의 창업 지원 확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창의융합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학생 주도 교육과정인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고, 학과 전문화, 칸막이 등 대학들의 경직화된 학사제도를 유연화해 융복합인재 양성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적응을 돕는 직업능력 개발 체계를 혁신하고,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온 국민 평생교육 인프라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회부총리는 혁신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성과 청년과학 인재의 성장 지원을 강화하는 인재양성 인프라 구축 계획도 덧붙였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역시 선도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각 부처별 사업발표는 초연결 지능화 인프라 강화(과기정통부),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중기부), 청년이 찾아오는 스마트팜(농식품부), 핀테크 활성화를 통한 금융혁신(금융위), 재생에너지 3020을 통한 에너지 신산업 혁신성장 추진전략(산업부) 등이다. 이날 회의에서 조율된 각 부처의 혁신성장 사업 계획안은 내년 초 공개될 예정이다.
조동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