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노승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회장 인터뷰
“중국 100만 대군과 4억 국민이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해냈다.”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 축하식 겸 일본군 상하이 점령 경축식. 매헌 윤봉길 의사(본명 윤우의)가 물통 폭탄을 던져 일본군 장성 등 일곱 명을 처단하자 장제스 당시 중국 국민당 주석은 이같이 말했다. 장제스 주석은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적극 지원했고 이는 침체됐던 독립운동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장제스 주석은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열린 카이로회담(1943년 11월)에서 카이로선언문에 우리나라를 독립시킨다는 조항을 넣을 것을 강력히 주장해 연합국 수뇌부를 설득했고 이는 곧 광복으로 이어졌다. 물통 폭탄에 의해 다리가 절단된 일본 외무대신 시게미쓰 마모루는 1945년 일본을 대표해 일본의 항복문서 조인식에 참석하는 치욕적인 역할을 떠맡았다. 조인식을 참관한 9개 연합국 중 우리나라는 없었지만 조선 청년의 독립을 향한 열망의 흔적은 일본의 패망을 지켜본 셈이다.
▶2021년 12월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열린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어린이역사합창단원들이 추모가를 부르고 있다.│한겨레
▶양복 입고 모자를 쓴 윤봉길 의사의 모습. 취업하기 위해 1930년에 찍은 사진으로 추정된다. 윤봉길 의사는 중국 칭다오에서 1년 넘게 고용 생활을 하면서 상하이로 갈 노잣돈을 모았다.│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윤봉길 의사는 교육가·농촌 개혁가이자 시인”
2022년은 윤봉길 의사가 의거한 지 90년이 되는 해다. 윤 의사는 일제 군법회의에서 사형 결정이 내려져 1932년 12월 19일 총살형으로 만 스물넷에 순국했다. 명노승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회장은 9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윤 의사의 뜻을 계속 되새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명노승 회장은 “윤봉길 의사는 상하이사변 이후 파죽지세로 침략을 일삼던 일제의 야욕에 제동을 걸어 힘을 잃어가던 대한민국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에게 커다란 용기를 줬으며 세계 곳곳에서 핍박받던 민족들에게 불의에 저항하는 뛰어난 정신력을 보여줬다”면서 “윤 의사의 정신은 코로나19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도 이를 극복할 의지와 용기를 주고 분열된 남북통일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1965년 발족한 기념사업회는 1988년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에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을 세우고 매헌의 사상 연구와 사료 수집, 매헌 관련 사적지 보존을 비롯해 청소년 선도·장학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독립운동가로서뿐만 아니라 교육자, 농촌 개혁가, 시인으로서 윤 의사의 다양한 활동을 알리는 것 역시 기념사업회의 주요한 사업이다. 명 회장은 윤봉길 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물통 폭탄 투척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적장에게 폭탄을 던진 열혈 독립투사만이 윤봉길 의사의 모습 전부가 아니에요. 열아홉 살 때 야학을 열어 민족정신 계몽에 앞장선 교육자이기도 하죠. 이후엔 농촌계몽운동을 통해 식민 통치하에 있는 조국을 새로 건설하는 데 매진하셨어요. 농촌을 부흥시켜 일꾼들을 길러내는 것이 또 다른 독립의 길이라 생각해 <농민독본>을 쓰고 ‘월진회’를 만들어 농민을 대상으로 문맹 퇴치, 애국심 고취 등의 활동을 했죠. 일제의 식민 교육을 거부하고 서당인 오치서숙에서 한학을 공부한 시기엔 서정적인 면을 볼 수도 있어요. <한시집>, <임추>, <명추>, <옥타>, <염락> 등 5권의 한시집에 직접 짓거나 애송했던 340여 편의 시가 전해지고 있어요. 기념사업회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한시를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윤봉길 의사 농민운동 기록화
‘원수 갚아준 청년’… 중국, 기념사업회 전폭 지원
중국 상하이에 지부를 둔 기념사업회는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운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윤 의사의 의거 현장인 훙커우공원(루쉰공원)에 매헌기념관을 건립·운영하는 데 100%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념식에 훙커우구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매번 참석하는 등 윤 의사의 의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적극적 지원 배경에는 윤 의사가 자신들의 원수를 대신 갚아줬다는 중국인들의 인식이 자리한다. 상하이 의거가 있기 전 만주사변과 상하이사변으로 중국인들 사이에선 반일 감정이 악화돼 있던 건 물론 일본의 잔꾀로 중국 농민과 우리 농민 사이에 유혈 사태가 벌어진 만보산사건으로 조선인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았는데 조선 청년의 용기 있는 행동이 한 나라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바꾼 것이다.
