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혁신과 민생에 주안점을 둔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건다.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거나 국민의 불편을 야기하는 규제를 매만진다.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민 개개인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현안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 방향’을 심의·확정했다. 이날 발표된 추진 방향은 크게 세 축이다. ▲신산업·신기술 분야 규제 과감히 혁파 ▲일자리 창출 저해 규제 집중 개혁 ▲민생 불편·부담 규제 적극 해소다.
규제개혁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경제 활력 제고 노력은 꾸준히 있었다. 다만 산업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규제 부담 경감에 상대적으로 소홀했고 신산업·신기술 규제혁파가 시급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따랐다. 지자체 일선 공무원의 소극적인 행태로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규제개혁 만족도가 낮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안은 이 점을 감안한 결과물이다.
우선 신산업·신기술 분야 규제가 빠른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분야는 급속한 기술 발전, 업종 간 융합 등의 성격을 띠고 있어 규제 체계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산업에 적용할 규정이 없는 상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정부는 신산업·신기술 분야 규제 방향을 사전허용·사후규제 방식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신산업·신기술의 경우 법령 개정 없이도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입법 방식을 변경한다. 첫째로 기존의 한정적·열거적인 개념을 포괄적 개념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전자화폐 개념을 폭넓게 기술하여 다양한 형태의 전자화폐를 수용할 수 있다. 둘째로 제품·서비스에 대한 기존의 분류 체계가 유연한 분류 체계로 바뀌는 것이다. 한 예로 EU에서는 모터사이클을 L1~L6로 분류하고,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 차량은 L7으로 구분 짓는다.
아울러 정부는 기존 규제에도 불구하고 신사업 시도가 가능토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모래 놀이터처럼 제한된 환경에서 규제를 풀어 신사업을 테스트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최초로 시도됐다. 정부는 혁신적인 제품·서비스에 대해 시범사업과 임시허가 제도 도입 등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범사업 철회·중단 등 사후규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신산업·신기술의 발전 양상을 예측하고 규제 이슈를 사전에 정비하는 선제적 규제 개선 로드맵 마련 계획도 발표했다. 일단 자율주행차, 드론, 맞춤형 헬스케어를 대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도 혁파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프로젝트를 선정해 현장의 제반 규제 애로를 발굴·해소 하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프로젝트라도 중소·중견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규제 개선 요구 사항은 우선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무조정실의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조직을 활용해 일자리 규제 정비 사항을 상시적으로 접수·발굴한다.
정부는 신유형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사업자 간 경쟁 유인을 저해하는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도 이어갈 계획이다. 경쟁제한적 분야로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먹거리·생필품·레저 분야, 4차 산업혁명 기반사업 분야, 장기간 독과점 고착 분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 분야가 꼽힌다.
정부는 민생 불편과 부담을 야기하는 규제 해소에도 힘을 싣는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규제 차등화를 추진하는 한편, 국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규제 관련 5대 분야(보건·복지, 주거·건설, 도로·교통, 교육·보육, 문화·체육)를 선정하고 중점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국민을 보호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생명·안전·환경 관련 규제는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지역 발전과 자치분권 확대를 위한 규제법령 정비도 이뤄진다.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원을 위해 낙후 지역 재생 관련 규제법령을 우선 정비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 및 창업 활성화 분야를 집중 정비한다. 또 지자체 건의 과제를 분석해 지자체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규제법령을 대폭 정비하기로 했다. 지자체 규제 전수조사를 통해 상위 법령에 위반되거나 불합리하게 국민의 불편을 야기하는 자치법규도 일제 정비한다.
국민과 기업이 부담으로 느끼는 ‘행정조사’에 대해서도 금년 중 전수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자료제출 간소화 등 유형별 정비 방안을 마련한다.
규제신문고 제도도 개편된다. 정부는 ‘의견 제출’ 권한을 ‘청구권’으로 확대하고 3단계 검토 절차(부처 답변→소명→개선 권고)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더불어 국민의 규제 개선 제안 접수·처리 창구를 규제신문고로 단계적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정부는 규제개혁위원회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회의록 상세 공개, 제척·회피 제도 적용, 윤리의무 강화 등이 구체적인 방안이다.
이 같은 내용의 규제개혁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 현안조정회의를 통해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일자리위원회·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개정이 요구되는 부처 소관 법령을 신속하게 정비할 계획이다.
12가지 규제개혁 추진과제
신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1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사전허용·사후규제) 전환
법령개정 없이도 신제품·신기술 수용 및
규제샌드박스 도입
*규제샌드박스(규제없는 놀이터) : 신기술 테스트를 위해 제한된 환경에서 관련규제 완화
2 자율주행차 등 유망 신산업 분야 대상 선제적 규제개선 로드맵 구축
기술 발전 예측에 기반하여 신규 규제
도입 여부, 기존 제도 정비 등
규제 정비과제 사전 발굴
3 창업,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파
벤처투자 진입, M&A, 중소기업
기술보호 등 관련규제 개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습니다!
4 일자리 관련규제 발굴·개선
정부, 산업계, 지자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일자리 관련규제 정비, 발굴, 해결
5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집중 해결
융복합, 공유경제 등 신유형 서비스 및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 해결
6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
먹거리·생필품·레저 / 4차 산업혁명
기반사업 / 독과점이 장기간 고착화 분야 등 우선 집중 개선
민생 부담을 경감하겠습니다!
7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상 규제 차등화, 현장 규제애로 해소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비용부담
경감을 위해규제를 차등적용하고, 현장의 규제애로 지속 정비
8 국민생활 불편이 큰 5대 분야
규제 개선
‘보건·복지 / 주거·건설 / 도로·교통
교육·보육 / 문화·체육’ 중심 개선
9 지방발전·분권을 위해 규제법령, 자치법규 정비
구도심 등 낙후지역 재생 관련
규제법령 우선 정비, 핵심규제 권한의 지방이양 추진
국민편익을 증진하겠습니다!
10 국제기준에 맞춰 ‘생명·안전·환경’ 분야 규제 관리·강화
생명, 안전, 환경 분야 규제 폐지·완화 시에도 규제 적정성 심사
11 국민과 기업에서 부담을 느끼는 행정조사 정비
불필요한 자료제출 요구, 유사 중복조사 등 간소화
12 국민참여·정보 제공 확대
규제신문고, 규제정보포털,
SNS 등을 통해 정보 제공 강화, 국민참여 촉진
이근하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