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말 프랑스 파리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됐다.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2℃ 이내, 나아가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195개 유엔 회원국은 자발적인 계획을 수립·이행할 것을 결의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을 공약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유엔의 파리협약 체결은 온실가스가 주로 화석연료 사용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이 자국의 에너지정책의 변화를 결의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10월 24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한 건설 재개 수용과 더불어 에너지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전환 계획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세부 내용은 첫째 폐기물·바이오 중심의 재생에너지를 태양광·풍력 중심으로 전환하며, 둘째 협동조합 시민 중심의 소규모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셋째 계획입지제도로 난개발을 방지하며, 넷째 관계부처와 공공기관의 협업을 통해 사업 발굴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전력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계획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에너지전환은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와 재생에너지 비중 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발달한 나라다.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세계 8위이며, 국제사회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받고 있다. 에너지전환을 위해 전력 부문뿐 아니라 산업, 수송, 건축 등 모든 분야의 에너지전환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8년에 수립 예정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그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성공리에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독일은 2050년까지 총에너지 소비를 1/2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의 90%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수립해 이행하고 있다. 독일이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첫째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둘째 에너지 수입을 줄이며, 셋째 기술혁신과 녹색경제를 자극하고, 넷째 에너지 안보를 위해, 다섯째 지역경제를 강화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재생에너지 전력 보급률은 23.5%다. 우리나라의 2030년 20% 목표는 세계 추세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폐기물 발전량 제외)은 독일 30%, 중국 25%, 미국 15%, 일본 15%인데 우리나라는 2.2%이다.
세계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며 파리협약 출범의 배경이었다고 평가받는 EU는 2030년 재생에너지 27%, 온실가스 감축 30%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행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정부의 파리협약 탈퇴 선언이 있었음에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보급은 줄지 않고 있으며, 주정부 차원의 기후·재생에너지 정책도 여전히 활발한 편이다.
중국은 세계 태양광·풍력 발전의 제조와 보급 두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중국은 석탄 발전 65%, 재생에너지 발전 25%, 원자력 발전 4%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2010년 이후 재생에너지 발전은 8%, 원전 발전은 2%가 늘고 석탄 발전은 11%가 줄어든 수치다. 중국은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에너지전환도 이루고 산업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인도 역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등장한 이후 태양광·풍력 발전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2030년 내연기관차의 판매 금지를 선언할 정도로 전기차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여러 산유국과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국가, 그리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들도 재생에너지 보급에 열심이다. 또한 지구온난화의 충격을 직접 받는 도서 국가들은 자국 전력의 50~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발표, 이행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전 세계가 ‘그린 레이싱(Green Racing)’을 벌이고 있다.
태양광·풍력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
파리협약 체결과 더불어 태양광·풍력 발전, 배터리 기술의 발달과 가격 하락은 에너지전환을 세계적 트렌드로 현실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풍력 발전은 2010년 이전에 경제성을 확보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역시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 경제성을 확보했으며, 기술 발전을 통해 2020년 초반에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세계 신규 발전설비 도입의 62%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설비이다. 특히 태양광 발전의 보급 속도가 빠른데, 2016년 태양광 발전의 신규 설비 도입량은 75GW인데, 2017년에는 100GW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2040년까지 태양광 발전은 가격이 66% 추가 하락하고, 육상 풍력은 47%, 해상 풍력은 71%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2040년까지 배터리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태양광·풍력 발전이 세계 전력 생산의 34%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은 독일 74%, 미국 38%, 중국 55%, 인도 49%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 정부는 각각 2022년, 2025년에 발전을 시작하는 발전원별 발전단가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이 원자력이나 석탄보다 더 경제적인 발전원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보급하겠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보급 잠재량 자체가 태양광·풍력 발전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력은 한계에 도달했고, 바이오에너지 및 지열에너지는 잠재량 자체가 적다.
정부 목표인 2030년 예상 발전량 665TWh의 20%인 133TWh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이의 80%인 106TWh를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이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106TWh를 태양광 발전이 60%인 63.6TWh, 풍력 발전이 40%인 42.4TWh를 각각 공급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은 연간 설비이용률 15%를 적용하면 48GW, 풍력 발전은 연간 설비이용률 20%를 적용하면 24GW의 설비가 각각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은 1GW 설비 설치에 10㎢의 부지가 필요하며 풍력 발전은 두세 배가 더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은 기존 건축물 지붕과 벽은 물론 주차장 지붕이나 유휴농지를 활용할 수 있으며 도로변, 하천변, 수상태양광, 폐염전, 염해농지 등도 활용 가능하다. 풍력 발전은 육상 풍력과 해상 풍력 모두 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인데, 인허가를 위한 제도 정비와 송전선로 확보가 관건이다.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의 보급을 확대함으로써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 계획을 갖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반도체 기반 기술로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다.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도 있다. 풍력 발전 역시 조선의 중전기 기술과 해양 플랜트 기술을 결합해 제2의 조선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대한 보급 의지가 낮았다. 실례로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 계획에서도 기타 전원으로 분류돼왔으며, 태양광과 풍력을 위한 송변전설비 계획은 한 번도 수립된 적이 없다. IEA에 나타난 태양광 발전 이용률은 독일 11%, 영국 10%인데 우리나라도 15%나 된다. 풍력 발전 이용률은 세계 평균 20%, 독일 18%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22%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태양광·풍력 발전의 자원은 세계적으로 비교적 좋은 편에 속한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인허가제도를 정비하고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재생에너지 전력 20% 목표는 2030년 이전에라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미래 세대를 위해 이제라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성호 |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위원
전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