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에 있는 산내초등학교는 농촌에서는 드물게 학생 수가 90명을 넘어선 혁신학교인데 이 중 절반이 귀농·귀촌 가구의 아이들이다. 오랫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농촌에 그야말로 살아 있는 활력소가 아닐 수 없다. 적정 규모의 인구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인구에 따라 각종 복지와 사회적 서비스 인프라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귀농·귀촌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귀농·귀촌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거나, 도시와 다른 농촌의 공동체적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지역주민들과 융화하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키거나 고립되어 사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귀어도 마찬가지다.
대중매체에서 쏟아내는 귀농·귀촌 성공기에만 취해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막연히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는 것만 믿고 귀농·귀촌을 하면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게다가 귀농·귀촌 바람을 타고 지역 부동산업자들의 농간이나 농업자재와 관련된 사기성 판촉도 만연하고 있다.
실패를 줄이고 성공하는 귀농·귀촌이 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귀농·귀촌을 하려는 이유를 분명하게 찾는 것이다. 나의 장점과 단점, 경제 상황 등을 분석해 내가 왜 귀농·귀촌을 선택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둘째,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가족이 동의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밀어붙이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셋째, 농업과 농촌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농업 기술이나 농촌 생활에 필요한 전문 지식은 생각보다 많고 복잡하며 어렵다. 필요한 전문 지식을 반드시 쌓아야 한다.
넷째, 이민 간다는 생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귀농·귀촌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농촌으로 이사 가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는 다른 공동체 생활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하면 갈등을 부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주민들의 텃세가 문제라고 할 게 아니라 나 스스로 그런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마을로 들어가기 전이나 귀농·귀촌 첫해에 무조건 땅을 사거나 빌리지 말아야 한다. 좋은 땅일수록 부동산업자가 아닌 지역민들이 더 잘 알기 마련이다. 일단 마을에 임시 거주지를 마련하고 농사일을 배우면서 지역 주민들의 조언을 토대로 필요한 땅을 찾는 것이 순서다.
마지막으로, 귀농·귀촌 붐을 타고 허황된 과대광고에 속아 일확천금의 꿈을 갖지 말아야 한다. 귀농·귀촌을 매개로 이익을 보려는 부동산업자나 농자재 판촉상 등이 있어 거짓 정보가 넘쳐난다. 정보를 잘 고를 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꼼꼼하게 준비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귀농·귀촌에도 한 방은 없다.
글 ·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 2016.05.30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