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월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 대화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들과 머리를 맞대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청와대와 주요 자영업 협회·단체는 2월 19일 일자리위원회에서 첫 번째 ‘자영업 대책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2018년 12월 정부와 청와대가 자영업자·소상공인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내놓은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이 현장에서 잘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자리다. 참석자들은 자영업 종합대책 과제 124개 중 완료된 8개를 제외한 나머지 과제를 본격적으로 이행하기로 했다. 나영돈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가족 무급종사자에 대해서도 산업재해보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을 하반기에 제정하고, 법무부는 상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환산보증금을 내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각 부처와 청와대가 한자리에 모여 자영업 종합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정례적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대표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이런 자리가 정기적으로 계속 이어져서 자영업 정책이 실제 효과를 거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계 대표로 참석한 단체들은 카드수수료 인하 대상 확대, 물류부지 제공 등 물류비용 절감 방안 마련, 지자체의 도시계획 수립 때 소상공인 참여 등을 요청했다.
회의에서는 2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제기됐던 정책 과제도 논의됐다.
독자적인 경제정책 영역으로
이날 청와대 간담회는 현직 대통령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만을 초청해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는 처음이었던 만큼 오찬을 포함해 두 시간 넘게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자신을 “골목 상인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며 “어릴 때 부모님이 연탄 가게를 하신 적도 있었는데,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거나 배달을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린 마음에 힘든 것보다 온몸에 검댕을 묻히고 다니는 게 참 창피했는데, 자식에게 일을 시키는 부모님 마음이야 오죽했겠느냐”며 “그러나 그 시절 우리 국민은 그렇게 가족의 생계를 지켰고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골목 상인과 자영업자들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과 소상공인은 독자적인 경제정책의 영역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자영업과 소상공인 규모는 2018년 말 기준 564만 명으로, 월급 없이 일하는 가족 110만여 명을 포함하면 전체 취업자 2682만 명 중 25%가 자영업·소상공인 종사자”라며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연합(15.5%), 일본(10.4%), 미국(6.3%) 등 선진국과 견줘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자와 비취업자 등이 자영업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자영업자의 호칭은 ‘사장님’이지만 실상은 자기 고용 노동자에 해당하는 분이 많고, 중층·하층 자영업자의 소득은 고용 노동자보다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92만 원으로 상용근로자 가구(608만 원)의 81%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가 도소매업(20.7%), 숙박·음식업(11.2%), 개인 서비스업(7.4%) 등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업종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카드수수료와 임차료 등 비용 증가에다 경영난으로 자영업자의 부채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자영업 가구의 부채는 평균 1억 87만 원으로 상용근로자(8062만 원)보다 2025만 원이 더 많다. 매출이 늘어도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전략발표회에 참석해 발로 밟은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만드 ‘압전에너지’ 기기를 개발한 에이치앤제이의 부스를 방문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연합
동반성장과 패자 부활 길 터 연착륙
문 대통령은 최근 자영업자 정책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자영업자가 과잉이니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맞는 말이 아니다”면서 “나라마다 특성에 맞춰 정책을 만드는 것이 온당하다”고 말했다고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이 전했다.
정부가 2018년 12월 20일 발표한 ‘자영업 성장과 혁신 종합대책’은 자영업자를 독립적인 정책 대상으로 규정하고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 동반성장과 패자 부활의 길을 터주면서 연착륙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창업부터 폐업, 재기에 이르기까지 자영업의 ‘생애주기’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상권 보호와 상생 협력을 강화하며 자영업자의 복지를 확대하는 내용을 망라하고 있다. 자영업의 매출 기반을 늘리고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은 줄이는 방안도 담겼다. 18조 원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17조 원 규모의 저금리 자금을 공급한다. 자영업자의 연체 채무는 탕감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자영업 전반을 포괄하는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 제정을 올해 추진해 정책 지원과 보호 육성의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자영업 전문 부설 정책연구소를 신설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은 전통시장을 적극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통시장 주변 도로에 주차를 허용했더니 이용객 30%, 매출 24%가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을 10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통시장의 주차장 보급률은 72%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전통시장 지원 예산을 5370억 원으로 증액하고 주요 상권에도 공영주차장 보급을 늘리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민생 현장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자 마련한 간담회 자리였던 만큼 청와대를 찾은 150여 명의 자영업자·소상공인은 허심탄회하게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호소하자, 문 대통령은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은 최저임금 동결을 요청하며 “자영업을 지원해 스스로 임금을 올릴 수 있는, 능력 있는 자영업자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으려면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게 부담스러우니 한시적으로라도 2대 보험 정도로 축소해달라”고 건의했다.
