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개선은 공공기관 개혁의 토대다. 정부는 이 같은 개혁을 위해 공공기관 기능을 핵심 업무 중심으로 조정하고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추진해왔다.
공공기관 기능 조정의 원칙은 ‘유사•중복 기능 조정’, ‘비핵심 업무 축소’, ‘민간 개방 확대 및 경영 효율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사회간접자본(SOC), 농림•수산, 문화•예술 등 3대 분야 52개 기관의 기능 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올 6월에는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 조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국립생태원과 낙동강생물자원관,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호남권생물자원관 등 4개 생물•생태 공공기관은 생물다양성관리원으로 통합하고, 국립환경과학원과 국립생물자원관의 생물자원 실용화와 습지생태 연구 분야도 이곳으로 기능을 이관했다. 생산량을 늘릴수록 적자가 커지는 한국석탄공사는 연차별 감산과 인력 감축을 통해 5년 내 점진적으로 정리해 부실을 털기로 했다. 이 밖에 석유•가스•광물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자산을 매각하는 등 비핵심 기능도 과감하게 정리할 계획이다.
공공부문의 독과점 사업을 민간에 확대 개방하기로 함에 따라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소매) 기능을 시기를 논의해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의 가스 도입•도매는 민간 직수입제를 활성화한 후 2025년부터 빗장을 푼다. 8개 에너지 공공기관은 지분의 20~30%만을 상장하는 혼합소유제(공공지분 최소 51% 유지)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오른다. 국립공원 내 주차장, 야영장, 휴게소 운영도 민간 위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 개방이 확대되면 재무구조나 경영 성과에 대한 감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소매)와 가스 도매 시장이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된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왼쪽 두번째)이 전력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학점은행제는 평가 인정 대상에 직업훈련과정을 확대키로 했다. 학습이력 관리 시스템(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직업훈련 정보(한국고용정보원) 간 연계 강화를 통해 학습이력 통합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 수요자 중심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기능 조정을 통해 5개 기관이 통폐합되고, 2개 기관이 단계적으로 구조조정되며, 29개 기관의 업무가 조정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보건의료, 정책금융, 산업진흥 분야에 대한 기능 조정이 추가로 진행된다. 정부는 전환 배치, 고용 승계 등을 통해 인위적인 정원 감축을 최소화하며 고용 보장이 어려울 경우에 별도의 생활 안정대책을 지원하기로 했다.
120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313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청년 고용률도 높여 2년간 청년 일자리 8000개 창출 기대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120개 공공기관(30개 공기업, 90개 준정부기관)은 6월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쳤다. 정부가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이다.
성과연봉제 도입과 함께 근무 성적 부진자에 대해 교육, 배치전환 등을 실시해 역량을 제고하고, 공공기관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직원 역량 및 성과 향상 지원 권고안(3월)도 마련됐다. 전 직원이 참여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근무 성적 부진자에 대해서는 역량 교육, 배치전환 등 단계적 관리를 의무화했으며, 직원 면담, 이의 신청, 인사위원회 심의 등 엄격한 절차 등을 거치도록 했다. 성과연봉제는 한정된 성과급을 근무 성과에 따라 배분하는 것으로 상대평가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데 비해, 직원 역량 및 성과 향상 지원방안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칙적으로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한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시행이 성적 부진자를 퇴출하기 위한 의도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성과연봉제는 업무 성과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이고, 직원 역량 및 성과 향상 지원방안은 근무 성적 부진자를 대상으로 역량과 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고 밝혔다.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한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기존 직원의 임금 인상에 활용하는 것이 아닌 청년 채용에 사용해 일자리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2015년 5월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 후 12월 313개 모든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마쳤다. 임금피크제 관련 별도 청년 특별 채용을 통해 한국철도공사(567명), 국민건강보험공단(382명), 한국수력원자력(261명), 한국전력공사(248명), 한국농어촌공사(228명)는 신규 채용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철도공사는 올해 채용인원 107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567명이 임금피크제로 새로 입사했다.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재원 절감분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청년 특별 채용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기존 채용계획 1만5000명에 더해 4000명 안팎을 추가로 신규 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터뷰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조임곤 소장
“전력시장 개방, 상품 다양 소비자 만족은 커집니다”
“정부는 올해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한국환경공단 등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 조정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여기에는 에너지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학계와 언론계 등의 전문가가 논의해왔던 개선방안이 다수 포함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전력 판매(소매)와 가스 도입 기능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올해 4월 전력 판매시장을 완전히 민간에 개방한 결과 다양한 결합상품이 출시돼 국민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면 소프트뱅크라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회사는 전기, 휴대전화, 인터넷까지 결합한 상품을 출시했고, 주피터텔레콤이라는 케이블TV 업체는 전력과 케이블TV를 연결한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전력 판매가 가능한 이들 민간기업은 결합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는 공공기관이 보급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판매하는 거죠. 핀테크가 발달한 일본에선 통신사가 전력 판매사업에 뛰어들면서 전기요금을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납부하는 편리한 서비스도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시장과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가스 도입 기능을 민간에 개방하면 인터넷, 전기, 가스, 휴대전화 등과 연계한 다양한 결합상품이 출시돼 소비자 선택권이 강화되는 등 국민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처럼 공공기관 기능 조정은 철도, 전기, 가스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해 궁극적으로 국민 편익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 조영실(위클리 공감 기자) 2016.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