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국기(國技) 태권도. 1970년대 이후 우리의 태권도는 꾸준히 해외로 진출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 되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태권도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태권도와 관련된 여러 행사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최근 들어서도 지난 5월 31일 미국 뉴저지주의 저지시티 시정부는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태권도의 날’로 선포하는 기념식을 열었다.
한류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에 태권도는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를 세계에 알렸던 주요 스포츠 콘텐츠였다. 한류 콘텐츠의 원조 격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비교적 최근의 정부 광고에서 태권도 한류를 느껴보자.
서울특별시의 태권도 광고 ‘서울로 오라’ 편(뉴욕타임스 2008년 10월 27일)에서는 발차기하는 선수의 품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뿐이겠는가?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태권도를 유수의 신문에 광고한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신문 지면의 쿼터(4분의 1) 크기로 실린 이 광고에서는 서울시의 태권도 관광 프로그램과 함께 웹사이트(www.taekwonseoul.org)를 소개했다. “서울로 오라”는 명령형 헤드라인 아래 “진짜 태권도 사범의 시범을 체험하라”는 서브 헤드라인을 덧붙였다.
이어지는 보디카피에서는 태권도의 고향인 서울에서 진짜 태권도 사범들이 펼치는 시범을 보고 배우라고 했다. 태권도를 체험하면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되리라며 소비자 혜택을 강조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광고에서는 3월 22일부터 12월 6일까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경희궁에서 태권도 시범 문화공연을 하고,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하루 세 차례 태권도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태권도를 활용한 많은 광고가 있지만 9월 4일 ‘태권도의 날’을 맞아 이 광고를 선정한 것은 세계로 향했던 태권도의 역사가 이 광고 하나에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1994년 9월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이날을 기념하고 태권도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2006년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매년 9월 4일을 ‘태권도의 날’로 정했다.
한편 9월 4일은 우리나라 태권도인들에게 겹경사의 날이다. 세월호 참사로 무기한 연기되었던 무주의 태권도원이 공식 개원식을 한다.
4,500석 규모의 태권도 전용 T1경기장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수준이다. 개원식을 하고 나면 태권도원은 태권도의 성지라는 상징적 지위를 얻게 될 터. 태권도원 개원식에 맞춰 해외 사범들을 대거 초청했다고 하니 외국인 태권도 애호가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터.
이르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남북한 태권도 선수들의 동시 참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성급한 소식도 들린다. 세계태권도연맹과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태권도 단체가 양분된 상황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단체의 대표성과 대회 규정을 기준으로 세계태권도연맹만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제태권도연맹 소속인 북한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남북 태권도연맹 총재가 상대방이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을 허용했다고 하니 올림픽 동시 참가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태권도 사범의 해외 파견을 넘어서 태권도를 우수한 스포츠 콘텐츠로 육성해 K스포츠 물결(K-Sport Wave)을 일으켜야 한다. 품새(형)와 겨루기(대련)의 기본 원리를 전파함은 물론 한국이 세계에 선물한 태권도의 질적 도약을 새롭게 시도해야 한다. 김용옥 선생이 <태권도 철학의 구성원리>(1990)에서 술(術)과 도(道)의 차이를 그토록 강조했던 까닭도 운동으로서의 태권도를 넘어서 태권도의 철학과 정신세계를 널리 전파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다시 말해서 그동안 태권도의 하드웨어를 수출해 왔다면 앞으로는 태권도의 소프트웨어나 브레인웨어를 전파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태권도 사범의 시범을 체험하라”는 2008년의 광고 카피도 이제는 “진짜 태권도 사범의 정신을 체험하라”로 바뀌어야 하리라.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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