명 회장은 “윤 의사는 중국을 침략한 일본의 수괴를 죽이는 것이 중국과 우리 양국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앞서 조선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중국인들은 윤 의사의 의거가 자신들의 원수를 갚았다고 생각해 감동했고 이후 장제스 주석이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지원했듯 우리 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고 덧붙였다.
기념사업회 상하이 지부는 2021년 네 차례 실시했던 윤 의사 관련 강연을 2022년엔 중국 전역의 한인 학교와 조선족 학교 등을 대상으로 30회 가까이 늘리는 등 중국 동포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호국보훈 사업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국내에선 매헌 윤봉길 의사 상하이 의거 90주년 기념사업과 행사가 더욱 다양하게 준비됐다. 우선 11월 17일 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 기념사업회는 전 세계의 학자를 초빙해 윤 의사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앞서 4월 21일엔 국회에서 ‘상하이 의거 90주년 대토론회’가 열렸으며 같은 달 김학준 매헌연구원장이 저술한 <매헌 윤봉길 의사 평전>도 발간했다.
대중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념행사도 여럿 마련했다. 윤 의사의 한시와 어록을 주제로 한 ‘전국 서예휘호대회(10월)’와 ‘매헌 전국 시낭송대회(6월 30일까지 접수)’가 개최될 예정이며 <윤봉길 의사 사진전>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국민들을 직접 찾아간다. 윤 의사가 순국한 일본 가나자와를 견학하는 청소년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의거를 보도한 <경성일보> 1932년 5월 4일자 기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윤 의사 정신, 남북문제 해결 열쇠 되길”
무엇보다 기념사업회는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이 자리한 양재시민의숲 명칭을 ‘매헌시민의숲’으로 바꾸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같은 명칭이 자연스럽게 나라 사랑 정신을 드높이고 이는 곧 국민 통합 정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란 뜻에서다. 명 회장은 이 같은 기념사업회의 다양한 노력이 윤 의사가 꿈꾼 대한민국의 평화로, 세계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윤봉길 의사는 식민지 시대 노예로 사는 삶을 견디지 못했어요. 인간의 이상과 꿈을 펼칠 수 있는 자유는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는 평화의 시대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제국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바탕이 된, 민족의 독립을 넘은 세계평화가 이어지길 바랐던 겁니다. 이제 우리는 독립을 성취했지만 6·25전쟁이라는 참극을 겪고 남북으로 갈라져 있어요. 윤 의사의 평화 정신이 남북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실현하는 하나의 열쇠가 되기를 바랍니다.”
조윤 기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청년 윤봉길(OX퀴즈)
윤봉길은 본명이다.
▶ X (윤봉길 의사의 본명은 윤우의(尹禹儀), 본관은 파평(坡平), 호는 매헌(梅軒)이다.)
윤봉길 의사는 중국 상하이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군 장성 등 7명을 처단했다.
▶ O
윤봉길 의사가 던진 건 도시락 폭탄이다.
▶ X (윤봉길 의사는 물통과 도시락으로 위장한 폭탄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던진 건 물통 형태의 폭탄이었다.)
윤봉길 의사는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쟁을 하다 20대에 순국했다.
▶ O
윤봉길 의사 의거 이후 중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견제했다.
▶ X (중국은 자신의 원수를 조선의 청년이 응징했다며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적극 도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연합국이 우리의 독립을 인정한 것은 ‘카이로회담’이다.
▶ O
윤봉길 의사는 교육가, 농촌 개혁가, 시인이기도 했다.
▶ O
2022년은 윤봉길 의사 의거 100주년이다.
▶ X (90주년이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은 서울 효창공원에 있다.
▶ X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에 있다.)
윤봉길의사가 순국한 곳은 중국이다.
▶ X(일본 가나자와시에서 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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