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 방향 토론회 지상중계 :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 방향.’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6월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공동 주관한 공개 토론회 주제다.
▷6월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 방향’ 토론회.
‘임금피크제 등 다양한 대안을 중심으로’를 부제로 한 이날 토론회는 최근 청년실업률(2015년 4월 기준 10.2%)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는 등 청년 고용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
배진한 충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중소기업정책연구소장)와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과)가 발제자로 나선 가운데,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산업경영학부), 김동배 인천대 교수(경영학과),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등 학계 전문가 3명과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신보라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등 청년단체 대표 2명이 토론자로 참석해 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장의 사회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주제 발표 첫 발제자로 ‘청년 고용 실태와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향’에 대해 발표한 배진한 교수는 청년 고용 실태 분석을 통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청년층 일자리도 금융·보험업, 정보서비스업 등 고학력 일자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임시근로자 증가, 학력 및 기업 규모 간 임금 격차 확대 등 일자리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6~13년 34개 OECD 국가의 장년층과 청년층 일자리 충돌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장년층의 고용률 변화가 청년층 고용률에 부정적 효과를 끼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진한 충남대 명예교수 “장년층의 고용률 변화가 청년층 고용률에 부정적 효과를 끼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노사정의 합심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의 확보가 개혁 목표가 돼야 한다는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장년층 고용률 변화는
청년층 고용률에 부정적 효과”
배 교수는 또 선진국의 노동시장 개혁 사례 분석을 통해 “노사정의 합심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의 확보가 개혁 목표가 돼야 한다는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면서 ▶교육훈련 확대를 통한 기능적 유연성 제고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대신 인력관리 유연성을 제한하는 단협 조항 재검토(기업 수준의 인력관리 유연성)▶신분적 임금체계 혁신 등을 강조했다.
특히 임금피크제 시행을 위해선 다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보였던 독일형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2000년대 독일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인 ‘하르츠 개혁’으로 ‘미니 잡(Mini-job : 소규모 소득의 일자리)’이 크게 늘면서 최근 독일 노동시장은 고용률이 상승하고 실업률 이 하락하는 등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전개되고 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지만 교수는 ‘청년 일자리 관점에서 정책 대안 모색’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인구구조의 변화와 기대수명 증가를 감안한 새로운 고용·복지 모델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2016년부터 2033년까지는 ‘27~60세 고용과 기대수명 100세의 복지 모델’ 시대로 이 시기엔 기업의 인건비 과중 현상 해소 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며, 2033년 이후엔 ‘27~65세 고용, 기대수명 100세의 복지 모델’로 전환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정부, 기업 간비용 분담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 “2016년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므로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피합니다… 정부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절감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고용·복지 모델의 전환을 위해선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즉, 경제정책 측면에선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을 통한 기업 투자 활성화와 서비스·문화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고, 사회정책 측면에선 기업 수요 중심의 교육정책, 노동시장 구조개선(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의 비용 부담 해소,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청년층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또 “2016년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므로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정부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절감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이은 지정 토론에선 5명의 토론자가 다양한 주장을 펼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토론자별로 핵심 내용을 요약했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산업경영학부)
정년 연장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현재의 청년실업 및 고용 문제는 국제적으로 비교할 땐 심각하지 않다. 우리나라 청년 고용은 절벽에 다다른 게 아니라 이제 막 절벽으로 향하는 출발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청년실업률이 20%를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통상 임금 범위 확대, 정년 연장, 휴일 근로의 연장근로 인정에 따른 추가 할증임금 지급, 최저임금 인상 등 진행 중인 노동시장 현안 이슈들은 모두 기존 근로자의 노동비용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 향후 2~3년에 청년층은 진짜 고용 절벽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정년 연장 조치가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직관적으로 타당하다. 연공형 임금체계 때문에 파급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 역시 타당하다. 그러나 어떠한 임금체계(직무급등)하에서도 정년이 법적 조치에 의해 의무적으로 연장된다면 대다수 기업에선 임금의 하방경직성으로 인해 신규 채용은 감소할 수밖 에 없다.
따라서 연공형 임금체계는 청년 고용절벽의 1차적 원인이 니라 의무적 정년 연장 조치가 그 핵심 원인이다. 임금피크제는 연공형 임금체계의 하방경직성을 완화하는 조치지만, 직무급 등 다른 임금체계의 하방경직성도 완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연공형 임금체계를 갖고 있으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정년 연장 조치로 인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하다.
