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하계올림픽이 막을 올린다. 8월 6일(이하 한국시간)이면 세계의 시선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쏠린다. 17일 동안 각 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메달을 향해 질주한다.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치면서 그들이 연출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에 인류는 감동하고 열광할 것이다.
올림픽은 지구촌을 ‘하나’로 만든다. 이때만큼은 인종도 종교도, 갈등도 차별도 내려놓는다. 지카바이러스가 걱정되고 세계 곳곳에서 무차별 테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올림픽에 대한 인류의 염원과 열기만은 어쩌지 못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은 ‘열정적으로 살자’다. 삼바의 나라, 정열의 나라 브라질답다. 열정은 삶의 활력이자 내일을 향한 에너지다. 갈수록 그것을 잃어가고 있는 인류가 올림픽을 통해 되찾아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대회가 아니다. 어디에서 열리든 지구촌 모두가 함께 참가하고, 즐기고, 소통하는 거대한 축제다. 이렇게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야말로 맨몸으로 겨루고, 그 대결이 끝나면 서로 얼싸안고, 축하하고, 위로하는 ‘시간’이 또 어디 있을까. 어쩌면 전쟁이 그 기원이면서, 평화를 선택하고 지향하는 올림픽이야말로 인류가 낳은 최고의 축제이자 문화유산인지 모른다.
스포츠를 넘어 문화•예술•음식 어우러진
세계 문화가 모이는 축제의 현장
올림픽의 주인공은 역시 스포츠다. 각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멋진 페어플레이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땀과 열정, 당당한 스포츠맨십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다. 그러나 올림픽이 ‘축제’인 이유는 스포츠를 넘어 문화와 예술, 음식과 생활이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물론 주연은 주최국이다.
이번에도 올림픽이 열리는 남미 브라질의 정열적인 삼바와 전통예술, 이국적인 음식들이 참가자와 관광객들을 감동시킬 것이다. 그 전까지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의 문화와 예술의 맛과 멋을 몰랐던 지구인들이 ‘88 서울올림픽’을 통해 알게 되었듯이.
주최국만이 아니다. 올림픽은 세계의 문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다. 각국은 저마다의 전통과 현대예술을 자랑하면서 국가 이미지와 가치를 높인다. 경기에서의 금메달 못지않게 올림픽에서 ‘문화와 예술’의 경연이 중요한 이유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2년 뒤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있다. 30년 만에 다시 올림픽 잔치의 주인이 된 우리로서는 이번 리우올림픽이 더없이 좋은 기회다. 우리의 문화와 예술, 자연과 삶의 매력들을 세계인에게 맛보여 ‘2년 뒤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K-팝을 필두로 지구촌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한류’라는 더없이 좋은 무기가 있다. 한류의 역동성과 창의성, 그리고 뜨거운 열기는 이번 리우올림픽의 슬로건인 ‘열정적으로 살자’와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어쩌면 브라질이 자랑하는 삼바보다 더 올림픽 분위기를 달굴 수도 있다. 이런 우리 문화의 세계화와 가치 상승,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과 성공적 개최의 발판이 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제대로 준비 없이 이것저것을 아무 때나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 것만 ‘잘난 척’ 요란하게 떠들어도 잔치 마당의 주인은 물론 거기에 참석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함께 어울리는 올림픽의 정신을 지키면서, 겸손하면서도 정성을 다한, 작지만 매력 있는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선보일 때 우리의 바람대로 리우올림픽 현장을 찾은 세계인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따봉! 코리아”를 외칠 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또 하나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이다.
▶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7월 21일(현지시간) 리우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응원하는 K-팝 경연대회가 열렸다. 사진은 상파울루 K-팝 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연을 펼치는 모습. ⓒ연합
K-팝•전통예술•푸드 퍼포먼스•태권도 등
브라질과 함께 융•복합 공연 마련
이미 준비는 끝났다. 올림픽 개막부터 폐막까지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 야외 상설무대를 설치하고 23차례의 다채로운 공연을 준비했다. 한류의 선두주자인 K-팝과 K-댄스에서부터 전통국악과 퓨전국악, 난타와 비보이, 푸드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우리만의 독창적인 공연이 따로 또 같이 무대에 번갈아 오르면서 리우를 찾은 세계 젊은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이다.
나름대로 전략도 짰다. 비빔밥처럼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다 맛보게 해 ‘한 번’ 찾아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게 공연의 콘셉트를 4개로 구분해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첫인상이 중요한 만큼 8월 5일부터 3일간은 ‘한국 문화관광의 날’로 지정해 한류 선두주자인 K-팝에 현지 K-팝 커버댄스가 함께 어울리고, 국악밴드가 제주 칠머리당굿과 경기도 당굿으로 한국 전통의 마을 잔치 분위기를 소개한다.
또 브라질 삼바 리듬에 맞춘 얼음 난타에 이어 국악밴드는 빠른 템포의 쟁쟁비나리를 연주하고, 여기에 김밥을 만들어 나눠 먹는 푸드 퍼포먼스까지 가세한 융•복합 공연이 무대의 흥을 돋운다. 그렇게 하고 나서 3일 동안은 우리의 비보이 댄스와 K-팝 댄스가 브라질 비보이와 어우러지는 역동적인 ‘화합’의 무대를 펼친다.
K-팝과 비보이 등에 바탕이 된 오랜 역사와 독창성이 살아 숨 쉬는 전통음악의 진수도 맛보여줘야 한다. 그다음 3일 동안(8월 12~14일) 펼쳐지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중점으로 퓨전국악, 현대댄스, 전통연희의 ‘어울림’을 주제로 한 연주와 춤 공연은 이런 목적 때문일 것이다. 올림픽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인 15일 저녁, 현지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연 방식의 ‘도전 K-팝 노래왕’도 한류 확산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 상파울루 K-팝 경연대회장을 찾은 현지 방문객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
아무리 문화예술축제라고 해도 올림픽에 스포츠가 빠질 수 없다. 그래서 마지막은 우리의 전통무예이자 세계적 스포츠가 된 태권도가 장식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태권도만 보여줘서는 ‘문화’가 아니다. 태권도를 퍼포먼스로 변형해 K-팝과 결합하고, 브라질 무술인 카포에라와 함께 연출하는 ‘하나 되는 세계’가 리우의 밤을 뜨겁게 달군다.
올림픽 현지에서 펼쳐지는 문화와 예술의 향연은 우리 대표 선수들에게도 자부심을 심어주고 경기력에 도움을 줄 것이다. 선수들과 응원단 역시 경기장에서 때론 자연스럽게, 때론 브라질 국민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우리 문화와 예술을 표현해 ‘삶에 문화와 예술이 배어 있는 대한민국’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리우올림픽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 · 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201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