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빅데이터 활용과 정부 자료 공개를 통한 공공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정부3.0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정부의 정책 변화나 새로운 입법은 실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지만, 일상에 바쁜 우리는 간과하거나 또는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무딘(?) 사람들 중의 한 명인 나도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생의 큰 변화와 함께 주거의 안정성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살아온 아파트 공간이 새롭게 다가오게 된 것이다. 신혼 때는 자본금에 맞춰 직장 통근시간과 편리함이 중심이므로 아파트를 고집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녀의 취학 연령기가 다가오면서 통학에 장점이 있는 아파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에는 학교, 편의시설 등도 중요하지만 아파트 가격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해당 아파트 단지의 관리 수준'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배우 김부선 씨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해 사회문제가 되었던 '난방 열사'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동안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관리소장과 입주자 대표들의 퇴진으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비리로 다수의 주민들이 금전적인 손해를 볼 뿐만 아니라 난방 효율이 떨어지는 아파트에서 적잖은 난방비를 내면서도 난방 효과가 그에 못 미치는 바람에 겨울 내내 추위에 떨었기 때문이다.
어려서 살던 아파트에는 반상회가 있었다. 매달 집집마다 돌아가며 반상회가 열렸기 때문에 서로의 얼굴도 알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을 의논하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엔 주민 자치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무심하다.
예전과 달리 아파트에 실제 소유자가 사는 경우가 줄어들고, 2년 후에 떠날 세입자들이 많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파트 관리비'라는 두 단어에서 짚어낼 수 있는 씁쓸한 현실의 단면들이 이번 국민 디자인단에서 제안한 '아파트 관리비 외부 회계감사제도'에서도 입증되는 셈이다.
정부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회 연결망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공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3.0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3.0은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이다. '아파트 관리비 외부 회계감사제도'도 그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아파트 단지들이 있는데, 정부에서 이런 작은 단위까지 일일이 신경 쓰고 감사를 진행하기엔 너무나 많은 행정 자원이 소요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감사 자체가 또 다른 리베이트 수단이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든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믿을 수 있는 관리비 책정 및 사용 근거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에 만연해 있는 '대표'직에 대한 특권 의식을 버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를 갖추는 건전한 공동체 의식이 뿌리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글 · 강정원 (광고기획자)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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