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솔로 탈출을 위해서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실제 지구촌 싱글들의 틈새시장을 위한 책이 나왔다.
전 세계에서 ‘내 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상대는 2억명. 이들을 다 만나보려면 하루에 두 사람씩 27만년이 걸린다. 제때 ‘짝’을 만나지 못하는 남녀가 급증하면서 결혼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인터넷 발달은 데이트 시장 지형도를 크게 바꾸었다. 중매쟁이와 커플매니저 시대를 거쳐 이제는 ‘온라인 데이트’가 남녀를 이어준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도 물건을 사고팔거나 구인구직 활동을 벌이는 ‘시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교환 대상이 눈에 보이는 물건이 아니며 금전이 오가지 않을 뿐이다.
경제학자이자 ‘돌싱남’인 저자는 경제적 효용성을 들어 ‘돌직구’를 날린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받아들일 것인가, 더 완벽한 상대를 찾아 탐색만 계속할 것인가?”
저자는 머뭇거리는 싱글 독자들의 손목을 끌다시피 자리에 앉혀 강의를 시도한다. 시장, 경제학, 데이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해 주는 미시경제학의 10가지 핵심 개념을 이용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게 되는 무수한 선택의 순간에 경제학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그는 탐색, 신호, 역선택, 빈말, 통계적 차별, 두터운 시장, 네트워크 외부효과, 동류교배, 숙련기술에 대한 보상 등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온라인 데이트에 참여해 경험한 내용이 바탕이 되어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한다.
경제학 용어를 빌려 비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예컨대 데이트 상대에게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신호 보내기(signaling)이다. 신호 이론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스펜서가 1970년대 초 고안한 것이다. “자기가 부자라는 게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첫 데이트에서 돈을 마구 써야 한다. 명품 옷과 고급 차와 비싼 저녁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든 돈이든 노력이든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신호는 의미 있는 신호가 아니다.”
그의 견해는 때로 인간미 없이 다가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짝짓기 시장이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표현은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외모, 소득, 인종, 학력을 비롯한 다른 여러 면에서 동류교배(유유상종)가 뚜렷하다. 아름다운 애디슨(A)과 추녀인 크리스(C), 준수한 베일리(B)와 추남인 데번(D)이 있다고 하자. 다른 조건이 같다면 A와 B, C와 D를 맺어주는 게 집단의 총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A와 B를 짝지어주면 어느 한 사람이 짝을 빼앗길까 불안해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아직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무차별 폭격’이 될지 모르겠다. 순수한 사랑에 이렇게 각박한 경제원리라니. 그는 짝짓기 시장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할 뿐이다. 헛된 희망을 주려 하지도 않는다. 그의 대답은 굉장히 덤덤해서 현실적이다. “어느 시점에는 방황을 멈추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싱글 독자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게 좋겠다. 조금 더 영민하고 야무진 자세가 데이트 ‘틈새시장’ 공략법이다.
글·박지현 기자 2014.05.05
단신
<오류의 인문학>
캐서린 슐츠 지음 | 안은주 옮김
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부)
1만8천원
인간의 크고 작은 오류를 다뤘다. 일상생활의 자잘한 실수에서부터 세계 경제를 마비시킨 판단 착오에 이르기까지 인간오류를 역사적·사회적·심리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프로이트에 이르기까지 오류를 어떻게 받아들여왔는지 역사적 담론을 추적하고 오류를 범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을 탐구한다.
<다산 정약용 평전>
박석무 지음 | 민음사 | 3만원
다산 정약용의 생애와 사상을 담은 평전이다. 다산은 자신이 살던 세상을 온통 부패한 시대라고 규정했다. 어느 것 하나 병들지 않은 분야가 없으며 세상이 썩어 문드러졌다고 개탄했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엄중한 경고까지 내렸다. 이를 현실에 반영하면 부패와 타락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다산의 실학사상이다. 핍박당하는 민중의 애환을 보듬은 목민관이자 학자, 시인이자 경세가였던 다산의 전면모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