최저임금·4대 보험 등 요구 쏟아져
문 대통령은 “높은 상가 임대료와 가맹점 수수료 등으로 자영업과 소상공인들의 형편이 여전히 힘든데 최저임금 인상도 어려움을 가중한 측면이 있었으리라 본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와 금액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힘을 보태면서도 큰 틀에서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으리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카드수수료 인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4대 보험료 지원, 상가 임대차 보호, 가맹점 관계 개선 등의 조치가 함께 취해지면 최저임금이 다소 인상돼도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텐데, 최저임금이 먼저 인상되고 이런 보완 조치들은 국회 입법사항이라 같은 속도로 맞춰지지 않는다”며 관련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현장의 목소리에 정부 관계자들은 그 자리에서 답변했다. 자영업자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하던 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토론에 개입하기도 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자영업자들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법제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단체에 소속된 가맹점과 그렇지 않은 가맹점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영세 가맹점의 협상은 정부가 돕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카드수수료를 협상하는 단체에 속한 경우와 안 그런 경우 차별이 있어 어렵다고 하는데, 노동조합 단체협약에는 비노조원에게도 단체협약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제도가 있으니 그런 방법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재안 소상공인자영업연합회 대표는 신용카드로 세금을 납부할 때 수수료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요즘은 국민 편의를 위해 검찰청 벌금 납부도 카드로 한다”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카드수수료 부담에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부분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니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 첫마디는 “미안하다”
마무리 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가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장관들은 이런 자리가 아니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노력을 더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자 참석자들은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고 인태연 청와대 비서관이 전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은 척박한 환경과 구조적 문제 때문에 함께 뛰어갈 힘이 없었고, 힘들고 섭섭한 마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소상공인들은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룰 안에서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오찬에서도 문 대통령의 첫마디는 “미안하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인태연 비서관은 “최저임금 인상에서 생기는 고통을 빨리 해소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번 행사에서 제안된 의견을 ‘자영업 종합대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한광덕 기자
문 대통령 6번째 부산 ‘지역경제투어’
“부산 대개조는 지역혁신 마중물”
문재인 대통령은 2월 13일 부산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와 ‘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2018년 10월 전북 군산을 시작으로 이어진 ‘지역 경제투어’의 6번째 일정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이 혁신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일정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미래 수변도시로”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서 “세계 각국이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국가적 차원의 시범단지를 만든 것은 우리가 세계 최초”라면서 “부산 낙동강 변 벌판과 세종시 야산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문명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 스마트시티는 로봇 등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친환경 미래 수변도시로 변화할 것”이라며 “2021년 말 입주를 시작하면 부산 시민도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시티란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시의 공공기능 시설이나 편의시설 등에 적용한 미래형 도시로, 정부는 지난해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세종 5-1 생활권을 시범도시로 지정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이 스마트시티 구상을 주도했다.
문 대통령은 “기술은 새롭거나 신기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활용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며 “스마트시티는 사람이 도시에 맞춰서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의 삶에 맞춰 움직이는 도시”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인 스마트시티의 성공은 ‘혁신적인 사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할매 재첩국’에서 지역기업인 오찬
문 대통령은 이어 부산 사상공단에 있는 폐공장 대호PNC에서 열린 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적인 첫발을 떼며 상생형 일자리로 포용국가의 전환점이 된 것처럼, 부산 대개조의 성공은 대한민국 지역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100여 명의 노동자로 활기찬 생산 현장이었던 폐공장에서 행사를 연 것은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선포식 참석에 앞서 ‘할매 재첩국’이라는 지역 식당에서 부산 지역 기업인들과 오찬을 했다. 자동차·조선 등 지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창업 활성화 방안, 소상공인과 자영업 종사자 지원방안 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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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