현재 청년 고용을 위해 중요한 건 임금피크제가 아니라 유연 임금체계다.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그 보완책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게 아니라, 정년 연장 조치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김동배 인천대 교수(경영학과)
임금감액형 임금피크제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임금체계 개편은 필수적이며, 임금피크제와 같은 일시적 임금 조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임금·직급체계의 근본적 개편이 수반돼야 한다’다. 임금체계 개편 방법은 다양할 수 있으며, 국내에 널리 알려진임금감액형 임금피크제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노사는 각자 실정에 맞게 창의적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 요건도 임금 조정 방식의 다양성을 감안해 좀 더 유연화해야 한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부문의 정년 60세가 법으로 의무화되지만 기업의 임금피크제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은 매우 더디다. 이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이 여전히 고령인력 고용 조정 수단(돈으로 이직을 사는 명예퇴직,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등)의 매력, 비정규직 고용과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 부담 전가, 해외 공장 신설이나 생산의 해외 이전 등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론이 제기된다.
노총은 과거 노사정위원회 합의문에서 수차례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합의했다. 하지만 올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에선 입장을 바꿔 임금 조정에 대해 반대하는데 그 이유는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노사 간 신뢰 부족이 ‘고용과 임금의 교환’, 즉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지체시키는 상황인 셈이다.
임금체계는 노사 자율 영역이므로 정부도 임금체계 개편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지 말고, 공익적 관점에서 노사 간 이해를 조율하고 필요한 정보, 지식과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청년 고용 활성화 대책, 비판적 검토 필요
청년 일자리 확충을 위한 ‘세대 간고용 상생’ 여부는 청년층과 고령층 노동시장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돼 있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양 노동시장이 독립·분절적이라면 고령층 노동시장의 변화가 청년층 노동시장에 파급 효과를 가지긴 어려울 것이지만, 최근의 노동시장 모습에 비춰볼 때 양 노동시장의 연관성은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령대별 동일 산업 및 직종에서의 분리 정도를 보면 최근 혼재의 가능성이 높아져 고령층 노동시장의 변화가 청년 고용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년층과 고령층의 대졸 학력 프리미엄도 시계열상 유사한 추이를 보여 두 연령층의 노동시장이 일정 부분 연관돼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청년층과 고령층의 대체 가능성을 상생으로 잇기 위한 준비작업과 합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고령층의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 확충이 함께 일어나기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넓게는 임금구조 개편)에 대한 준비가 매우 부족하고, 기업(특히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며, 이것이 다시 노동수요 감소로 이어질 경우 모든 연령층의 취업 기회 축소가 초래될 수도 있다. 임금구조에 대한 논 의가 충분히 합의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년 연장이 제도화되면서 노사 간 이견이 첨예화되고 있으므로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발표하고 추진한 청년 고용 활성화를 위한 고용대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정준영'청년유니온'정책국장
상생 위해선 책임도 따라야
청년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선 경제 운영 원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시장경제의 탐욕을 억제해 ‘1차 분배시장’에 대한 사회적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즉 전체 경제에서 발생하는 부(富)가 ‘고용’과 ‘임금’으로 공정하게 분배되게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만 콕 집어 해결하기 위한 독립적 해법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문제엔 경제정책, 산업정책, 교육정책, 노동시장정책, 지역고용전략 등 복합적 요인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나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 정부의 추진 방안은 시작부터 끝까지 ‘상생’이라는 좋은 말로 기획돼 있다. 이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장그래 살리기 법’으로 일컬어진 것,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청년 일자리를 위한 것으로 홍보된 것과 이어지는 맥락이다.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와 연동한 청년 신규 채용 확대는 ‘세대 간 상생 고용’으로 표현됐다.
그런데 모두가 함께 살자는 ‘상생’을 위해선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각자’가 ‘동시’에 어떠한 책임을 질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상생은 선언되는 게 아니라 합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 방안을 살펴보면 노동자들이 입게 될 손실은 분명한 데 반해 비용 절감 이익을 누릴 기업, 사용자 측은 ‘얼마나’ 책임을 분담하는지, 그리고 청년 신규 채용이 실제로 ‘어떻게’ 확대될 수 있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오로지 임금피크제만 관철되고 정작 청년 고용은 늘지 않는 처참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신보라'청년이 여는 미래'대표
임금피크제 도입 청년 고용에 도움 돼
실질 청년실업률이 22%에 달하는 상황임에도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노조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장기근속자 우대와 해당 자녀 우선 채용 등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와 혜택이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청년층 신규 채용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인문계열의 취업, 현장 중심 대학교육을 위한 노력들이 현장에선 전공지식 습득이나 학문 탐구와의 연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문제들로 대두된다.
이처럼 전공과 일자리 미스매칭도 문제지만 대졸자들이 찾는 일자리 절대량의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청년들은 규제 완화, 노동 유연성,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일자리의 양적 확대를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청·장년 간 상생 고용, 원·하청 상생 협력, 정규·비정규직 상생 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 파트너십 구축 등 5개 분야 36개 과제를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은 청년층 취업문을 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단기적으로 청년 고용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고용 균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인건비 절감이 청년 신규 채용으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세부 조치의 마련은 필수적이다.
한편 신용한 청년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동결·축소해 청년 고용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청년세대의 문제는 곧 부모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므로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주기 위해 대승적 관점에서 서로 반 발 짝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 · 김진수 (위클리 공감 기자) 201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