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필자는 기대가 컸다. 왜냐하면 현안의 문제점들을 충분히 반영한, 비교적 정교한 계획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책 평가는 크게 아웃풋(Output) 평가와 아웃컴(Outcome) 평가로 나뉜다. 후자가 중요하지만 추진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는 불가능하다. 정책 효과는 오랜 시간을 두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계획 내용과 함께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와 수출의 균형경제 등 세 가지 주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24개의 세부 전략들로 구성된다. 첫 번째 주제와 관련해서는 우선 비정상적인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겠는 것이다. 공공부문 개혁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조했고, 공기업 부채를 2017년까지 200% 내로 낮추며 민간의 창조적 혁신을 위해 진입 장벽도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줄이고 고용보험을 확대해 고용 안정을 이루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두 번째 주제와 관련된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경제다. 엔젤투자기금이나 한국형 요즈마기금 등의 지원책을 통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특히 올해 말까지 4조 원을 투입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마지막 주제와 관련된 세부 전략으로는 내수 기반에 걸림돌이 되는 가계부채와 전세비 상승 문제의 해결이다.
벤처 투자 활기·국가신용등급 상승 등 의미있는 결과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청년실업 문제가 발목
그렇다면 그간의 성과를 짚어보자. 우선 정부부문의 임금 상승 억제는 성공했다고 본다. 2015년 추진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앞으로 30년간 약 185조 원의 재정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금피크제도 모든 공공기관과 30대 그룹의 74.9%가 채택했다면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역동적인 혁신경제와 관련해서는 창업과 벤처기업의 지원 및 육성을 들고 있다.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었고, 벤처와 창업 붐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2015년 신규 벤처 투자가 2조 원을 넘고 등록된 벤처기업 수가 3만 개에 달했다면 양적으로는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지속가능한 기업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도 5% 수준에 이르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이다. 다만 R&D 결과가 경제와 기술 선진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말미암은 시장 확대와 외국인 국내 투자의 증가도 분명 성과일 것이다.
세 번째 주제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용률 65.7% 달성을 들 수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환경평가에서 우리나라가 4위를 기록했고, 특히 국가신용등급이 한 등급 올랐다는 점도 의미 있는 실적일 것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대에 머물고 있는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10%를 웃도는 청년실업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 상태가 계속되면 성장률은 더 하락할 것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부 말대로 저조한 성과의 이면에는 세계 경제 둔화 요인이 크다. 그러나 정책을 수립할 때는 이 같은 외생변수를 충분히 감안했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단기적 처방은 먼저 가계 소비를 늘리고, 이어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계속 줄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것이 관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경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정책 중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전근대적이고 영세한 현행 주택임대차제도를 탈피하고 선진화된 주택임대제도를 정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주택임대업을 기업화·산업화해야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임대업이 전문화되고 임대료도 안정될 수 있으며, 세입자 보호도 가능해진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관련해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먼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경제활성화 3법의 적극적인 집행이다. 주지하듯이 국회는 지난해 말 이 가운데 두 법안을 일부 수정 후 통과시켰다. 정부는 호텔 등 관광 인프라 확충을 골자로 하는 관광진흥법을 통해 5만 개, 의료 해외 진흥 및 외국인 환자 유치를 골자로 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통해 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까지 통과된다면 공은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크라우드펀딩법도 강조하지만 문화예술산업이나 콘텐츠산업 등 창조산업에서는 중요할지 몰라도 일자리 창출 효과로 보면 미약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법안들이 단기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제고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구명해본 뒤 그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글로벌 진출 허브와 정보기술 기반 융합 신산업 창출의 핵심 거점이라는 특화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혁신센터의 공동사무실.
경제혁신은 정부만의 몫 아닌 정치권 공동 책임
경제활성화·민생문제 관련 초당적 협력 필요
수출을 늘리는 동시에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 수출 실적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무역수지는 흑자라지만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더 큰 문제는 수출을 많이 해도 부가가치가 별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 수출의 부가가치율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보다도 낮다고 한다. 부품 조립이 많고 가공무역 형태이며, 특히 수입 기술 의존도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부가가치를 높여야 취업 유발 등 산업 연관 효과와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커질 것이다.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남은 기간은 짧고 국회는 여소야대로 변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여건에서 경제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야권도 민생 문제에 관한 한 초당적인 입장에서 도울 것이라고 했다. 경제혁신은 더 이상 정부만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 모두의 공동 책임인 것이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대로, 퇴직자들은 퇴직자대로 모두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다. 기대수명이 늘어나 퇴직 후에도 30년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자들 대부분은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저성장과 인구 고령화 문제가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다. 이들에게 소비를 강요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 문제 또한 과다한 복지비 지출을 피하려면 일자리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세대와 지역, 이념 등을 초월해 국민 모두를 보듬어줄 수 있는 포용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글 · 김정호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201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