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0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자문위원과의 ‘통일 대화’ 행사에서 “탈북 주민들은 미리 온 통일로서 남북의 주민들이 하나가 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중요한 인적자원”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꿈을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모든 길을 열어놓고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탈북민 우리 사회 안착 매우 중요”
더 나은 삶 위한 탈북, 올해 21% 급증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은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에 대한 정책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10월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며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폭정에 신음하는 많은 북한 주민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부처는 긴밀히 협업해서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제도를 재점검하고 자유와 인권을 찾아 올 북한 주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춰나가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 밖에 8월 15일 열린 8•15 경축사에서도 ‘북한 정권과 주민에 대한 분리 대응’을 언급했고,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는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탈북자 전원 수용’ 방침을 시사했다.
▶ 탈북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의 한 장면. ⓒMBC
탈북 여주인공의 좌충우돌 한국 사회 적응 및 사랑 찾기가 모 방송사 주말드라마의 주제가 될 만큼 탈북민은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떠올랐다.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2016년 9월 말 기준 2만9830여 명에 달한다. 11월 중순이면 누적 탈북민이 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탈북 행렬은 2009년 2914명, 2010년 2402명, 2011년 276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1년 말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중 국경 통제 및 단속 강화로 주춤해져 지난해엔 1275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이 103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54명)보다 21%나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탈북 행렬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굶주림과 폭압을 견디지 못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고, 엘리트층과 군대마저 암울한 북한의 현실에 절망해 이탈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에는 미래가 없다’는 절망감에 북한을 탈출하거나 자녀들 장래를 위해, 또는 자녀들이 스스로 미래와 희망을 찾아 탈북하는 등 탈북 동기와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지적처럼 탈북민 유형도 다양하다. 과거에는 북•중 국경지대 주민을 중심으로 먹고살기 위한 ‘생계형 탈북’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엔 북한 핵심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이민형 탈북’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7월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가족과 함께 탈북한 데 이어, 지난 9월 말엔 북한 외교의 심장부로 불리는 중국 베이징 소재 북한대표부 소속 고위 간부 2명이 가족과 함께 탈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해외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홍콩 수학올림피아드 참가 수학 영재 탈북 등이 잇따르고 있다. 통일부가 발표한 ‘최근 탈북 동향’에 따르면 북한에 있었을 당시 생활수준이 ‘중산층 이상(상급+중급)’이라고 밝힌 응답자가 2001년 이전 19%에서 2014년 이후에는 55.9%로 늘었다. 일반 주민들은 자유와 더 나은 삶을 위해, 엘리트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잦은 숙청으로 신변 불안을 느껴 미래를 위해 탈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탈북민 지원, 현금 중심에서 자립•자활 방식으로 변경
11월 ‘사회통합형’ 탈북민 지원체계 발표
정부는 1997년 1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와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북 통합 대비를 목표로 탈북민을 지원해왔다. 시행 초기에는 현금 지원이 중심이었으나 이런 방식이 이질적인 경제체제에서 살던 탈북민에게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명돼 2005년부터 인센티브를 토대로 하는 자립•자활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현재 탈북민은 남한으로 넘어온 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12주 동안 사회 적응교육을 받은 후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초기 정착금으로 700만 원(1인 가구 기준)을 지원하고,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임대보증금(1인 가구 1300만 원, 2~4인 1700만 원, 5인 이상 가구 2000만 원)을 지원한다.
▶ 10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평통 해외자문 위원들과 통일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또한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취업 장려 등을 위해 최대 2440만 원까지 지원하며, 탈북민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행복통장에 매월 최대 50만 원을 2∼4년 동안 저축하면 저축한 만큼 정부도 지원해 만기에 되돌려받게 하고 있다. 최대 5000만 원까지 ‘목돈 만들기’가 가능하다. 또한 국공립학교는 학비 전액을, 사립학교는 50%를 감면해준다.
탈북민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직업훈련도 다양화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중•장년층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영농정착패키지’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탈북민 푸드트럭’ 사업을 확대하고 ‘통일음식문화타운’도 조성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한 사람이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구조로 바뀌면서 2013년 9.7%였던 탈북민 실업률은 지난해 4.8%까지 떨어졌다. 탈북민 생계급여 수급률도 2013년 35.0%에서 작년에 25.3%로 10%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정부는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맞아 탈북민의 남한 사회 안착을 위한 정부의 지원제도를 재점검하고 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0월 12일 “탈북민 3만 명 돌파에 맞춰 기존의 탈북민 정책 방향을 ‘사회통합형’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며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원체계를 효율화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선된 지원방안은 11월 중순쯤 발표될 계획이다. 탈북민이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우리 사회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좀 더 구체적인 자립과 자활 정착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글· 최호열 (위클리 공감 기자 ) 201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