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 12월 20일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설정한 방향과 세부 계획이 함께 담겼다. 석탄, 원자력으로 대변됐던 에너지의 이미지는 이제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다.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을 만나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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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지금까지 에너지정책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시해왔다. 때문에 전 세계에 원전을 짓는 국가가 큰 폭으로 늘기 시작했고 원자력이 미래를 대변할 에너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는 많은 이에게 원자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게 했다. 이를 계기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국민도 많아졌다. 또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2016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국내 기준으로 7% 정도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 기준으로는 2.2% 수준으로 OECD 평균인 23.8%에 비해 매우 낮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는 에너지 신산업에서 새롭게 창출되는 기회를 모두 놓치게 된다. 국민의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고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산업으로서 갖고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봤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수립했다.
Q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보면 일반 시민의 참여를 높인다는 방안이 눈에 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시민이 손쉽게 태양광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도시형 자가용 태양광 확대,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을 지원하고 농촌 태양광 활성화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시민이 재생에너지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신재생 이익공유 사업이 있다. 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해 주민이 재생에너지로 얻은 이익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역 주민이 특수목적회사에 참여해 소득을 배분받고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도 검토 중이다. 에너지전환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만큼 급하게 추진하기보다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연구하고 지자체와 지역 주민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
원전 온배수를 활용하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원전 부산물인 냉각수를 재사용해 유리온실, 양식장에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냉각수로 열에너지를 공급하면 일반 에너지로 냉난방을 했을 때보다 약 70% 정도 절감할 수 있다.
Q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공공기관은 도로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수상태양광, 해상풍력 단지 등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의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 염해 피해 농지에 태양광 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일시적으로 허용한다든가 국유재산 임대료를 내려 재생에너지 단지 입지 규제를 완화하는 등 보급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도 함께 에너지전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협의회를 상시적으로 운영해 소통을 강화할 것이다.
Q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 육성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이번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으로 재생에너지가 널리 보급되면 이를 바탕으로 국내 청정에너지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R&D 로드맵을 수립해 재생에너지 설비 단가를 낮추고 미래 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태양광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 도로·철도용 태양광 방음벽, 학교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BIPV) 등 국내 여건을 반영한 신기술을 전국에 보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풍력도 국내 기술 수준과 관련 기자재 공급망 수준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실증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와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을 융합하는 기술 연구에도 들어갔다. 분산 발전과 AI, IoT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융합해 만물인터넷(IOE) 기반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하려 한다. 분산 발전은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자원을 이용한 소규모 발전 설비다. 분산 전원을 확대하면 손실되는 전력이 줄어들어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다. 때문에 분산 전원을 전국에 확대해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신기술도 개발하고 일자리까지 확대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계획하고 있다.
Q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물려 원전은 축소된다. 원전이 단계적으로 감축되면 전기 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은데?
전기 요금은 국제 시장 변화와 경제성장률 등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추측건대 2022년까지 전기 요금을 인상할 수 있는 요인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과거 설비 계획에서 결정된 원전·석탄발전 때문에 에너지전환 정책의 효과는 2022년 이후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에너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추가로 진행해도 약 1.3% 정도 인상되는 수준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완료되는 2030년에도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은 10.9% 정도로 추측한다. 이 모든 것은 추측일 뿐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Q 향후 노후 원전은 어떻게 관리할 계획인가?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1호기 등 장기 가동한 원전을 대상으로 원자로 헤드 등 핵심 설비를 선제적으로 교체해 노후 원전의 안전성을 보강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감독법’에 따라 안전설비 투자 적정성 등 경영제도 전반을 점검해 한수원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관리감독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정기검사를 실시해 원전의 안전성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
Q 원전 해체 기술 개발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원전 해체 기술은 공정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설계·인허가, 제염, 해체,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등이다. 2017년 현재 58개 상용화 기술 중 17개, 38개 핵심 기술 중 11개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산업부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17개 상용화기술 중 14개 기술에 대해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우리 목표는 고리 1호기 해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21년까지는 원전 해체 기술을 모두 확보해 선진국 기술 수준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앞서 말한 기술 개발과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는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가치다. 국민의 기대에 충실히 임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 에너지시장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