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Korean? You know Taekwondo?”
“…….”
“I like Taekwondo.”
어학연수 이틀째. 태권도를 아느냐고 묻는 외국인의 질문에 나는 답하지 못했다. 태권도를 몰라서가 아니라 안다고 할 경우 길어질 대화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대답이 없는 나를 앞에 두고 동작까지 시연해가며 자신의 태권도 사랑을 설파했다.
만약 6개월 뒤에 만났다면 우리는 아마 태권도 이야기를 하느라 맥주 3캔 정도는 비웠을지 모른다. 8년 전 호주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겪은 일이다.
지금이야 ‘강남스타일’과 같은 K팝이 한류의 대세가 됐지만 그때만 해도 한국 음악이 이렇게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무도 K팝을 모르던 그때도 외국인들이 ‘코리아’ 하면 떠올리던 것이 있었다. 바로 태권도다. 우리 태권도 사범들이 전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태권도를 알리기 시작한 게 1970년대 초반이니 원조 중에 원조라 할 만하다. 세‘ 계 어딜 가도 태권도 도장 없는 나라가 없고, 어느 도장엘 가도 한국인 사범이 없는 곳이 없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태권도는 1994년 올림픽 정식 종목에 편입되면서 더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태권도보다 국제화가 앞섰다던 일본의 가라테, 중국의 우슈도 이뤄내지 못한 성과다. 어느새 태권도는 205개국에서 약 9천만명의 수련생이 즐기는 세계인의 스포츠가 됐다. 국기원이 인증한 유단자만 854만명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아프리카태권도연맹 아흐마드 훌리 회장은 태권도를 두고 “한국이 전 세계에 준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원조 한류’ 태권도가 최근 경사를 맞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9월 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25차 총회에서 태권도를 포함한 2020년 하계올림픽 25개 핵심 종목을 확정했다.
이로써 태권도는 2024년 올림픽까지 정식 종목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정식 종목 진입을 노리는 우슈나 가라테의 견제를 뚫고 이뤄낸 성과다. ‘재미가 없다’는 비판을 받으며 한동안 올림픽 퇴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전자호구 도입, 비디오 판독 확대 등으로 공정성을 높이고 박진감있는 경기를 선보여 주요 외신과 관람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게 큰 힘이 됐다.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가 확정되면서 정부도 세계화 작업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총회 결정을 계기로 태권도를 인류 평화와 건강에 기여하는 세계인의 문화 자산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태권도 진흥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선 문체부는 2012년 12개국 12명 수준인 해외 파견 태권도사범 수를 2015년까지 80여 개국 100여 명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파견 사범들은 태권도 기술 전파라는 기본 임무 외에도 현지 문화원과 연계해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한류콘텐츠로서 태권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문체부는 이들이 파견국가의 주요 스포츠 인사와 교류하면서 국제 스포츠 네트워크 구축의 매개체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세계 태권도 허브인 ‘태권도원’이 내년 3월 전북 무주에 문을 연다. 태권도원 내에는 세계 유일의 태권도 전용경기장과 박물관이 들어서고 최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한 태권도 체험관과 연수시설 등이 갖춰진다.
여기에 태권도의 역사, 해외 저명사범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태권도원을 ‘전 세계 태권도 한류허브’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오는 11월 태권도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태권도진흥기본계획이 수립, 발표될 계획이다. 기본계획에는 전 세계 태권도 기술·교육 분야 선도 방안, 태권도 산업 육성 방안, 태권도 국제교류 협력 방안 등 태권도를 ‘세계인의 콘텐츠’로 키워갈 다양한 방안이 담긴다.
글·장원석 기자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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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